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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정병조 금강대학교총장

대담․ 전병열 편집국장 l 사진․ 송지선 기자  / 2011-11-07 18:11:04

"금강대학의 발전은 천태종과 한국불교의 발전"
한국불교의 세계화, 영문 불교 서적 출판 추진


“해외 유수한 대학원에 유학을 가게 되면 장학금을 지급한다. 천태종을 근간으로 설립됐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채플 같은 강의나 법당을 가야한다는 강제성이 없고 종교 색채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를 위한 일꾼이 되라는 격려차원의 의미지 졸업 후 천태종을 위해 일하라는 조건 같은 건 전혀 없다."

금강대학교가 천태종만을 위한 대학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병조(사진) 총장의 일갈이다. 한국불교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며,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도모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금강대학교 제4대 총장으로 부임한 정 총장을 만났다.

백발에다 하얀 눈썹이 치켜선 그의 얼굴은 동안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온화한 미소는 관용을 담고 있었다. 총장 이전에 불교학자로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힘쓰고 있다는 정 총장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응용불교학과를 신설해서 불교를 좀 더 현실적으로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영문 불교서적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108권정도 출간할 계획으로 대장경, 불국사 등 한국불교문화유산과 원효, 의천, 지눌 등 한국불교 위인 등의 평전, 한국의 유수한 사찰 등을 영문으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는 것.

해외 대학원 유학 장학금 지원
금강대학교의 현안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천태종단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학교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등록금을 비싸게 받는다면 학생들이 안 오려 할 것이고 1~2등급을 고집하고 있는데 등급을 완화시키면 학생의 질적 수준이 낮아질 수 있어 고민이다. 또한 전체 재학생수가 외국 학생까지 합쳐도 800여 명으로 미니엄 대학인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이 되기 위해선 10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재학 중에 장학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지 물어 봤다.
"신입생은 100%장학금 지원이 된다. 하지만 '낙제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줄 수 없지만 그런 경우에도 30%정도 학비를 받는다. 이는 격려와 장려의 측면이며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가면 다시 장학금을 지급한다."

카이스트 대학과 같은 문제는 있을 수 없다는 정 총장은 재정자립을 위해 자체적인 수익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보안을 이유로 다 알려주지 못한다면서도 불교와 연관이 있는 사찰 웰빙음식 개발과 천태종 자원으로 평생교육원을 개설해 실버교육 등을 구상한다고 했다. 튼튼한 재단과 실력있는 교수, 우수한 학생이 대학발전의 핵심요건이라는 정 총장은 금강대학교 교수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우리 교수님들은 보편적으로 우수하지만 총장의 기준에서는 만족스럽지만은 않아요. 현 금강대학교 교수진은 외부적인 자극이 없는 가운데서 지내고 있다. 신설학교라 대학평가나 학과평가에 응모를 하지 않았었는데 내년부터는 평가제에 참여해서 교수들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분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9개 전공학과들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교수들에게도 이미 공지한 상태라고 했다. 현대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대학이 취업이라는 지표에 매달려 대학을 평가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조차 그런 쪽으로 유도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불만을 표하면서 "대학의 순수한 기능은 진리탐구가 되어야 하며 교육부에서는 대학의 특성화 정책을 세워 지원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한양대하면 공과대. 홍익대하면 미술분야, 동국대 · 금강대하면 불교학과가 월등하게 생각나듯이 자신들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30%의 국립대, 사립대 등은 외형만 키워가고 있을 뿐 학교 간에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고 정부에서도 내신과 수능만으로 줄을 세우고 있어 10여 년 후에는 대학이 제구실을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기색깔을 드러내는 데 객관적으로 노력한 것이 분명하게 인정되면 정부차원에서도 지원해줘야 한다"며 "지방대학들은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앞장서서 대학문화를 꽃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적인 화해와 용서, 미래사회 기여
정 총장은 내년부터 금강대학교 주최로 논산시와 연계해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금강대학교 내에 사회복지과도 있어서 유아교육, 장애우교육 등을 실현하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전 · 공주 · 논산지역까지 확장해서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어르신들을 위한 강좌를 열고 불교원어인 산스크리트어를 배울 수 있는 범어학당 강좌를 개설해 단기코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전 충남지역에서 금강대학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금강대학교는 상월대조사의 탄생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2일부터 2일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정 총장은 이 학술대회에서 '불교와 경제윤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세계의 석학들을 모셔놓고 논의를 하려는 자리다. 불교와 경제윤리에 관한 글을 쓰게 된 것은 응용불교의 일환으로 미시경제나 거시경제와 같은 경제원리가 불경 속에 있는가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이를 현대경영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직업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고 불교경제론이 미래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정 총장은 미래사회에서의 불교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한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종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가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관은 관용이다. 2500년 동안 종교재판이나 종교전쟁을 하지 않은 유일한 종교가 불교다. 타종교는 사랑과 이해를 말하지만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에 맞지 않으면 피의 결과를 낼 정도의 전쟁을 일으켜왔다. 불교의 정신은 관용에서 출발하고 더 나아가 화해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진정한 화해의 논리는 용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적인 화해와 용서의 원리가 미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정 총장은 종교화합을 위해서 "나의 진리가 나에게 옳은 것처럼 상대방의 진리 역시 그 사람에게 소중한 부분이다. 우리사회의 종교지도자들이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도 종교 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모습들이 있다. 모든 사람이 불교를 믿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월대조사의 원각사상에 대해서는 총장 취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심도 있게 연구 해왔다는 정 총장은 "애국불교와 대중불교, 생활불교는 매우 함축적인 사상을 보여준다고 했다. 1940년대는 일제시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의 중요성을 애국불교로 주창했고, 불교가 산간벽지의 산속 스님들에게만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대중불교를 선언했다. 또한 불자들이 절을 찾을 때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생활불교다. 이러한 세 가지 원각사상이 미래불교가 나아가야할 사상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금강대학이 발전해야 천태종이 발전하고 천태종이 발전해야 한국불교가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조계종에 이은 제2의 불교종단으로서 250만이라는 교세의 규모를 가지고 있어서만이 아니라 천태종은 현대 한국불교에 중요한 의식을 던져준 종교이다"고 강조한다. 금강대학이 지금은 작은 대학이지만 10년 후, 20년 후에는 이곳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종단을 중요하게 다스릴 것이고 한국의 중요한 위인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그는 천태종단의 발전이 크게 절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금강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임을 이해하고 종도들도 많은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