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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트래블 | 의병의 고장 의령을 가다

산골짝 벽계수 따라 애국심 가득 홍의장군 말달리던 충의의 고장 의령

박필선 기자  tapil@hanmail.net / 2012-06-05 11:00:04

[의령=문화관광저널] 푸른 산 속 맑은 물줄기에 흠뻑 취하고 싶은 어느 날, 경남 의령을 찾는다. 서울에서 약 4시간을 버스로 달리는 중부 내륙 고속도로는 흡사 강원도에 가는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산이 많다. 초록빛 산들을 통과 해 도착한 작은 산골마을 의령. 들어서는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본 것은 의병탑이었다.

의병의 날은 의령의 현충일

경상남도 의령은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가 임진왜란당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의병의 본고장이다. 또한, 백산 안희재 선생 생가가 의령에 자리하고 있는데, 민족독립운동 자금의 60%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하니, 의령은 명실상부한 의병의 고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6월 1일 의병의 날은 의령의 현충일이나 다름없다.

6개의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에서 호국 영웅들이 연이어 탄생한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망우당 곽재우와 17장수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익사 외관이 서울동작동 현충원과 유사하다는 점은 역사의 흐름을 이어온 나라사랑의 정신을 상징적으로나타내고 있다. 임금님 상여와 동일하게 만들어진 충의각으로 장인의 섬세함과 치밀함을 엿볼 수 있고, 충익사 기념관에서 마주하는 백마는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말머리가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준다.

아스팔트로 잘 닦인 길을 달려 마당의 푸른 잔디가 상큼한 이슬을 머금고 있는 망우당 생가에 들어서면, 그 옛날 오로지 왜적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는 순수한 의병 정신이 온 몸을 에워싸는 듯하다. 실제로 홍의장군이 이끄는 의병은 왜적의 전라도 진격로를 차단해 큰 공을 세웠다.

충익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령 구름다리는 의령의 명소다. 산책길에 걷는 구름다리는 출렁거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실용적 측면에서는 구름다리를 건너 가까운 마을까지 지름길이 생겨 좋다.

무엇보다 의령 구름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전설 때문이다. 구름다리가 있는 곳은 의령의 서천이라고도 불리었던 장소로, 서천의 발원지에서 솟구치는 용출수 수증기가 서남풍을 따라 남쪽에서 놀고 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구름다리 주탑에서 해 뜰 무렵 동쪽 남강 솥바위를 바라보고 기원하면 아홉 용의 기운을 받아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전설 속 솥바위 반경 30리 중 의령에 속하는 지역에서는 삼성그룹 전 회장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출생해 전설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으며,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호암생가와 의령 구름다리를 찾는다.

마땅히 편안한 그 곳, 의령

자굴산, 한우산, 미타산, 벽화산, 의령남산, 국사봉 등은 의령군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다. 의령군의 지명은 마땅히 편안한 곳이다. 큰 산 속에 숨어 잘 드러나지는 않은 고장, 이것이야말로 의령의 참 매력이다. 4계절 예약 문의가 쇄도하는 벽계야영지가 이러한 사실을 대변한다.

비가 차갑다는 찰비골 한우산 중턱부터 시작되는 벽계 야영지는 오토캠핑장으로, 사시사철 캠핑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 중턱, 계곡 옆 명당자리에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벽계야영지는 완벽하다. 넓은 벌판에 타프를 치고 텐트 속에서 태양을 피하는 캠핑장에 비하면 나무 그늘 속에서 그물침대에 누울 수 있는 벽계야영지는 그야말로 신선 놀음장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 계곡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휴식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벽계야영지 오토캠핑장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이 가능하며, 같은 장소에 있는 방갈로는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벽계야영지에서 한우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오르면 자연이 수놓은 철쭉들이 하늘아래 융단이라도 된 듯 화려함을 뽐낸다. 경치도 경치지만, 산 속에 어쩜 이리도 잘 닦인 길이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산 속 드라이브 코스다. 서울에서처럼 빨리 달릴 필요도 없고, 신호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여행을 떠나온 만큼, 드라이브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한우산 드라이브 코스는 아니나 다를까 꽤 유명한 의령의 데이트 코스다. 한우산은 차량으로 거의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코스는 등산의 재미를 위해 남겨 두었다. 드라이브 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해발 897m, 의령의 진산 자굴산 능선에 들어서게 된다.

큰 산에 올라 바라보니, 의령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듯, 아기자기하다. 자굴산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국내 최초의 치유수목원을 만나볼 수 있다. 숲 속 맑은 곳에서 만끽하는 자연의 맛은 일상과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특효약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청미래덩굴 잎과 함께 찌는 망개떡은 의령의 대표 먹거리다. 의령망개떡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되었는데, 여름철에도 잘 상하지 않는 맛 좋은 찰떡이다. 의령망개떡은 의령 곳곳에서 쉽게 맛볼 수 있으며, (사)의령망개떡협의회 회원사에 주문하면 배송 받을 수 있다.

의령에서 맛보는 소바도 조금 특별하다. 소바를 국수장국에 담갔다 먹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아니다. 보통 냉/온/비빔 세 가지로 즐길 수 있다. 특별한 육수에 소바가 담겨있고, 그 위에 쇠고기 장조림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메밀면에 이름도 소바지만 의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음식이라 할 수 있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