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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래블 | 북인도 배낭여행기①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수비대의 코믹 국기하강식

글 . 사진 | 김종원 박사  / 2011-10-06 11:37:28

'황금사원' 출입하려면 스카프쓰고 양발도 벗어야

이 글은 배낭 하나 덜렁 메고 인도를 다섯 번째 여행한 자유배낭여행가 김종원 박사(일명 빛고을 방랑자)가 2011년 7월부터 한 달 동안 인도 라다크를 비롯한 인도북부 여러 지역을 여행 후 쓴 여행기이다. 그중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에서의 국기하강식 장면과 시크교도의 성지인 황금사원 부분만을 발췌해 싣는다. (편집자 주)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에서의 국기하강식
새벽 4시에 일어나 암리차르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지난밤에는 GH(게스트 하우스) 종업원의 코고는 소리가 마치 탱크가 지나며 지축을 뒤흔드는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뉴델리 기차역으로 갔다.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역사(驛舍) 안은 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시끌벅적 떠들어 대는 소리가 마치 참새 떼가 지저귀는 소리 같다. 주위가 시끄럽고 분주하게 오가는 인파들로 인해 정신이 혼란스러워 마치 혼돈의 세계에 빠져든 듯하다.

원래 열차가 10번 트랙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갑자기 9번 트랙으로 바뀌는 바람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겨우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십 수 년 전, 인도를 처음으로 배낭여행 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였다. 트랙이 바뀌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특급열차를 놓치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차를 얻어 24시간 만에 캘커타에 도착하는 일을 겪었었다.
8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는데 24시간이나 걸렸다. 아무튼 인도에서 열차를 탈 때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07:30분 뉴델리 역을 출발하였다. 이른 아침의 차창 밖 풍경은 가관이다. 자그마한 물통을 하나씩 들고 들녘으로 일(?)을 보러가는 사람과 엉덩이를 까발리고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인도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손에 들린 물통은 일을 보고난 후 항문을 씻기 위해 준비해간 물이 들어있다. 인도인들은 일을 보고난 후 물로 씻는 화장실 문화로 인해 치질환자가 없다고 한다.

뉴델리를 출발해 파키스탄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암리차르까지 오는 동안, 인도군의 주둔지와 위장포를 둘러쓴 탱크 그리고 8mm곡사포를 단 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마치 우리나라 최전방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돈다. 암리차르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약 30km 밖에 떨어져 있기 않기 때문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13:30분경 암리차르에 도착하였다. GH에 여장을 푼 후 곧장 인도 국경마을인 아타리로 갔다. 국기 하강식을 보기위해서이다. 일몰 30분 전에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의 국경수비대가 펼치는 국기하강식은 대단한 볼거리로 알려져 있어 매일 수백 명이 몰려든다. 국기하강식이 시작되기 전,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의 기싸움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젊은 남녀들이 조를 이뤄 국기를 휘날리며 파키스탄 국경까지 달리기를 하더니만 곧이어 춤판이 벌어진다. 그리고는 스피커에서 누군가에 의해 ꡐ힌두스탄!ꡑ이 선창되면 군중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진다밧!'을 외친다. '위대한 인도'라는 뜻이다. 파키스탄 쪽은 숫자와 함성에 기가 눌렸는지 인도 쪽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다. 한참 후, 배가 불룩 튀어나온 별3개 장군이 지프를 타고 등장하자 드디어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국기하강식이 시작되었다.

