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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래블 | 북인도 배낭여행기③

글 · 사진  金 鍾 源│객원기자  / 2011-12-10 14:45:21

도시전체가 금빛으로 물드는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
추억에 남는 낙타 사파리의 메카 타르사막에서의 야영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
사막의 돌과 흙으로 만든 성과 집들이 햇빛을 받으면 도시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어 일명 골든 시티(Golden City)라 불리는 '자이살메르(Jaisalmer)'는 조드푸르에서 서쪽으로 287km, 파키스탄 국경까지는 100km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자이살메르는 타르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자이사르의 오아시스'란 의미를 담고 있으며 13세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이다.

자이살메르는 12세기까지만 해도 향료, 비단, 아편 등의 동서 교역로로서 전성기를 이루었지만 이후 뭄바이를 축으로 하는 항로가 활발해지면서 지금은 인구가 4만 명에 불과한 변방의 지방도시로 전락하였다. 조드푸르에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곳곳에는 105mm, 155mm 곡사포와 자주포 그리고 탱크부대 등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지척에 위치한 나라 파키스탄의 정정이 불안하여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수년전, 이 지역에 왔을 때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국지전쟁이 벌어지면서 여행금지지역으로 선포되어 한가했으나 지금은 많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자이살메르 시가지로 들어서자 도로 양옆과 중앙에는 붉은 사암(砂岩)으로 조각한 석등(石燈)과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마치 중세의 한 고도(古都)에 들어선 듯하다. 저 높은 곳에는 자이살메르의 상징인 높이 76m의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자이살메르성은 사막의 한가운데 꿈처럼 솟아있는 모습 그 자체로도 환상적이다. 성안은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과 궁전, 그리고 저택(하벨리)들이 따가운 뙤약볕 아래 신기루처럼 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오늘날 이곳은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이라는 전략적 이유 이외에도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낙타 사파리투어의 기점으로 삼고 있어 관광 철에는 많은 수의 여행객들이 몰리는 관광명소가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명 '선화공주'가 운영하는 'Hotel Desert View'에 여장을 풀었다. 선화공주는 우리 한국인 아가씨로 잠시 이곳에 정착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옥상으로 올라가 내일 낙타 사파리투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짜이를 한잔씩 마신 후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유리 램프에 촛불을 켜놓은 실내분위기와 4인조 어린이 악단이 연주하는 운치 있는 식당이다. 약간 코믹하면서도 어설픈 연주가 너무 시끄러워 제발 그만 했으면 하는데도 연주는 계속된다. 팁으로 100루피를 줬다. 식사 후에는 카메라를 챙겨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자이살메르성 야경을 촬영하였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샤워를 한 후 잠을 청했으나 옆방에서 떠드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특히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고 사나운지 마치 발악하며 싸우는 것 같다. 깊은 밤인데도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제멋대로인 사고(思考)가 참으로 한심하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귀족들의 무덤 바다박 유적지
다음날 동이 트기도 전 광장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오토릭샤를 한 대당 100루피에 두 대를 흥정하여 자이살메르성에서 약 7km쯤 떨어져 있는 '바다박(Barabagh) 유적지'로 갔다. 일명 '왕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오토릭샤를 타고 캄캄한 새벽공기를 갈랐다. 바람막이가 없어 무척 추웠다. 전에 왔을 때는 입장료가 없었는데 이번엔 간이매표소까지 설치해 놓고 입장료 50루피를 받는다. 아직 캄캄하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도 되련만 오토릭샤 꾼이 잠자고 있는 관리인을 깨워 표를 구입하게 한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웠으니 얼마나 귀찮겠는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청해서 하는 바람에 괜히 우리 돈만 들어갔다. 오토릭샤 꾼에게 10루피 정도만 쥐어줬어도 무사통과 했을 텐데 말이다.

이마에 랜턴을 켜고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안다니' 노릇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설명하며 둘러보았다. 원래 힌두교에서는 무덤을 만들지 않지만 여기에는 귀족들의 무덤에 해당하는 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묘 중앙의 비(碑)에 말을 탄 사람의 조각은 남자, 조각이 새겨지지 않은 것은 여자의 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적지에서 나오니 관리인이 모닥불을 피어놓고 오토릭샤꾼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불을 쬐고 있다. 꼭두새벽에 우리가 추울까 봐서가 아니라 돈 냄새를 맡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카메라 피(fee)를 달라고 한다. 내가 인상을 쓰며, 캄캄한데 무슨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렇잖아도 속이 상해서 내려왔는데 돈을 줄 내가 아니잖은가.

