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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이주형 기자(ljy2007@newsone.co.kr)  / 2010-09-03 10:57:54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후세에게 넘겨주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유산이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의 3가지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특별히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별도로 지정된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적·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2009년 7월 현재 문화유산 689건, 자연유산 176건, 복합유산 25건 등 148개국의 890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국은 유네스코에서 10건 지정 받아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지난달 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등재 평가 보고서에서 두 마을은 유교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독특한 건축물과 주거문화, 생활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과 신앙에 관계된 무형유산이 오랜 세월 온전하게 전승된 점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 창덕궁, 수원화성(이상 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이상 2000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등에 이어 열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값진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에 문화재청은 “이번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의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해 조선왕릉의 경우와 달리 자문기구의 권고가 등재 보류(Refer)로 나왔음에도 철저한 사전 준비와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조, 21개 세계유산위원국에 대한 지지 교섭 활동 등을 통해 어렵게 이뤄낸 결실이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회와 양동마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에 고무되기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보존 및 발전을 위해 마을과 주민의 수용 능력을 고려한 중장기 관광관리 전략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손님맞이로 분주한 하회와 양동
지난달 1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는 학생을 가득 태운 대형 버스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돌담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길이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제로 하회마을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 9만8223명이 일주일 만에 다녀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5만3880명과 비교해 유료입장객 44%, 무료입장객 132%가량 증가한 수치로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튿날 찾은 경주 양동마을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한 관광객으로 손님맞이에 분주하긴 마찬가지. 사실 하회마을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양동마을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져 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양동마을은 입장료를 받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어렵지만, 등재 이전 하루 평균 500명에 불과한 관광객이 최근 평일 500~1000명, 주말 3000~600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양동마을을 찾은 이옥자(54·경주시 현곡면) 씨는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찾아왔다”며 “이번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 경주 관광이 다시 한 번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보존관리 대책마련에도 만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른 하회와 양동마을이 한껏 축제분위기에 빠진 것과 달리 두 마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관계기관은 보존관리대책 마련에 분주한 표정이다.

우선 이번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자문기구인 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회)가 등재 보류(Refer)의 원인으로 삼았던 두 마을을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에 경상북도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문화재청, 경주시, 안동시 등이 참여하는 ‘역사마을보존협의회’가 조직된 바 있다. 협의회는 앞으로 두 마을의 공통 과제나 현안을 놓고 수시로 회의를 갖고 보존관리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경북도는 하회와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하회마을의 경우 916번 지방도 풍산-상주간 35㎞를 확장·포장해 접근성을 높이고, 오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전통한옥호텔’도 조기 완공한다. 반면 접근성은 양호하지만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양동마을에는 유물전시관과 대형주차장, 화장실 등을 이른 시일에 조성해 관광객 편의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안동시는 마을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하루 입장객을 5000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주시도 현재 무료로 개방하는 양동마을의 입장객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고자 내년 ‘양동마을 유물전시관’의 완공에 맞춰 유료화할 계획이다.

외형적 보전보다 전통 계승이 관건
하회와 양동마을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발 빠른 관리보전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들도 곳곳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손님맞이 못지않게 앞으로 마을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전통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느냐가 세계유산의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적 관건이라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하회와 양동마을의 외적인 전통만 보전할 것이 아니라 수백 년간 이어온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의 다양한 무형유산을 현대적인 삶과 조화를 이루도록 끊임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회마을 관계자는 “전통마을이 세계유산의 지위를 계속 누리고자 한다면 외형적 보존보다 생활 모습의 전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두 마을이 관광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돌아와 전통과 조화된 생활을 이어가도록 제도적 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하회와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으로서 지니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두 마을에 600년째 전해오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토리텔링화하는 등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참신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점차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전담 문화 해설사도 보강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해설사의 경우 하회와 양동마을에 각각 23명, 9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인력은 2~3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주 5일 근무제의 영향으로 휴일에는 두 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체계적인 해설을 담당할 인력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에 안동시청 이상일 문화예술담당은 “전통마을은 겉으로 드러난 가치뿐만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전통문화나 자연경관의 조화 등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마을의 가치를 더욱 알리도록 전담 해설사를 확충하고, 영어 팸플릿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