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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사찰관광 ④ 가평 현등사

단아함과 기품이 깃든 고찰 ‘현등사(懸燈寺)’
빼어난 절경이 가득한 가평군의 명승지

이승현 기자(ysh@newsone.co.kr)  / 2010-08-05 08:55:03

“꽃 같은 봉우리는 높이 솟아 은하수에 닿았고…”.
조선 전기의 문인 봉래(逢萊) 양사언은 그의 시에서 운악산을 이렇게 표현했다.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하고 기운이 넘치는 바위들이 봉우리마다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곳. 봄이면 자목련, 진달래, 산목련이 계곡마다 수를 놓고, 여름이면 옅고 푸른 나뭇잎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가을이면 울창한 활엽수림이 단풍으로 물들어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루는 곳. 대한민국 사계절의 색을 고스란히 담은 운악산(雲岳山) 깊은 곳에는 부처님이 비추는 현등사(懸燈寺)의 ‘등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요함이 들려주는 선율
녹음이 우거진 가평군 운악산. 굽이치는 길을 따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따라 현등사를 찾아가는 길은 거칠지만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자연의 손짓이었다.

그 손짓에 이끌려 도착한 현등사는 고요함이 내려앉아 자연 속에서 한껏 들떴던 마음도 차분히 내려앉았다. 장맛비에 바짓가랑이가 젖고 습한 날씨에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자연과 현등사가 어우러져 들려주는 고요한 선율 때문이었을까.

거대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현등사의 모습은 자연에 녹아 그 속에 어우러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첫 만남부터 친숙한 좋은 느낌의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등(燈)’이 인도한 고찰(古刹)
사찰에서 느껴지는 단아함과 기품만큼 현등사는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신라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한 해인 527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승 마라아미가 포교차 신라에 들렀다. 법흥왕은 그를 위해 현등사가 자리한 곳에 터를 잡아 절을 창건했다. 당시의 절 이름은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신라 시대의 축성법을 보이는 축대가 남아 있어 기록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 뒤 폐사됐으나 신라말 효공왕 2년(898)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지평을 연 도선국사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여행을 하던 중 운악산의 산세가 빼어나 이곳에 와 보니 옛 절터가 있어 새로 지었다고 한다.

다시 폐사된 것을 고려 희종 6년(1210)에 보조국사 지눌이 운악산 중턱에 불빛이 있어 이를 이상히 여겨 와 보니 절터의 석등에서 불이 밝혀져 있음을 보고 중창해 현등사(懸燈寺)라 칭했다.

그 후 200여 년이 지난 조선 태종 11년(1411)에 함허화상이 절을 중건했고 경내 부도에 함허무준(涵虛無準)이라고 새긴 명문을 볼 수 있는 등 현등사는 많은 고승이 머물렀던 고찰로 알려져 있다.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이 3미터에 이르는 석축을 올라야 하는데 아래 6켜는 커다란 장방형으로 댓돌을 쌓았고 그 위에 2켜는 작게 다듬은 돌을 고르게 차곡차곡 쌓아 고풍스러운 멋이 물씬 풍긴다. 석축을 올라 경내로 들어서면 극락전과 보광전, 지장전, 삼성각, 응진전, 삼신각이 눈에 들어오는데 특이하게 싸리나무로 세운 극락전의 기둥과 바탕돌에서 현등사가 고찰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포작(包作) 사이에 형성된 작은 공간에 그려진 나한도(羅漢圖)들은 은은한 채색이 아름답다.

가슴에 새긴 좋은 기억
아름다운 자연의 흐름 속에 안긴 고요한 사찰의 풍경. 그 시간 속에 머무르는 사람의 마음도 지극히 평화로웠다. 현등사 주지 가산 스님(사진)의 눈은 무척이나 맑았다.
“여름에는 메밀차가 참 좋아요.”

장맛비를 뿌려대던 구름이 잠시 운악산 봉우리에 쉬어갈 무렵, 습기를 한껏 머금은 바람이 흐르는 밝은 방, 따뜻한 메밀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그는 미소가 빛나는 분이었다.

“사회는 상호존중이 우선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면 사회의 어려움과 어둠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주제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나의 적은 ‘너’가 아니라 바로 ‘나’입니다. 나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새겨진다.
가슴에 담아온 현등사의 기억은 어둠 속에서 길 잃은 나그네를 인도하는 등불-부처님의 가르침-이었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하면 상판리 163
위치  
▶대중교통
- 기차: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승차 후 청평역에서 하차
- 버스: 서울 동서울터미널 또는 상봉터미널에서 춘천행    승차 후 청평에서 하차
- 시내버스: 청평터미널에서 현리행 승차 후 현리에서 하차, 현리에서 상판리행 시내버스 승차 후 운악산   앞에서 하차
▶승용차
- 서울 → (46번국도) 청평 → 청평검문소(좌회전) → (37번국도)현리 → 운악산입구주차장 → 도보로 현등사까지 1시간 소요
문의  031-58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