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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로또 도박에 걸어야 하는가

전병열 편집인  / 2011-11-08 11:03:38

복권 광풍이 휘몰아쳤다. 10월 둘째 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 되면서 제464회는 총 당첨금이 무려 400억 원대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1등 당첨자가 13명이 나와 1인당 33억5572만 원씩을 받는다. 이 중 2명이 원주시의 한 판매점에서 나와 로또 메니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또 한 곳의 '로또명당'이 탄생했다. 로또명당으로 소문나면 복권 구입을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행운을 잡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시민들 중 다수는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려야 하는 절박한 현실일 것이다.

문제는 로또 도박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서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다. 한국 마사회에서 실시한 '전 국민대상 도박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도박을 즐기고 있으며 100명 중 1명은 '도박중독자'였다. 특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대표적인 도박은 로또복권으로 응답자의 60.1%를 기록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박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 역시 작년보다 10% 넘게 늘어나면서 2003년 '로또 광풍'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하고 있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37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98억 원)보다 10.2%(127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전체 판매량의 95%를 차지하는 로또복권은 작년 상반기보다 9.4%, 인쇄복권은 32%, 전자복권은 31% 급증해 올 연간 총 복권 판매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3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나온 연금복권은 15회째 연속 매진되고 있다.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사행산업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서민들은 '한탕'을 노리는 사행산업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사행산업은 경기 침체기에 호황을 누리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2009년 국내 사행산업은 3.3%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 매출은 매년 10% 이상씩 늘어났다. 2001년 4620억 원이던 매출이 2005년 847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3137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6284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보도다. 불황일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도 있지만 반드시 불황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정부 복권 업무 관계자는 복권의 주요 구매층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경기로 실업자가 많아질 때 오히려 복권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벼랑 끝으로 몰린 서민들이 '한탕주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의 처지에서 주택을 마련하고 안락한 가정을 이룰 가능성은 로또 당첨보다 더 낮다고 판단해 로또에 인생을 걸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복권도박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박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떤 이는 하루 종일 로또 숫자 생각만 나고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사람은 처음엔 1~2만 원씩 로또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10만 원 정도를 구입하며, 점점 그 액수가 커지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실시한 일정한 지역의 도박 중독자 수를 측정하는 도박 중독자 유병률이 6.1%이며, 그 중 복권은 20.3%로 지난 2008년의 11.1%보다 약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1명은 도박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매년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복권의 발행 명분은 공익적 목적에 있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공익사업 자금조성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며, 불법 사행성 도박을 합법적인 복권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특히, 복권위원회의 광고처럼 '복권은 행복한 나눔'이다. 성인이 부담 없이 구입해 당첨에 대한 부푼 기대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복권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자신도 갑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실망을 피하고자 당첨 번호를 확인도 않고 다음 회차를 구입한다고 한다. 복권에다 인생을 걸어 폐인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오락으로 즐길 수 있어야 당첨의 행운도 찾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