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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 걷기 여행④ | 한강 여강

“추억의 계절로 노 젓는 여강 나룻배”
가슴에 발자국 남기는 ‘한강 여강 나루터길’

이승현 기자 (ysh@newsone.co.kr)  / 2010-12-03 13:07:57

옛이야기의 흔적을 찾아
한강 여강 나루터길은 남한강의 다양한 나루를 중심으로 답사여행을 할 수 있는 가람길이다. 옛 나루터의 번창함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나루터 자리에 남아 있는 표지석만이 그곳이 나루터였음을 말해 준다.
여강 나루터길은 나루터를 찾아, 그 옛날 나루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물류의 이동과 사람 살던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보는 답사여행길이다. 특히 여강 나루터길의 주요 도시인 여주는 강변에 있는 다양한 문화재와 왕릉 등을 답사하며 여행할 수 있는 문화의 도시다.
또 금사습지 같은 살아 있는 습지를 만날 수 있으며 금모래가 많은 여강의 특징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강과 신륵사를 한눈에
여주읍에서 신륵사를 향해 접어들면 길 오른쪽으로 마암(馬巖)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이 큰 바위 언덕에 있는 고풍스러운 누각이 영월루다. 영월루에 오르면 푸른 강과 신륵사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하늘과 강 그리고 산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색은 구분을 지음이 무의미하다.
영월루는 원래 여주군청의 정문이었다. 그러나 1925년경 신헌수 군수가 지금의 자리에 누각으로 다시 세웠다고 한다.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의 2층 누각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영월루 바로 아래에는 커다란 괴암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 바위 위에는 힘 있는 필치의 ‘마암(馬巖)’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영월루 남쪽 사면에는 1958년에 여주군 하리의 절터에 있던 창리 삼층석탑(보물 제91호)과 하리 삼층석탑(보물 제92호)이 있다.
18세기 말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영월루는 전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낮은 기단과 기다란 몸체, 치켜 들려진 지붕의 비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다.

낙토(樂土)의 중심, 신륵사
영월루에서 여주대교를 건너 30분 남짓 걸으면 나옹선사의 혼이 담긴 천 년 고찰 신륵사를 마주하게 된다. 신륵사는 낮고 부드러운 곡선의 봉미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조선 초 문인 김수온은 신륵사의 절경에 대해 “여주는 국토의 상류에 있어 산이 맑고 물이 아름다워 낙토(樂土)라 불렸는데 신륵사가 이 형승의 복판에 있다”고 칭송했다. 신륵사는 아름다운 경관과 많은 유물·유적을 간직하고 있지만 정작 이 절의 내력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유물이나 유적이 없고 고려 우왕 2년(1376)에 나옹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한 절이 됐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사찰 안을 들어서면 먼저 구룡루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곳을 지나면 신륵사의 금당으로 아미타불의 도량인 극락보전이 있다. 극락보전 앞에는 구름과 용무늬가 아름다운 다층석탑이 소담스럽게 서 있다. 그림 같은 단칸집 조사당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나옹선사의 석종부도와 목은 이색이 썼다는 부도비, 석등이 신륵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또 신륵사를 일명 ‘벽절’이라 부르게 한 다층전탑이 묵묵히 여강을 굽어보고 서 있다. 나옹선사의 당호를 단 강월헌(江月軒)에서는 아직도 그 옛날의 시인 묵객들이 시 한 수를 읊고 있는 듯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고/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의 유명한 시다.

속 깊이 팬 ‘발자국’
신륵사의 멋에 한껏 들떴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그동안의 풍경을 되짚으며 영월루로 돌아가 강변유원지로 걸음을 내딛는다. 강변유원지를 지나 남한강을 끼고 걸으며 맞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짙고 푸른 겨울 하늘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물결과 금은모래 강변공원의 한적함과 여유에서 이미 뼛속까지 따뜻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강변유원지 주차장 아래쪽과 강 건너 신륵사로 가는 중간 길에 있는 조포나루터에는 황포돛배 승선상이 있어 옛사람들의 생활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짧게 느껴지는, 겨울이라 더욱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만 같았던 여강 나루터길은 문화재와 전통, 현대적 공원 그리고 자연을 동시에 느끼는 길이었다.
강은 많은 것을 싣고 흐른다. 그 폭과 깊이가 클수록 더더욱. 그러나 강의 흐름은 고요하다. 그 고요함에 스며 자연과 전통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길 위에 남긴 발자국은 우리의 가슴에도 깊게 자국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