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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 관광의 경쟁력 키우기

글·김규호 경주대학교 관광레저학과 교수  / 2011-02-07 14:37:06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관광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일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관광은 삶의 질을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외화획득에 의한 국제수지 개선, 주민소득 증대 및 고용창출 등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나라에서 관광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지역의 성장을 주도할만한 특정 산업을 유치하기 어려운 지방에서는 지역발전 수단으로 관광자원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개발에 대한 인식전환이 선행조건이다. 관광의 국제경쟁력은 지방에서 나올 수 있고,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자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굳이 관광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이라야 관광객들도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들의 처지를 고려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관광자원개발보다 외형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관광개발계획을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관광의 현실적인 시장여건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은 채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대부분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그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현실성 없이 그럴듯하게 수립해 놓은 관광개발계획이 제대로 완성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관광개발계획이 실현되지 않는 것은 계획의 내용에서 현실성이 없는 점도 있지만,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선도투자 여력이 없는 탓도 있다. 즉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관광공간이나 시설을 조성하려면 공공부문에서 기반시설에 선도투자가 필요한데, 재정상태가 열악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 수단으로 관광개발을 추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에 지역에서 수립한 관광개발계획을 반영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한 사례가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에 근거한 초광역권개발계획과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4대강 및 국가하천 연안개발이라고 하겠다.

초광역권개발계획과 친수공간개발과 같이 중앙정부가 국가정책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업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관계없이 그럴듯하게 포장한 개발계획을 경쟁적으로 수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수립하는 계획에 반영되어야 향후 국비보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실 관광자원개발의 대상은 문화유산과 자연환경과 같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지닌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도하여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민간자본의 유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광개발 사업에 대한 인식은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선진화 방안에서 한국관광공사의 관광개발업무를 축소하거나 경북관광개발공사의 민영화 추진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용지를 조성하여 저렴하게 분양하거나 주거환경 안정을 위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처럼 관광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개발에 공공부문의 선도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9월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주요 분야별 재원배분계획을 보면 관광정책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규모가 12개 분야에서 2013년까지는 11위이지만 2014년에는 4조 3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 353조 원의 1.2%로 최하위로 되어 있다.

재원배분계획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문화와 관광부문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관광부문에 대한 예산배정을 낮게 책정하면서 어떻게 관광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관광의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재원배분뿐만 아니라 관광개발을 위한 행정체계의 분산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관광개발과 관련한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보다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산림청 등에서 예산과 사업의 규모, 내용 면에서 훨씬 많은 재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관광개발을 추진할 경우, 관광개발과 관련한 예산규모가 적은 관광정책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정작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지역발전 수단으로 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개발 업무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관광개발을 추진하여 지방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관광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통합,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기이다. 그러한 방안으로 관광 업무를 통합하여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관광청’ 신설이나 국토이용과 관리를 담당하는 부처에 관광정책업무를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보여줄 자원은 많은데 관광객을 불러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홍보나 마케팅 전략을 강구한다고 한들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관광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지방의 관광 경쟁력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즐겨 찾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관광공간과 시설이 조성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개발의 대상이 대부분 공유재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논리로 접근한다는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와 더불어 효율적으로 관광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분산되어 있는 관광행정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관광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규호 교수는
경기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석사, 경기대 대학원 관광개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경주대 관광대학 관광레저개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창조지역특별위원회 위원, 경상북도 동해안권발전 공동협의회 위원, 경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울산광역시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관광학회 이사 및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학술상(경주대 총장), 학술논문심사자상(한국관광학회), 공로상(한국관광협회중앙회), 공로상(세계태권도연맹), 최우수 심사자상(한국관광학회),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