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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관광 | 농어촌체험관광②

“도시화 과정서 잃어버린 이상향을 만나본다”
온가족이 함께 보고 겪고 즐기는 ‘농어촌체험관광’

이상미 기자(sangmi@newsone.co.kr)  / 2011-01-04 10:31:28

농어촌체험관광은 농어촌을 ‘채소 또는 생선 등이 나는 곳’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나아가 생산과정 자체에 주목함으로써 시작됐다. 생산물 위주로만 이해할 때 농어촌의 자원은 매우 한정되지만, 농어촌의 생활양식·역사·문화·생태적 환경 등에 주목하면 농어촌의 자원은 확장된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90년대 후반부터 체험마을을 조성, 농어촌의 이해를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여기에 인터넷과 미디어 기기의 발달로 비주얼 시대를 맞아 그저 보는 것에 그치는 것보다 직접 겪어 보는 관광이 선호되고 있어, 농어촌체험관광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체험관광은 그저 인식의 전환과 비주얼 시대가 낳은 트렌드라기보다 우리가 도시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과 다양한 삶의 체험 등을 제공해준다는 면에서 보다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관광형태다.

나무이름, 풀이름 하나 모른다면…
도시에서 태어나 나무이름, 풀이름 하나 모르는 ‘생태맹’ 아이들이 늘고 있다. 소설 속에 ‘오리나무’란 단어가 나왔을 때 그 생김새를 아는 도시인이 얼마나 될까? 자연의 이름을 모르고도 살아갈 수 있다지만, 그것은 얼마나 삭막한가.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생태체험을 시켜줌으로써 그 문제에 접근을 꾀하고 있다.

아이들의 생태체험 그리고 성인들 자신이 잠시나마 옛 시절에의 회귀를 꿈꾼다면 ‘생태체험관광’을 운영하는 농어촌마을이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도정리에 위치한 ‘순천생태마을(고산마을)’은 2006년에 농림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산간마을이다.

철쭉 군락지인 문유산과 중중첩첩 펼쳐지는 조계산의 운해와 일출, 석양이 아름다운 이 마을은 야생동물과 철새, 텃새 그리고 각종 희귀곤충, 야생화, 산나물, 산열매가 많은 곳이다. 가재와 수서곤충 서식지가 잘 보존된 계곡과 웅덩이, 습지가 어우러져 생태를 관찰하기 좋아 여름방학이면 수백명의 학생들이 다녀가는 등 생태체험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봄에 개구리 알체험과 곤충관찰, 여름에는 가재잡기와 곤충채집 및 농산물수확, 가을에는 가을곤충 및 메뚜기 잡기를 할 수 있다. 연중으로는 솟대 만들기와 떡 만들기, 활쏘기 등을 해볼 수 있고 신청 프로그램 마다 2∼3천 원씩을 받고 있다. 그 밖에도 8월부터 10월 말까지 30명 단위로 소백산생태체험에 나설 수 있는 충북 단양의 ‘소백산가리점마을’, 100여종의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충남 서산 ‘나비아이 농장’을 추천한다.

어부가 되고 농부가 되어보자
회색빌딩과 지하철 사이에서 회사원으로 평생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막상 도시를 이탈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체험마을은 삶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농부가 되어보는 것은 물론, 어촌에서 직접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볼 수 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에 위치한 마을 ‘이슬촌’은 주민의 80%가 60~80대의 고령이다. 깻잎을 절여 팔던 이 마을은 6년 전 체험마을을 시작, 지난해 1만80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크게 성공했다. 성공요인은 전통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던 것과 그 전통문화체험에 충실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대표적으로 봄에는 봄나물 캐기와 보리밟기를 여름에는 깻잎·옥수수 따기와 허수아비 만들기, 가을에는 들깨 털기, 고구마 캐기, 벼 베기를 겨울에는 겨울배추 수확과 퇴비 만들기 등 전형적인 시골농부의 일을 체험할 수 있다. 놀이문화체험에선 한지공예, 황토돌담, 널뛰기, 투호놀이 등을 해볼 수 있다. 당일체험과 1박 2일 체험이 있지만 1박 2일 체험이 민박투숙과 함께 전통시골밥상을 받아보고 특산물 장터도 방문하는 등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다.

어촌체험마을들은 주로 고기잡기체험과 갯벌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암 남해군 삼동면에 위치한 ‘은점마을’은 유명한 전복 서식지로 갯벌체험과 문어통발 등의 고기잡이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2010년 농림수산부 주관 제5회 우수어촌체험마을 선정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동그란 그물망을 바다에 던져둔 후 문어, 불가사리를 잡는 ‘통발체험’, 직접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나가 그물로 고기를 잡는 ‘호망, 강망, 정치망 체험’, 갯벌에 나가 전복·고동 캐기 등이 준비돼있다. 프로그램 당 1∼2만 원을 내고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목장주나 도자기 장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경기도 화성시의 ‘진주목장’에서는 소젖 짜기와 여물 먹여보기 체험이 가능하다. 경기도 이천은 이미 도자기로 많이 알려진 고장이다. 이곳 ‘이천 도자기 마을’에 밀집한 도자기 공방에서 장인의 지도 아래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밖에 치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전북 임실의 ‘임실치즈마을’, 귀여운 양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강원도 평창군의 ‘지르메양떼목장’도 추천한다. 판에 박힌 도시생활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도시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정신적 고향에서 얻는 휴식과 재충전
농어촌은 도시민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정신적 고향이고 불신과 경쟁이 만연한 도시를 벗어날 탈출구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이는 도시에서 태어난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도시민들의 농어촌에 대한 관광·레저 수요는 늘어난다. 고향을 그리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도시민들에게는 잠시나마 녹색공간에서 재충전을 하기 위한 휴식, 레저도 중요하다.

강원도 삼척의 ‘장호마을’은 항구와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어업체험과 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003년 동해안 1호 체험마을로 조성된 뒤 2007년에는 어촌체험마을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오랜 운영경험이 믿을 만한 곳이다.

프로그램으로는 깨끗한 바닷물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곳에서 돌 밑에 숨은 고동 잡기, 어업인들과 함께 아침에 그물을 투망하고 저녁에 그물을 걷어 선상에서 바다 속 여러 생물들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어업생활체험, 배를 타고 창경을 통해 수중생태를 관찰하고 뜰채나 갈고리로 수중생물을 잡을 수 있는 창경바리체험이 준비돼 있다.

장호마을의 특색인 레포츠 프로그램은 스쿠버 다이빙과 바다래프팅 체험과 투명카누체험 세 가지다. 바다래프팅 체험은 국내어촌 최초시도로 래프팅보트를 타고 해안절경을 감상하고 보트손낚시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체험이다.

이밖에도 농어촌체험과 레포츠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마을로 수상보트를 탈 수 있는 거제도 ‘다대체험마을’, 남강 뗏목체험을 할 수 있는 경남 의령 ‘보천과체마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