국기하강식에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파키스탄 군인과 카키색 군복을 입은 인도군인 그리고 양국 군인 모두의 머리에는 부채를 붙여 놓은 것 같은 의장모를 쓰고 있다. 구령이 붙여지고 군인들의 행진이 시작되자 여군의장대 두 명이 씩씩한 동작으로 군중을 압도하며 걸어 나온다. 전에는 여군의장대를 볼 수 없었는데 새로 투입한 것 같다. 두 나라 군인들 모두 엄청나게 큰 몸짓의 제식동작을 한다. 행진하는데 눈을 부릅뜨고 발을 하늘 높이 들었다가 놓는다. 팔도 머리 위까지 치켜 흔든다. 마치 꼭두각시놀음처럼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절도 있는 동작과 괴성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괜히 생기가 넘친다. 이들의 기싸움에 가까운 코믹한 퍼포먼스는 한마디로 폼생폼사였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두 나라 국경에서 양국 군인들은 축제와 같은 국기하강식을 함께 하고 있다. 서로 같이 서서 같은 구령에 같은 행동과 동작, 같은 음악에 국기 하강식까지 같이 맞추어 함께 하는 것이다. 민족의 분단을 고착시키는 적대감만 키워왔던 우리의 판문점에서 아니면 비무장지대 어디에선가 외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보는 가운데 수천 명의 남북동포가 함께 모여 남과 북 군인들이 펼치는 이런 코믹하면서도 극적이고 멋있는 국기하강식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시크교도의 정신적 모태인 황금사원
인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몇 가지가 있지만 시크교도들의 터번도 그 중의 하나다. 옆구리에는 칼을 차고, 한결같이 검은 수염을 길게 기르고 다니는 그들의 성지가 바로 암리차르다. 시크교도들의 정신적 모태인 황금사원이 바로 그곳에 있다. 암리차르는 1577년 시크교의 제4대 구루(Guru․정신적인 스승)였던 람 다스가 암리타 사라스(Amrita Saras)라는 신성한 저수지 주변에 건설한 도시로 암리차르라는 지명은 이 저수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토스트와 우유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시크교도의 총본산이자 성지인 황금사원으로 갔다. 이곳 황금사원은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중 6위에 해당하는 곳이다.    

황금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존경의 표시로 머리를 가리고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도 벗어야 한다. 입구에는 스카프 대여소와 신발보관소가 마련되어 있다. 모두 무료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발을 씻는 곳이 있다. 이슬람사원에서처럼 수돗물이 나와 발을 깨끗이 씻는 것이 아니라 고인 물에 담갔다가 걸어 나오면 되는 형식적인 씻음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오염 및 질병예방차원에서 어떤 약품이 섞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곳에는 매우 근엄한 표정으로 기다란 창을 든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서 발을 씻지 않은 사람이나 머리를 가리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들여보내지 않는다. 여기를 통과하면 대리석으로 만든 인공연못에 물이 가득 차있고 그 중앙에 황금사원이 위치해 있다. 맑은 인공연못 안에는 잉어 떼가 유영하고 있다. 이 황금사원은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는 일개 관광지일지 모르지만 시크교도에게 있어서는 시크교 종교의 총본산이자 성지이다. 참배객들은 황금사원으로 들어와서는 땅에 엎드려 큰절을 한다든지, 문지방에 손을 대었다가 이마에 댄다든지 아니면 사원이나 구루의 초상을 향하여 큰절을 한다. 그리고 옷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힌두교인들이 강가(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듯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질서정연한 사원
우중임에도 '구루의 다리'로 불리는 길목엔 참배객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사고가 날까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요원들이 입장하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한 줄로 서서 기다렸다가 일정 수가 나오면 일정수가 입장할 수 있다. 황금사원으로 들어가는 이 길부터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붉은 카펫이 깔려있고 사진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원 내의 1층은 물론 2층과 3층까지 성소 곳곳에는 참배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좁은 계단을 오르는데 교행 하는 사람들로 여간 힘들다. 유심히 살펴보면 사원 안에는 의자나 탁자와 같은 가구가 전혀 없다. 다만 한쪽에 시크교의 성전(聖典)인 '그란트 사히브(Granth Sahib)'가 놓여있을 뿐이다.

돔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중앙에는 자그마한 성소가 있고 직사각형 네 모퉁이에는 황금사원의 메인 돔과 똑같은 모양의 황금빛 돔이 자리하고 있다. 돔은 반사된 빛에 번쩍번쩍 빛나 눈이 부시다. 황금사원은 여느 사원에 비해 전반적으로 깨끗하다. 사원내의 곳곳에는 청소하며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느 곳이든 항상 깨끗하게 쓸고 닦기 때문이다.  

