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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l 송효분 편집위원이 만난 사람③

“DMZ생태공원 조성은 보존의 시각으로 접근”
“DMZ평화생태공원은 세계적 생태관광의 귀감”

정리 | 임향묵·사진 | 이승현 기자  / 2010-09-03 11:09:49

감히 관광이라는 말이 입 밖에 내지지 않는다. 비무장지대(DMZ)에는 아직도 이데올로기가 대립하고 한국전쟁의 상흔이 깊게 패여 있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DMZ는 잊혀 지기는커녕 오히려 그때의 포성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다. 자꾸만 뒤돌아봐지는 아픔의 발자국을 지우기라도 하듯이 풀은 자라 꽃을 피워 웃고 있고 새는 그 위를 자유롭게 날며 노래하고 있다.

이제 DMZ는 역사, 문화, 자연 모두가 깃들어 있는 인류 공동의 ‘생태유산’이 되었다. 세계인이 DMZ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려는 뜻을 펼치고 있는 즈음에 환경부는 비무장지대 전역과 민통선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우려가 많다. DMZ의 진정한 가치는 ‘있는 그대로’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DMZ를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고뇌어린 노력이 있어 왔다. 무모한 개발이 아닌 보존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DMZ는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DMZ평화생태공원의 실질적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관광공사 고병욱 전략사업본부장을 만나 그에 대한 견해를 들어 봤다. 대담은 <문화관광저널> 편집자문위원인 송효분 서울레저문화연구원장(관광학박사)이 맡아 진행했다.
-편집자 주-

송효분 원장(이하 송 원장) : DMZ평화생태공원이라는 전 세계적 사업을 추진하시느라 바쁘신데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만, 경기관광공사가 이렇게 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공사의 소개와 더불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고병욱 본부장(이하 고 본부장) : 경기관광공사의 업무부서는 크게 관광마케팅본부와 전략사업본부로 나뉩니다. 관광자원의 발굴과 개발 그리고 기획은 관광마케팅본부가 맡고, 경기도가 야심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DMZ평화생태공원의 업무는 전략사업본부에서 맡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양대 본부는 항상 상보적 관계로 공사의 핵심 업무를 추진하기 때문에 경기관광공사의 생동력이 저절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송 원장 : 말씀을 듣고 보니 DMZ평화생태공원이 경기관광공사의 핵심 사업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사업의 실행을 위해 전략사업본부에는 평화생태팀이라는 씽크탱크를 조직하여 심도 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DMZ라는 생태적 또는 군사적 특수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부정확한 정보에서 오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군요.

고 본부장 : 최근 DMZ평화생태공원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손을 대느냐? 민통선지역의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데 왜 개발을 하느냐?” 등의 우려 섞인 걱정이 많습니다. 그 같은 걱정처럼 DMZ평화생태공원은 비무장지대를 직접 개발하여 조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DMZ평화생태공원은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 밖에서 조성될 뿐만 아니라 그의 조성이 생태자원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개발에서 벗어나 오로지 보존과 이용의 측면에서만 접근합니다. 예를 들면, 파주지역의 임진강 관광지 일원과 연천지역의 민통선 하변과 같은 배후지역에 시설물이 설치될 뿐입니다. 민통선지역에서는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들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더욱이 DMZ평화생태공원의 조성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평화생태팀장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간부 출신이기 때문에 DMZ평화생태공원의 사업은 국제환경기구와의 네트워크를 긴밀히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진행됩니다.

송 원장 : DMZ평화생태공원은 분명히 일반 공원과는 다르게 기획되고 조성되어야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전략사업본부는 어디에 비중을 두고 DMZ평화생태공원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지요?

고 본부장 : DMZ평화생태공원의 조성은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안보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생태자원의 보고(寶庫)라는 점에서 DMZ는 독보적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군사작전지역입니다. 최근에는 관계당국의 많은 배려로 민통선 안의 체험이 조금 가능해지기도 했습니다만, 아직은 국가안보가 최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DMZ평화생태공원의 조성에서 고려되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세계적 관심입니다. 즉 국제환경기구가 황폐해진 비무장지대의 복원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DMZ는 지구상의 마지막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대치점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코 전략사업본부의 독단적이고 자의적 판단만으로 DMZ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할 수는 없습니다.

송 원장 : 그럼에도 공원은 결코 그림속의 풍경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만 공원은 비로소 살아 숨 쉬게 됩니다. DMZ평화생태공원 역시 보통 사람의 마음에 보통으로 와 닿을 때 그의 가치는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DMZ평화생태공원을 평화와 생태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평화생태관광으로 개발하면 어떨까요?

고 본부장 : 엄밀히 말하면 DMZ평화생태공원의 조성은 관광개발이 아닙니다. 더욱이 생태와 평화를 접목시켜 소위 평화생태관광의 형태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소비관광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질적 관광에 속하는 평화생태관광이 제자리를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평화와 생태는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평화와 생태가 DMZ에서 평화생태공원으로 사람들 앞에 다가선다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체험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DMZ평화생태공원을 통한 평화생태관광은 바람직한 정책임과 동시에 현실적 사업입니다. 이 같은 평화생태관광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호기심만을 채우지 않고 오히려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쟁, 정치, 이데올로기, 명예, 금력, 권력 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풀잎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 한 방울을 못 만들 뿐만 아니라 비목에 걸려있는 철모를 감싸오는 시간의 녹을 저지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DMZ를 바라보다가 홀연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송 원장 : 정말로 DMZ평화생태공원에서 그 같은 평화생태관광이 이루어질 때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어집니다. 이 같은 희망이 현실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평화생태관광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고 본부장 : 무엇보다도 먼저 생태관광의 본질을 확실히 이해하여야 합니다. 본래 생태관광이란 “자연과 문화를 보고 배우는 친환경 여행이며, 생태계 보존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여행”을 말합니다. 이렇듯이 생태관광은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결코 일시적 계획을 수립하여 성급하게 개발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태를 훼손하여 관광으로 이용하는 것은 생태관광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DMZ에서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평화생태관광은 남북 간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한 지자체나 사업체별로 경쟁적으로 서둘러 시행하기 보다는 상당부분을 후세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 원장 : DMZ평화생태공원에서 세계인의 평화생태관광이 이루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평화는 우리 모두가 닮고 싶어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의 마음같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씀에 감사드려야겠습니다.


고병욱  경기관광공사 전략사업본부장
송효분  서울레저문화연구원장·관광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