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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자굴산 치유수목원을 찾아서

상처받은 나, 숲으로 가다

박필선 기자  tapil@hanmail.net / 2012-06-20 12:00:47

[의령=문화관광저널] Refresh. 시계바늘 바라보며, 밀려드는 업무 처리에 급급한 도심의 직장인들에게 이처럼 달콤한 말은 아마 없을 것이다. 초록이 싱그러운 공간에서 맨발로 흙길을 거닐며 말이 아닌, 자연과 그리고 함께하는 이와 감성으로 교감하는 곳, 국내 최초의 치유수목원이 우리를 기다린다.

학창시절 소풍을 떠날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불편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수목원이 최악의 장소였다. 단지 뛰어 노는 것이 좋은 혈기 왕성할 때에 수목원이 가지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불행 중 불행이리라.

도심의 매연과 소음공해 속에서 생활하며 적응해 가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많이도 피폐해진다. 집집마다 화분을 들이고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도 조금이나마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이는 곧 삶의 질로도 연결이 되는데, 그 옛날 신화 속 이야기처럼 영생의 샘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만 있다면, 너 나 할 것 없는 인간의 탐욕에 그 샘물은 이미 말라버렸을지 모른다.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인간의 노력이 탐욕으로 변질 되어버리는 서글픔이다.
"숲이야 말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총체적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숲에 대한 이일원(67) 치유수목원 이사장의 단호한 한마디다. 오랜 세월 인간의 생활공간이 되어 온 숲에서 벗어난 현대인의 몸을 정상화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숲으로의 회귀라는 것이 치유수목원에 대한 이일원 선생의 철학이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은 의령군민보다 타지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힐링의 공간이자 살아있는 식물도감

자굴산 자락에 수목원이 처음 개장한 것은 2007년이다. 그리고 올 1월부터는 치유수목원으로 그 명칭을 바꿨다. 1400여 종의 수목과 향긋한 허브, 그리고 약초가 자라는 공간은 말 그대로 힐링의 공간이다. 소음과 매연 등 각종 공해에 시달리는 단계를 넘어서 이미 스트레스에 익숙해 져버린 도시인들에게 그래서 쉼터는 중요하다.

산으로 포근히 둘러싸인 고장 의령 자굴산 자락으로 들어서는 그 길목부터 치유가 시작된다. 자굴산 중턱에서 시작되는 치유수목원 속으로 들어가면, 서로 다른 수목에서 뿜어내는 각종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은 물론, 허브 잎을 입에 물고 맨발로 거니는 구간에서는 자연과 완전히 동화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것이 자굴산 치유수목원의 전부는 아니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에는 자연이 주는 축복을 만끽할 수 있는 비밀장소가 숲 속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힐링을 위한 노천욕장, 명상대, 피라미드 등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동안 내 몸이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진짜 휴식의 공간.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맞으며 편안해 지는 잠깐의 숨돌리기 그 이상의 것, 바로 힐링을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자굴산 치유수목원인 이유다. '쉰다'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감각적으로 알게 되는 순간, 그 쾌감은 치유수목원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가치다.

치유수목원의 상쾌한 공기 속에서 감각이 깨이면 그제야 알게 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름표들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국내 수목원 중에서 이름표가 가장 많은 곳이 자굴산 치유수목원이다. 나라꽃 무궁화만 96종이 있는 치유수목원 내에는 낙상홍, 생달나무 등 낯선 이름도 아무렇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어른들의 휴식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손색없는 치유수목원은 식물종 보존에 대한 이일원 선생의 뜻이 담겨 있는 거대한 식물도감인 셈이다. 호흡하는 거대한 식물도감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을 알아가는 재미는 온 가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모든 복잡한 생각과 치밀한 계산을 떠나, 치유수목원에서 스스로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이일원 선생은 이야기 한다. "보기 좋은 경치는 그저 지나쳐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자연의 힘으로 회복하는 내 몸의 면역체계

치유수목원의 치유 방식은 자연 속에서 신체의 면역체계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이다. 최대한 자연의 상태를 조성하고 그 속에 들어오는 햇빛, 그 안에서 부는 바람, 그리고 그 곳에서 자라는 약초식물을 접하면서 흐트러진 면역체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타 치유 숲처럼 대량의 삼림으로만 치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수목원 하면 삼림욕을 떠올리게 된다. 각 나무마다 뿜어내는 피톤치드 테라펜의 종류가 각기 다른데, 자굴산 자락 치유수목원에는 약 1,4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 만큼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 테라펜이 삼림욕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산의 경사를 활용한 체험로와 관찰로는 워킹 프로그램에 적합한 장소로, 치유수목원만의 장점이다. 약 15도 경사의 워킹코스에는 나무와 약초 뿐 아니라 초록에 수놓아진 꽃들이 있어 단순한 걷기의 반복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꽃, 나무, 풀 이름을 알아가며 한 잎 뚝 떼어 입에 물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다. 

태양에너지 흡수를 위해 마련한 야외 장기판은 게임을 즐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태양욕이 된다. 특히, 명상 피라미드 속에서는 명상을 하는 동안 에너지가 몸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적 치유기능이 강하다고 한다. 효소와 허브 차 한 모금은 우리의 몸속에 치유 성분을 담아주어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리듬을 복원시켜 면역체계를 증진시킨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자굴산 치유수목원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동난정이다. 중국 진나라 명필 왕희지 선생이 시를 읽고 차를 마시던 정자를 치유수목원에서도 접할 수 있는데, 그 앞에는 누구나 글씨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왕희지의 아들 왕은지가 쓴 큰 대(大)자에 왕희지 선생이 한 점으로 마무리 한 클 태(太)자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난정의 분위기를 더한 난정은 자굴산 치유수목원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초록 빛, 맑은 소리, 향긋한 공기, 달콤 쌉싸름한 풀잎을 만끽하며 입욕이나 맛사지를 더한다면 완벽한 오감테라피가 된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이 준비 중인 자굴산 치유수목원에서는 숲 치유안내사가 개인별 증상과 병력을 참고하여 오감테라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채, 동서양 화가의 작은 캔버스

치유수목원 입구에 위치한 일준부채박물관은 말 그대로 부채의 보고(寶庫)다. 부채박물관에서 부채를 바라보는 관람포인트는 색다르다. 부채의 모양과 종류, 그리고 부채의 재질 등 부채 자체를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부채의 화폭에 관심 두길 추천한다. 폈다 접었다 하는 그 조그마한 공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진품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항일운동가 33인 중 한사람인 오세창 선생의 작품은 물론, 자화상으로 유명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부채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한국, 중국, 일본의 부채만 어느덧 600여 점에 이른다. 왜 부채를 모으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이일원 선생은 "그림이 좋아서요"라고 한마디로 압축했다. 이 때문에 부채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부채 속 그림의 가치를 논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 보관 공간의 확보를 위해 액자 대신 부채를 수집했다는 이일원 선생의 일준부채박물관은 내로라하는 국내 화가들의 갤러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부채박물관은 자굴산 치유수목원 방문객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부채 속 산수화 풍경이 펼쳐진 치유수목원에서는 숙박을 하며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치유 숲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므로, 필요 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