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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떠나는 ‘우리江 걷기’ 여행

영산강 담양 수목길·남도 식도락길

임향묵 기자(muki79@newsone.co.kr)  / 2010-09-06 08:50:44

인류의 모든 문명은 강(江)에서 시작되어 꽃을 피웠다. 우주시대가 열린 지금에도 강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시가 형성되어 발전해 간다. 그만큼 강은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류의 이야기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강(꽃벼루재길+골지천길, 두물머리길, 여강나루터길), 금강(무주벼리길, 백제역사 비단강길, 3대포구길+금강하구길), 낙동강(낙동강원류길+승부역길, 퇴계오솔길, 전통의 유교문화길, 은빛모래길), 영산강(담양수목길, 남도식도락길), 섬진강(섬진강기찻길+꽃길) 주변의 아름다운 강변길 13개 코스를 ‘가족과 함께 떠나는 우리江 걷기 여행지’로 선정·발표했다. 이에 본지는 가을에 가볼만한 추천코스로 영산강 주변 담양수목길과 남도식도락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연과 하나 되는 아름다운 수목길
영산강은 광주와 전남의 젖줄로서 담양군을 지나 광주, 나주, 함평, 영암, 목포를 거쳐 서해로 흐른다. ‘담양수목길’은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 강둑길, 담양장을 환형으로 연결한 코스로 강변 숲속길과 제방길을 따라 사계절 가족 나들이에 적합한 대중적인 도보길이자 자전거길이다.

담양공용버스터미널을 나와 죽녹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다 보면 200년이 넘는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이 신비한 기운을 뿜으며 장관을 이루고 있는 관방제림을 만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해마다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고자 조선 인조 때 축조하고 철종 때 인공적으로 만든 숲으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길로 연인이나 가족들이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강변 숲길이다. 관방제림을 특별한 갈림길 없이 직선으로 이동하면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길로 곧장 이어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은 하늘 높이 솟은 긴 나무에 잎이 빽빽하게 우거져 마치 신비한 숲속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에 심취해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의 또 하나 명물인 죽녹원도 빼놓을 수 없다. 관방제림과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8개의 산책로로 조성된 죽녹원은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죽마고우길 등 길마다 다양한 이름이 붙여져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준다. 죽녹원은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만큼 ‘1박2일’ 촬영장으로 유명해져 더욱 친숙하다. 특히 이승기가 게임을 통해 살얼음판 위를 건너다 빠진 곳이라 <1박2일 사적1호> 표지판이 세워진 ‘이승기 연못’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담양의 수목길을 감상했다면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맛일 것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죽녹원 맞은편 영산강변에 위치한 국수거리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워보자.
이곳은 옛날 대나무 상인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던 국수집이 이제는 하나의 거리를 형성해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시원한 바람을 가로질러 더 많은 수목길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죽녹원 앞에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맛과 멋이 함께하는 식도락길
산이나 바다, 혹은 유적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못지않게 최근에는 맛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 나주 영산포의 영향으로 한 때 번창했던 영산포구 홍어거리에서 구진포 장어거리로 이어지는 ‘남도식도락길’ 코스는 영산강의 진면목과 함께 남도의 음식문화를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맛의 길이다.

영산포공용터미널에 하차해 뒤편 영산강 방면으로 이동하면 영산포 선창가에서부터 도로 양편 100여 미터에 걸쳐 홍어집이 줄지어 서있는 홍어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홍어는 흑산도에서 배로 영산포까지 옮겨오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썩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생선으로 별미로 삭혀 먹은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홍어는 형언할 수 없는 그 독특한 맛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홍어의 고장 전라도까지 내려온 김에 한입 맛보는 것은 어떨까? 삭힌 홍어가 끝내 거북하다면 홍어전, 홍어무침, 삼합 등 홍어 특유의 맛을 최대한 줄여주는 음식부터 시작해 보자.

영산교를 건너 직진하면 이제는 폐철로 일부만 남겨두고 자전거길로 조성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 영산포역을 지나가면 안창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17세기 유학의 대가인 미수 허목의 도학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1690년에 세운 미천서원이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된 마을 정자나무가 있어 코스 탐방 중 나무 그늘에 쉬어가기에 딱 알맞은 장소이다.

안창마을에서 한숨 돌린 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면 스태미나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장어의 거리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주의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특히 장어요리가 유명한데 이곳에서 잡은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서 맛과 영양이 더욱 뛰어나다고 한다.

좁다란 골목길 어느 식당에서 매연에 그을린 장어가 아닌 산마루 정자에서 구진포 물줄기를 내려다보며 맛보는 장어의 참맛은 그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구진포를 지나 계속해 영산포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영산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영모정과 백호임제기념관이 나타난다. 천하의 풍류객이었던 백호 임제 선생이 호남 당대의 선비들과 교류하며 수많은 시를 남겼던 곳이다.

천연염색의 전통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전시와 교육, 체험공간으로 천연염색 관련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천연염색문화관과 영산강변에 형성된 복암리고분군을 지나면 이 여행의 종점인 강암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남도 식도락길을 통해 호남을 관통하여 흐르는 영산강을 따라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