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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만이 능사인가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10-06 09:50:53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경제보복’에 이어 민간교류 분야까지 확대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7일 댜오위다오해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의 선장을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경제보복의 일환으로 희토류(稀土類)의 일본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생산의 97%를 차지하는 희귀 광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 전기 자동차· 풍력 발전 모터· 액정 패널(LCD)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은 또한 관광객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일본 여행상품에 대한 광고와 판매를 중단하라고 자국 여행사에 권고함으로써 사실상 중국인의 일본 관광을 중지시켰다. 일본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지난 7월부터 일본 관광 비자 발급 요건을 기존 비자 발급 조건인 연 수입 25만 위안(한화 약 4500만 원)에서 6만 위안(한화 약 1000만 원)으로 크게 완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중국 국경절(10월 1일) 연휴에 대비해 관민(官民)이 총력을 다해 중국 특수(特需)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실제 일본 야마나시현 숙박업소에 예약돼 있던 중국 기업 단체 관광객 4800여 명이 취소됐다는 보도다. 또한 중국 기업 ‘바오젠사’는 일본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사원 1만여 명의 일본 여행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일본 관광은 일본 정부가 경쟁국 한국을 누르고 따낸 일본 외상의 역사상 최대 방일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사실 후지산 유원지가 위치한 야마나시현은 주요 숙박시설 투숙객의 40% 이상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일본 경제의 숨통을 조여 구속 중이던 선장을 석방하도록 한 것은 자원을 무기화함으로써 총성 없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정치적인 고려가 아니라 관할 검찰의 자체 판단임을 강조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특히 희귀 광물자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까지도 ‘무기화’할 수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중국과의 교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그 중에서도 우리 한국의 대 중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 유치에 총체적으로 ‘올인’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예산투자와 제도개선, 행정 지원책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정부가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 완화와 절차 간소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중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를 위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 특별대책반’을 구성· 운영한다. 대책반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시급한 숙박, 음식, 가이드, 쇼핑 등 4개 부문에 대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관광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와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들의 관광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만족을 주는 것이다. 인센티브 적용이나 서비스 개선, 가이드 확충 등 단편적인 부분들로서는 일시적인 유인책 밖에 되지 않는다. 거대하고, 웅장하고, 화려한 관광요소는 중국을 따라갈 수 없다. 또한 기본적인 관광인프라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와 유적, 상서로운 금수강산, 전래 향토음식, 아담하고 쾌적한 숙박시설 등 한국만의 차별화된 우수한 관광자원을 그들의 구미에 맞게 개발하고 신비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관광을 통해 멋진 추억을 새긴 이들이 최고의 ‘홍보맨’이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활성화가 중국인 관광객만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당국은 반드시 금번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