타르사막에서의 낙타 사파리 투어
바다박 유적지에서 돌아와 간단한 세면도구와 침낭을 챙겨 낙타 사파리투어에 나섰다. 낙타와 낙타몰이꾼들이 대기하고 있는 챠트라까지는 봉고차로 이동했는데 선화공주가 동행하였다. 챠트라지역에 도착하니 낙타몰이꾼들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낙타 등에 오르고 내릴 때의 주의사항을 들은 후 14마리의 낙타에 분승하였다.

나에게 배당된 낙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맨 마지막 낙타이다. 낙타들의 세계에서도 위계질서가 있는지 앞서가자고 발로 배를 아무리 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일행들은 계속 전진하는데, 난 중간에서 내려 앞으로 달려가 촬영 후 다시 뒤로 와서 낙타를 타는 등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였다.

바티야지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쉬었다. 낙타몰이꾼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석류정 선교사의 기타반주에 맞춰 목을 풀었다. 사막에서의 점심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아니다. 사막 주변에 나뒹구는 나뭇가지를 모아 간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만든 밀가루 음식인 짜파티와 각종 야채에 인도 커리를 넣은 음식이 전부이다. 식후에는 짜이를 한잔씩 마셨는데 모래가 씹혀 도저히 마실 수가 없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음식냄새를 맡고 염소와 들개들이 나타났다. 쫓아도 도망가지 않고 사람을 좀처럼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이곳에서 개가 사람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듯한, 아주 코믹한 사진을 찍었다. 이름하야 제목을 ꡐ견공(犬公)의 개똥철학 강의ꡑ라 지었다. 식사 후에는 모래로 설거지를 하였다. 모래가 가늘고 습기가 없어 접시가 깨끗이 닦여졌다.  

다시 낙타에 올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낙타몰이꾼이 주변에 있는 염소를 한 마리 매달고 오는 게 아닌가. 저녁에 내가 염소를 한 마리 잡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염소를 그냥 매달고 온 것이다. 들개는 주인이 없지만 염소는 분명 주인이 있을 텐데 말이다. 한참을 가니 검은 돌밭이 나왔다. 옛날에 이곳에서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된 암석이 식으면서 특이한 형태로 변한 돌들이다. 낙타몰이꾼에게 예쁜 돌 한 점에 10루피를 준다고 했더니몇 점을 주워왔다. 그리고 한참을 가다가 마을이 나타나자 낙타 목을 축이고 통에 물을 길어 낙타 옆구리에 매달았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사용할 물이다. 노새 한 마리가 물을 매고 터벅터벅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다시 낙타에 올라 야영지까지 투어는 계속되었다.

드디어 야영지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가까운 곳에 야영지가 있다. 전에는 하루 종일 낙타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리고 정말 사막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 2인용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는데, 이젠 아예 수십 명이 함께 잘 수 있는 천막까지 쳐놓고 맥주와 음료수 그리고 과자류를 판매하고 있다. 너무나 장사 속 같아 한마디로 기대치 이하로 실망이 크다.

아무튼 야영지에 도착 후 낙타 등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후 모래언덕에 올라 붉은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을 감상하였다. 저녁에는 염소를 한 마리 잡았다. 연장자로써 내가 한턱 쏜 것이다. 한 마리에 2,000루피(약 5만 원정도)이다. 지난 번 여행 때도 이곳에서 염소를 한 마리 잡았는데, 염소를 죽이기 전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에서 염소를 잡는 모습이 그럴싸하게 보였으나 결국 우리에게는 가장 질기고 맛없는 부위를 몇 점주고 갈비와 연하고 맛있는 부위는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바람에 무척 속이 상했는데, 이번에는 속지 않기 위해 윤영조 대원으로 하여금 감시토록 하였다. 솥 두 군데로 나누어 요리를 하는데(요리라고 해봤자 소금만 넣고 삶음), 처음에 가져온 고기는 역시나 질기고 맛이 별로인 부위였다. 윤영조 대원이 다른 한 솥이 남아 있다기에 가져오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진짜 연하고 맛있는 부위만 담겨져 있다. 자기들 먹을 것과 우리에게 줄 것을 따로 분류해서 조리를 했던 모양이다. 만약에 감시를 붙이지 않았다면 맛있는 부위는 낙타몰이꾼들의 차지가 되었을 것이다. 표동무를 비롯한 대원들 모두 나중에 가져온 고기가 훨씬 맛있다며 먹었다. 물론 술도 한잔씩 곁들였다. 낙타몰이꾼들은 염소 가죽과 내장 그리고 고기 일부와 가장 맛있는 머리를 차지하였다. 고기냄새를 맡은 들개들이 주변으로 몰려와 슬슬 눈치를 보며 먹고 버린 뼈다귀를 주워 먹는다. 어떤 녀석은 대담하게 텐트 안까지 들어오는데 쫓아도 나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 다가와 친근감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막에 사는 들개들은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들쥐나 죽은 동물들을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