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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이승현 기자  / 2010-09-06 10:26:18

여름휴가 기간 오랜만에 도보여행을 하고자 경주에 갔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는 일이 이제 익숙할법했지만 요즘 여름이 어디 그냥 여름인가. 막혀오는 숨을 가다듬고 뙤약볕을 견디며 걷다가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내소로 들어서자 그곳에서 일하던 두 직원이 벌떡 일어서며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로 나에게 외쳤다. 내가 길을 물어보자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생글생글 웃으며 알려준다. 그들의 친절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즈음 길을 나섰다. 그런데 무심코 뒤를 돌아봤더니 좀 전의 그 두 안내원이 전혀 다른 얼굴과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절과 봉사를 파는 ‘인조인간’에서 ‘사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미 전화에서, 백화점에서, 식당에서 수많은 기계적 친절 서비스의 냄새에 길들어 있다.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백화점 직원의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은 극히 일부며, 항상 밝은 톤을 유지하는 서비스센터 직원의 전화 목소리에도 우리는 무덤덤하다. 인조인간의 친절에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사는 우리도 이미 인조인간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것은 모른다.

여행지에서도, 직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점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마음과 마음의 만남은 사라지고 머리와 머리의 만남이 자연스러운 요즘, 인조인간에 익숙해진 우리는 억지로 웃고, 억지로 인사하고, 억지로 말을 건네는 ‘인조인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조인간의 표정도 사람의 마음이 닿으면 숨어 있던 사람의 표정을 짓는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상적이고 건조한 이 말에 ‘양념’을 한 번 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