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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발전’ 실현이 마지막 희망이다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1-09-06 11:19:09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다. 오곡이 온 들녘을 황금으로 물들이고 가을 햇살에 무르익은 백과가 탐스런 자태를 드러낸다. 청명한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길섶의 코스모스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불러온다. 아이는 고추잠자리를 쫓아 맴돌고 노부부의 주름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수확의 기쁨에 보석처럼 빛난다. 이는 비단 농촌의 정경뿐이랴. 가을은 모두가 기다리는 그리움의 계절이다. 추석 명절이 있고 고향이 있고 그 속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풍성하고도 넉넉한 가을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요 꿈이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이 시름의 계절로 변절돼 피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올 여름 관광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해수욕장과 계곡의 상가는 물론 콘도와 호텔, 펜션 등 숙박업소들은  긴 장마와 폭우 때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빙과, 음료, 의류 등 제조업체에는 여름상품 재고가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고 한다. 또 올 가을 이사철에는 임대차 재계약을 하는 서민들과 보금자리를 새로 구하려는 신혼부부들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 2분기에 월간 변동률이 0.4~0.6% 정도로 안정됐던 서울지역 전셋값은 7월 들어 0.8%로 높아졌다. 여름 비수기인데도 이같이 전셋값이 올랐다는 것을 볼 때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 대란을 우려해야 한다. 이 가을 서울역에서 쫓겨나야 하는 노숙인들은 더 참담하다, 이들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문제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도 없이 쫓아내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올 겨울 엄동설한에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 생명마저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공포시대’에 살아야하는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 깊어진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20.6을 기록,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4.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외형상 지난 3월과 비슷하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급등한 채소값이 3월 위기의 주범이었다면, 7월에는 ‘국제유가 상승, 농축산물가격 상승, 서비스가격 상승’ 등이 주요인이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에 따른 농산물 작황 저조로 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공포다. 풍요로움의 대명사인 추석을 맞이하는 서민들은 고삐 풀린 물가에 울분을 토하다 못해 망연자실한다. 풍성하게 차려진 제수 상을 기대하는 가족 · 친지들 보기가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는 주부들이 많다.

결국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 모두가 민생을 화두로 삼고 있지만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갈등을 부추기고, 대학 등록금이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경기침체가 끝이 보이지 않자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당부처의 각종 지표는 청사진은 펼쳐 보이지만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가계부채는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6월 말 현재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지난 3월 말보다 18조9000억(2.2%) 증가한 876조3000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강 건너 불구경’하며 풍요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신귀족’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상대적 박탈감에 서민들의 분노는 하늘로 치솟지만 이들은 별 세계인양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고교 졸업자 취업기회 확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발전, 자영업 및 골목상권 보호, 물가안정, 전·월세시장의 안정과 서민의 주거비 경감을 위한 노력 등을 다짐했다.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네이버의 국어사전에서는 ‘경쟁이 최우선시 되는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에 크게 의존하는 복지 지상주의와도 거리를 두자는 개념의 신조어’로 소개하고 있다. 영문을 직역하면 ‘생태계적 발전’이다. 청와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강자와 약자가 공존 공생하는 생태계적 균형을 찾아가자는 뜻에서 이 단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젠 대통령의 공생발전 실현에 마지막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