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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요구 이유 있었네?”

전병열 편집인  jun939@newsone.co.kr / 2012-07-12 11:05:44

공기업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그동안 ‘철밥통’에다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의 비난 속에 일부 공기업의 비리·부정은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감사원 감사 결과는 후덥지근한 날씨까지 겹쳐 다수 국민들의 성정을 더욱 사납게 만들고 있다. 정말 정신 나간 집단이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식회사(GKL)는 외국인에게 담보도 없이 도박자금 32억여 원을 빌려 줬다가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가보훈처의 부당한 요청에 따라 자격도 없는 업체와 194억 원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 감사원은 올 2월부터 2달여 동안 한국관광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대상으로 기관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25건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GKL은 담보물도 없이 중국인 2명에게 총 32억1500만 원의 도박자금을 빌려 줬다가 대부분 상환 받지 못했으며, 이에 감사원은 관련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GKL에 통보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말 194억1400만 원 규모의 환경미화용역 수의계약을 하면서 무자격 업체를 선정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면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이 지정한 단체 중 상이를 입은 자들로 구성된 단체가 생산하는 물품이거나 경쟁을 할 수 없을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상법상 영리법인으로 밝혀졌다. 그 배경에는 국가보훈처 담당자들의 부당한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들의 비리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GKL은 노조와 이면합의를 통해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했는가 하면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채 퇴직금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퇴직한 경영진을 불필요한 자문역으로 위촉해 매월 1차례 전화통화만 한 뒤 수천만 원씩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8년 말부터 최근까지 구체적인 자문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 않은 퇴직자 4명을 경영자문역에 위촉했다. 그 대가로 총 1억6900만 원을 자문료로 지급하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외에도 쏟아진 이들의 비리는 다 나열할 수도 없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능한 공기업이었단 말인가. 청년실업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들이 이런 한심한 작태를 벌이고 있는 데도 감사원이 나설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면 경영진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몸통은 두고 깃털만 잘라낸다면 그 또한 국민적 분노를 사고 말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 일부 몰지각한 인물들에 의해 사익으로 변질되고 있다면 이는 곧 우리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는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에 이들까지 가세해서 파탄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근면 성실하게 양심껏 살아가는 다수 시민들은 의욕이 반감되고 박탈감에 분노를 삼켜야 하는 고통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저성장·고실업에다 날로 늘어나는 국가부채, 파산 지경의 가계부채, 극심한 양극화 등 정치·경제적 갈등이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다. 총역량을 결집해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데 이를 저해하는 작태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근원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근절시키기 위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손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안이한 의식과 빌미기 되는 일을 발본색원하라는 것이다. 끝없는 경제 불황으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들은 별천지의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의사회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이들에게는 우이독경인가.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그들의 집단의식을 개혁하지 않는 한 정의나 공정성이라는 단어는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