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올가을 어디로 떠나볼까’

낭만 찾아 떠나는 경북 테마여행

이주형 기자 (ljy2007@newsone.co.kr)  / 2010-08-03 15:19:25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 휴가시즌. 온종일 산으로 바다로 쏘다녀도 성에 안 차는 요즘이지만, 수북이 쌓인 일거리 탓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도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떠나기보다 한 타이밍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서둘러 찾아온 여름을 돌려보내고, 파란 하늘이 청명한 경북으로 가을 여행을 미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파란 하늘을 오르다 ‘가을 트레킹’
숨이 턱하고 막히는 뙤약볕에 문득 지난날 마주했던 가을산이 사뭇 궁금해진다. 고불고불 숲길을 따라 펼쳐진 폭포와 기암괴석, 그리고 산들바람에 흩날리던 오색단풍까지. 벌써부터 가을 트레킹을 준비하는 등산 마니아들이라면 경북은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필수코스이다.

가을산하면 먼저 청송 주왕산을 빼놓을 수 없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 가운데 하나인 주왕산은 무수히 많은 전설과 신비스런 기암괴석으로 인해 ‘소금강’이라 불리며 경북 제1의 명승지로 손꼽힌다.

특히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는 비밀스런 모습을 간직한 호수다. 이곳에선 30여 그루의 고목 왕버들이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는데, 물안개가 드리운 날이면 저수지 주변 갈대와 어우러져 신비스런 운치를 흠뻑 자아낸다.

어디 이뿐일까. 가을 트레킹의 성지로 손꼽히는 상주 속리산과 영주 소백산을 비롯해 성주 가야산, 칠곡 팔공산, 봉화 청량산, 포항 보경사(내연산), 문경 문경새재 등도 가을의 정취를 물씬 담아갈 수 있는 경북의 명산들이다.

맛있는 가을로 ‘푸드여행’
매년 가을이면 마른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과 사과가 생각나곤 한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무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찾기 위해 푸드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 가운데서도 와인 향기 그윽한 청도 와인터널과 의성 애플리즈를 찾아 이색적인 맛 체험을 즐겨보자.

와인터널은 연중 온도 15~16도, 습도 60~70%를 유지할 만큼 와인 숙성에 최적의 환경조건을 지닌 청도의 명물. 사실 이곳은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위해 완공한 철도터널이었지만, 얼마 전 와인 숙성저장고로 옷을 갈아입었다. 특히 청도의 특산물인 감을 원료로 숙성한 ‘감 와인’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아우른 듯한 깊은 맛이 일품이다.

청도가 와인터널로 떠올랐다면, 의성은 사과 와인 ‘애플리즈’로 혜성처럼 등장한 고장. 이곳에선 사과로 만든 와인과 애플파이로 무뎌진 미각을 회복하고,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으로 달콤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 밖에도 신라의 왕이 먹었던 진귀한 음식 ‘신라이사금’을 재현한 경주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와 안동 전통 종가의 기품 있는 요리를 만나는 안동 ‘오천군자마을’, 영양 ‘음식디미방’, 의성 ‘고운사 사찰음식체험’ 등 깊은 맛의 향연을 만끽할 수가 있다.

레저·스포츠로 일탈을 꿈꾸다!
올가을에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스릴 넘치는 레저·레포츠의 매력에도 풍덩 빠져보자. 청명한 가을 아래서 온몸이 흠뻑 땀에 젖도록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동화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을 레저·레포츠의 로망이라면 아무래도 ‘패러글라이딩’이 아닐까. 문경의 문경활공랜드에서는 비행에 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라도 2인 1조로 텐덤비행(Tandom Flying)을 체험할 수가 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높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기분은 결코 몇 마디 단어로는 수식하기는 어렵다.

또한 온 가족이 함께 페달을 굴러보는 ‘철로자전거’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는 ‘사격체험’의 매력도 만만찮다. 처음에는 시시하다고 핀잔을 놓던 이들도 철길 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가슴을 뻥하고 뚫는 사격의 쾌감에 ‘한번 더’를 외쳐대기 일쑤다.
이와 함께 경주 ‘헬륨기구체험’과 구미 ‘사륜오토바이체험’, 예전 ‘양궁체험’ 등 경북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레저·스포츠의 세계가 올가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감성을 깨우는 ‘문학여행'
가을은 독서의 계절.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온 말이지만, 정작 문학여행을 계획하거나 실제로 떠나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학창시절 책 속에 몰래 꽂아둔 낙엽을 꺼내보듯 문인들의 작품 속 향기를 찾아 경북으로 떠나자.

영양 ‘두들마을’은 현대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으로 「그해 겨울」,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인물들이 삶의 역경을 이겨냈던 배경이다. 마을 안에는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고풍스런 전통가옥 수십 채와 궁중요리서를 쓴 정부인 장 씨의 유적비 등이 보존돼 있다. 특히 이문열 작가가 선조 대대로 내려오던 가옥을 수리해 만든 광산문학연구소에서는 현대문학 연구와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많은 문인들의 모습도 살펴볼 수가 있다.

또한 영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과 국내 최초의 시 전문지 ‘시원’을 창간한 애국시인 오일도의 빛나는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감천마을도 함께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김동리, 박목원의 문학 정신과 인생 발자취가 담긴 경주 ‘동리목월문학관’과 이육사의 고절한 정신이 배인 안동 ‘이육사문학관’, 전통적 시조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잘 담아낸 시조시인 이호우와 누이동생 이영도의 생가가 있는 청도 ‘이호우 생가’ 등도 반드시 찾아보면 좋을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