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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주년, 중국 관광시장 제대로 보기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  / 2012-03-23 13:46:01

올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정작 외교가에서 느끼는 한중간의 거리보다 양국 관광객 사이의 거리가 훨씬 더 가까워 보인다. 지난한해 중국을 찾은 한국 사람은 430만 명이고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관광객은 222만 명에 이른다. 특히 중국관광객의 증가는 불과 5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고 최근1-2년 사이 그 증가세의 폭을 더 넓혀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시장은 분명 우리 관광산업에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고 있고 이 새로운 생태계는 여행사, 항공사, 호텔, 가이드는 물론 시장이 지나가는 구석구석에 있는 국내 관광업계에 많음 변화를 요구할 게 분명하다. 변화의 방향, 변화의 형태, 변화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정리정돈하고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이제 막 시작하는 거대 중국시장이 마르지 않은 샘이 될 것인지 아니면 흙 묻은 바가지로 한번 퍼 올리고 마는 우물이 될 것인지가 결정될 중요한 시점이다.

사실 중국관광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것은 최근 이삼년 사이의 일이다. 예전에는 그저 단체로 몰려다니고 시끄러운 외국인 단체로만 인식하던 중국관광객에 대해 금융권, 제조업, 교육계는 물론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역시 유통업계다. 백화점, 면세점은 물론 대형 슈퍼마켓까지 중국관광객을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중국관광객의 증가세나 씀씀이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10.1일 중국 국경절을 전후하여 중국인의 한국관광 씀씀이가 연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구정 때는 중국관광객이 홍콩의 루이비통 매장 앞에 길게 줄서 있는 모습이 대서특필되기도 했고 런던의 해롯(Harrods) 백화점 연간 매출의 14%를 중국인이 올려주고 있다는 기사도 있고 올해 세계 명품소비의 27%가 중국인의 소비라는 기사도 있다. 이렇듯 중국의 소비력은 세계 유통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기 시작했고 한국관광공사의 '2010년 외래객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방한 중국인의 총 지출경비는 전년대비 증가한US$1,646로 외래객 전체 평균 지출액인 US$1,298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중국인들의 향수/화장품 쇼핑 비중(55.6%)은 방한 외래 관광객 평균(36.9%)에 비해 높으며, 의류의 쇼핑 비중(50.9%)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한약재 쇼핑 비중(31.2%)도 외래객 평균(17.2%)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식료품, 김치, 액세서리/보석류, 술의 항목에 있어서는 외래객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중국관광객의 주된 쇼핑지가 예전의 명동, 동대문시장, 기념품가게 등 전통적인 지역에서 면세점과 백화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의 씀씀이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도 의미하지만 중국인의 쇼핑행태가 예전의 물량위주에서 품질이나 브랜드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의 인기, 한류의 영향이 지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일단 한국드라마, 영화, 가요를 통한 한국의 이미지는 고급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 상품 역시 명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서술한 대로 중국인의 제1 쇼핑 품목은 화장품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 브랜드인 A화장품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의류 역시 한국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알려진 우리 고유 브랜드가 중국 현지에서는 고가 명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은 주목해서 봐야 할 현상이다.

하지만 시장의 확장과 더불어 우려의 소리도 높다. 최근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 나타난 중국인 가이드 자질문제나 호텔부족 문제, 쇼핑 강매 문제, 의료관광 바가지 문제 등 고질적이고 전통적인 외국인 접대 문제는 한국관광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혀 관광산업 전반에 절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시발점은 저가 덤핑방한상품에 있다. 저가 덤핑은 국내 접객여행사에서 현지여행사로부터 제공받는 하루에 1인당 국내 접객비용이 30불 이하로 구성된 방한단체 상품을 기준으로 한다. 30불의 기준은 규정화 된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업계의 최소 원가를 기준으로 통용되는 수준이다. 이런 저가 상품은 여행사가 손님에게 지정쇼핑과 선택 관광 등을 강요함으로 이에 따른 판매수수료를 통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로 보면 된다. 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빚어진 저가덤핑상품은 낮은 접객비용으로 인하여 열악한 숙박시설과 음식, 과다한 지정쇼핑으로 중국관광객의 여행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저하할 가능성이 커 정부차원에서 제도와 법으로 근절하지 않으면 미래 한국관광의 위험요소가 될 것이 뻔하다.

중국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초기시장이 너무 크고 풍성하다는 점이다. 자칫 시장의 화려한 외형만 보고 함부로 다룰 경우에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도 되기 전에 무너져 버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조심하지 않으면 그만한 대체시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리스크 또한 높다는 얘기다. 100년 시장 중국을 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하고 중국관광객에 대해 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의 인식과 접대 마인드도 세심하고 환대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한화준 팀장 프로필
1990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해 북경지사 차장, 상해지사 차장, 국제행사팀장, 타이베이 지사장, 관광아카데미 원장을 거쳐 현재는 중국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