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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관광의 미래를 설계하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 2011-09-07 11:37:21

‘제6차 한중일 관광장관회의’가 2011년 5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나흘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다. 이번 관광장관회의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국 국가여유국 국장, 일본 국토교통성 대신 등 3국의 정부 대표단 100여 명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 중국여유협회 부회장, 일본관광진흥협회 회장 등 민간 대표단 300여 명 및 취재 기자단을 포함하여 총 450여 명이 참석하였다.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는 3국의 관광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2006년부터 3국이 매년 순환제로 개최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이번 회의에서 발표한 ‘평창 선언문’을 포함하여 총 여섯 차례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제1회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의 산물인 ‘홋카이도 선언’에서는 3국간의 국제관광교류 규모를 2005년 약 1,200만 명 수준에서 2010년 1,700만 명 규모로 증가시키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실제로 2010년 한중일 관광시장은 1,655만 명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목표 달성에 근접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0년 제5회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 발표한 ‘항저우 선언’에서는 2015년까지 3국간 관광교류 규모를 약 2,500만 명으로 확대하기 위한 중기목표를 설정하였다.

이처럼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는 관광교류의 양적 확대를 위한 국가간 합의 이외에, 3국간 관광교류에서 발생하는 제약요인 개선, 청소년 및 지방간 교류 확대, 2008년 북경 올림픽 및 2010년 상해 엑스포 등 3국의 주요 이벤트와 연계한 관광교류 확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이외에도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는 관광시장의 양적 성장에 부합한 서비스 수준의 제고, 공동상품 개발을 위한 프로모션, 관광산업 투자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관광부문 인력 육성, 지속가능한 관광, 관광객 안전관리 영역에서 3국간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의 관광장관회의가 한중일 3국간 관광협력이라는 대전제에 합의한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 이번 제6차 회의는 이제까지 논의된 사항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실행하기 위한 실천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는 한일 양자회담, 한중 양자회담, 중일 양자회담 등 양자간 회담에서 논의한 사항을 기초로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 3국의 관광장관이 주요 의제에 대해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한일 양자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은 인바운드 시장 성장을 위해서 한일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공동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였다. 한중 양자회담에서는 관광시장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상품의 고품질화, 서비스의 내실화 등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합의하였다. 또한 향후 관광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산업과 타 산업간 복융합화가 관광산업의 외연 확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번 관광장관회의는 네 가지 의제에 대해서 논의하였으며, 의제별로 논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의제는 ‘관광 위기 상황에 대한 3국 간 공동 대응 체계의 구축’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3국의 관광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 의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관광 위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 개발 및 관광산업의 영역에서 어떠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 방안에서부터 관광객의 소재 파악을 위한 연락체계 구축 등 세부적인 사안에 관한 대안 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또한 위기상황시 주요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긴급 장관회의 개최 또는 실무진간 회의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과 중국의 관광장관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은 위기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규칙을 제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며, 중국은 관광 위기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두 번째 의제는 ‘한중일 관광 교류 규모 확대를 위한 Tourism Vision 2020 수립 추진’이다. 동 의제는 3국 간 관광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미래전략으로서 ‘Tourism Vision 2020’을 설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한국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의 목표 설정에 합의한 사항을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수단으로서 동 계획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또한 이러한 작업은 2014년까지 시간을 두고 면밀한 검토 하에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성과 평가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중국은 이에 대해 농업, 임업, 어업 등 1차 산업, 관광 관련 장비 제조업 등 2차 산업, 정보, 금융, 문화, 스포츠 산업 등 3차 산업과 관광산업간 복융합화를 위한 영역에서 3국간 심층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세 번째 의제는 ‘한중일 공정 관광 이니셔티브 체결 추진’이다. 동 의제는 3국간 관광교류가 양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시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배경에서 출발하였다. 공정관광 의제와 관련한 핵심적인 쟁점은 국가간 관광교류에서 발생하는 기업간 공정 거래를 위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공정관광은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가치 중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점을 언급하면서, 공정관광을 정립하기 위한 공정한 규칙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공정관광 이니셔티브 체결 추진’을 제안하였으며, 일본에서 개최되는 차기 회의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 합의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관광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서 공정관광에서 지향하는 가치와 핵심적인 요소가 관광기업에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네 번째 의제는 ‘한중일 관광 교류 확대를 위한 공동 사업 발굴’로 미래 관광의 주역이 될 청소년 교류 활성화와 3국간 공동 관광상품 개발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이제까지 청소년 관광 관계자를 중심으로 운영된 한중일 청소년 포럼에 청소년 세션을 개설하는 등 운영 방식의 변화를 주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즉 청소년의 관점에서 한중일 3국 관광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기 위한 논의의 장 마련 등 미래지향적인 운영 방향을 제안하였다. 이와 연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한중일 3국 장관 공동 명의의 표창제도 및 청소년 관광 캠프 개최에 대해서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 3국 및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청소년간 관광교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주인공으로서 청소년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 교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한중일 관광 골든루트 10선 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동 사업은 한중일 3국간 공동 상품 개발의 사전 단계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군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대표 관광지를 선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3국간 역내 및 역외 시장을 대상으로 홍보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관광장관회의는 한중일 3국간 미래비전인 ‘Tourism Vision 2020'을 공동으로 수립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의 관광장관회의 운영 방식은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국가간 합의점을 도출하고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를 실천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제6차 관광장관회의에서는 3국이 공동으로 미래관광비전을 설계하기 위한 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퇴색되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국가간 공동 연구와 조사 등 실행적인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3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관광패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관광을 통해서 기대하고 있는 서비스 욕구는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관광에서 체감하는 불편 및 불만 사항은 어떠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이 역외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의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3국간 공동 상품개발 및 프로모션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유럽 각국을 기차로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패스, ‘6-in-1=tropical paradise'라는 슬로건 하에 동남아 6개국이 연합한 관광협력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협력을 통한 상생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중일 3국간 관광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Tourism Vision 2020'의 선포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