성소 안에는 노란색 터번과 하얀 수염을 기른 시크교 종교지도자 구루가 돋보기를 낀 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자세로 경전을 읽고 있다. 매우 경건해 보일 뿐만이 아니라 함부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 모습을 몰래 카메라에 담았다. 사실 사진촬영을 금하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황금사원 안 어디에서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참배객 누구나 사진을 찍지 말라고 눈치를 준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성지이기 때문에 존경심의 발로에서일 것이다.

사원 안 한쪽에 있는 '구루 카 랑가르(Guru Ka Langar)'에서는 이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주는 급식소가 있다.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점심을 때우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들어오는 순서에 따라 식판과 수저를 들고 일렬로 앉으면 손을 씻는 물이 나오고, 잠시 후 자원봉사자가 양동이에 콩 수프인 달(Dahl)을 담아와 국자로 퍼주는데 손놀림이 매우 빠르다. 이어서 식판위에 차파티가 놓이고 반찬으로는 망고장아찌가 제공된다. 차파티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고 둥글게 밀어 구운 인도식 빵을 말한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만약 음식물이 부족할 경우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준다. 그리고 음식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고 감사한 표정을 짓는 게 예의이다. 또한 식사 후에는 식판과 수저를 따로 반납해야 한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식판과 수저를 따로 씻기 때문이다.

시크교도들은 빈민구제 사업을 많이 하고 특히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으로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그 이유는, 시크교의 창시자 구루 나낙(Guru Nanak)이 평생 헐벗은 채로 탁발수행을 하며 얻어먹었기에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았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정직한 삶을 살고 소득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사람은 신에게로 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지도자였기 때문에, 시크교도들에게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과 베풂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금사원에는 외국인을 위한 무료 도미토리인 스리 구루 람 다스 니와스(Sri Guru Ram Das Niwas)가 있어 잠자리를 제공해준다. 공식적으로는 숙박비를 받지 않지만 약간의 기부금을 내는 것이 예의다.

황금사원의 야경은 꿈의 궁전
시크교는 인도 인구 11억 명 중 2% 정도로 인도 서북부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약 8천만 명 정도의 교인을 두고 있는 종교이다. 시크의 뜻은 '제자'이고, 우두머리는 구루로 '지도자' 또는 '스승'을 가리킨다. 구루는 죽어서도 구루로 환생하며 대대로 이어진다. 교조인 초대 구루 나나크는 1469년 펀자브의 힌두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나크는 인도 전역을 돌며 "힌두교도, 이슬람도 없다"고 설파하며 두 종교의 장점을 통합했으며 힌두교의 단점인 카스트제도, 여성차별 등을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그래서 암리차르에는 카스트제도의 신분 차별이 없다.

시크교도에게는 다섯 가지 계율이 있는데, 첫째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 것(그래서 시크교도들은 터번을 쓴다), 둘째 가난한 이와 수입을 나눌 것, 셋째 오른손 손목에 쇠로 만든 팔찌를 찰 것, 넷째 짧은 바지를 입을 것, 다섯째 반드시 단도를 몸에 지닐 것이다. 시크교도는 인도사회에서 소수이지만 그들은 정치, 경제, 학계 등 인도사회의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인도의 수상을 비롯하여 특히 군인 등 요직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19:00시, 배낭을 꾸려 호텔을 나섰다. 다시 델리로 가기 위해서이다. 암리차르 역으로 가기 전 저녁식사를 한 후 기차에 오른다기에 난 막간을 이용해 황금사원으로 내달았다. 황금사원의 야경을 촬영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둥근 보름달빛을 받은 황금사원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연못에 투영된 황금사원의 야경은 꿈의 궁전이었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들먹여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황금사원을 뒤로 하고 일행들과 만나 21:30분에 출발하는 델리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필자 金鍾源 박사는
고대금속유물분석센터 이사장인 공학박사이지만 빛고을 방랑자란 닉네임처럼 여행에 관심이 많아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는 자유배낭여행가이자 사진가, 여행칼럼니스트이다.
cafe.daum.net/kjw518에 가면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