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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존폐 정치논리로 좌우해서야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12-03 10:51:54

소규조수(蕭規曹隨)라는 말은 소하(蕭何)가 한(漢)나라의 법령과 제도를 제정하고 그 후임으로 승상에 오른 조참(曹參)이 모든 정책과 법령을 그대로 계승해 성공함으로써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또한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때, 그 부정적인 것을 반면교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화혁명 때 그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민선 5기에 들면서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지역축제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축제가 폐지되거나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구조조정을 통해 통폐합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가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전임자의 정책을 계승하거나 문제점을 보완·개선해 나감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지역통합을 위한 신뢰가 구축될 것이다. 그런데 단체장의 이해타산이 전제된 정치적 논리로 지역축제의 존폐를 좌우한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실제 대전 중구의 경우 민선 5기 출범 이후 ‘토요어울마당’을 비롯해 ‘루체페스타축제’, ‘대전역 0시 축제’ 등 33건의 문화 예술축제 가운데 31건을 취소했다. 소모성, 전시성 행사보다는 복지분야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토요어울마당은 전임 청장의 역점 시책으로 4년간 계속해온 중구의 대표행사라고 한다.
경북 상주시는 2007년부터 개최해온 ‘동화나라 이야기 축제’를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 축제는 전임 시장이 지역 대표축제로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10월 북천시민공원과 시내 일원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3월부터 축제 사무국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후임 시장은 이 축제를 폐지하고 대신 ‘곶감 한우축제’를 확대해 지역 대표축제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전남 나주시는 ‘영산강 문화 축제’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산강 문화축제는 전임 시장 때 농경문화와 역사문화를 지역 대표축제로 승화·발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상품화를 목표로 6년 동안 개최해 왔으나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했다는 것이다. 대신 지역 대표적 향토산업 중 하나인 천연염색을 테마로 한 축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축제가 비생산적으로 예산낭비 성격이 강하고 관광자원화 등에도 미흡하다는 이유다.
한편, 단체장이 바뀌면서 축제가 부활하거나 활성화된 경우도 있다.
충북 충주시에서는 무술축제가 부활한다.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한국무술총연합회 회장이 충북도지사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충주무술축제’는 1998년 이 지사가 충주시장 시절 추진한 것이다. 정부 우수축제로까지 인증받았지만 후임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했었다. 하지만 충주시장이 다시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충남의 ‘세계대백제전’은 이완구 전임 지사가 평범한 지역 문화행사였던 ‘백제문화제’를 국제행사로 키운 것이다. 2007년 40억 원, 2008년 80억 원, 2009년 100억 원의 예산으로 계속 확장해 올해는 240억 원 규모로 키워놓았다. 이에 후임 안희정 지사는 이 축제를 예정대로 시행해 오히려 단체장이 바뀐 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지역축제가 단체장의 위상을 제고하거나 치적을 쌓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지자체가 시행되기 전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강원도의 경우 지난 1995년 개최된 축제는 모두 30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9년에는 무려 120여 개로 늘어났다.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축제는 그 성격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효용성이 떨어지고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물론 순전히 단체장의 생색내기용 축제라면 당연히 폐지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임자의 업적을 폄하하고 자신의 입지를 제고할 목적으로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워 지역축제를 폐지한다면 그 폐해는 결국 지역 주민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축제가 본래의 기능대로 지역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주민의 참여와 화합, 지역특성을 홍보하는 등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문제점을 보완·개선해 지속가능하도록 지원·육성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