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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여름을 찾아 떠나다!

초록빛 향기로 물든 ‘완주 여행’

이주형 기자 (ljy2007@newsone.co.kr)  / 2010-06-30 15:30:34

벌써 한여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그리 달갑지만 않은 이유다. 서둘러 여름휴가 계획을 구상해보지만, 마땅히 구미를 당길만한 여행지가 없다. 매년 극심한 인파에 휩쓸려 생고생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올여름에는 우거진 숲과 시원한 계곡을 찾아 호젓하게 산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뜨거운 뙤약볕이 쏟아지는 7월을 맞아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한 완주로 여름여행을 시작해보자.

대둔산, ‘호남의 소금강을 만나다’
완주 땅을 밟자마자 ‘대둔산(878m)’을 찾았다. 물론 호남평야가 한눈에 펼쳐지는 모악산도 완주의 매력적인 명산일 터. 하지만 각종 언론매체가 쏟아내는 대둔산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 지라 그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둔산을 향해 지그시 페달을 밟았다.

완주 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바람을 가른 지 한 시간 남짓. 멀리서 창공을 향해 용트림하듯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시야에 들어온다. 과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법한 명산의 기개다.

대둔산 매표소에서 정상인 마천대까지의 거리는 약 1.7km. 현재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기는 하지만, 느릿느릿 산길을 걷는 것이 산행의 정도(正道)가 아닐까. 헌데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의 바윗길이 펼쳐진다. 순간 숨이 턱하고 차올랐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마음의 조급한 짐을 한 꺼풀씩 벗겨놓아야 한다. 그래야 웅장한 기암괴석이 펼쳐놓은 대둔산의 절경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 눈앞에 다가올 즈음,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의 금강구름다리가 발길을 가로막는다. 혹자는 ‘대둔산의 명물 구름다리를 건너야 대둔산에 오른 것’이라고 너스레를 부려대지만, 발아래 내려 보이는 대둔산의 속살은 실로 아찔하기만 하다.

태연함을 가장한 채 가까스로 구름다리를 건너자 이번에는 수직 절벽에 설치된 삼선교 127계단이 또다시 발길을 당혹케 한다. 고작 30m 남짓의 거리이건만 가뜩이나 힘이 풀려버린 두 다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후들후들 호들갑의 연속이다.

이쯤 되자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곳도 없을 듯한 자신감마저 일어난다. 단숨에 정상인 마천대를 향해 치고 올랐다. 마천대는 원효대사가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 그래서일까, 마음의 짐을 벗어내고 하늘 아래서 바라보는 완주는 그저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여름여행의 카타르시스! 동상계곡
山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계곡이 아닐까. 얼음장같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앉아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콧노래. 여름철이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유쾌한 상상이다.

이번에는 이러한 소망을 실현해줄 계곡을 찾아 향했다. 바로 완주군의 최동단에 위치한 ‘동상 운장산 계곡’이다. 소양면 위봉산과 진안 운장산 사이에 위치한 동상계곡은 ‘우리나라 8대 오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명소다.

특히 오지라는 단어에서 쉽게 직감하듯,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그래서 팍팍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에게는 이번 여름여행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오감 만족의 특별한 계곡이기도 하다.

게다가 동양의 나이아가라 폭포라 일컫는 대아댐의 인공폭포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높이 20m, 길이 294m의 규모와 저수량 2016만 톤을 자랑하는 만큼, 시원스럽게 쏟아내는 물줄기는 가슴 속 답답했던 응어리도 함께 휩쓸고 내려간다.

그 다음엔 국내 최대 금낭화 자생 군락지인 ‘대아수목원’도 잊지 말고 찾아보자. 동상면 대아리에 위치한 대아수목원은 산림문화전시관과 열대온실, 삼림욕장, 산책로 등을 마련해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동상계곡 주변에는 토종 닭백숙과 민물 매운탕 등 여름철 단골 보양식을 맛깔나게 요리하는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무더운 여름철 자칫 잃기 쉬운 입맛과 건강을 이들 요리와 함께 챙겨보는 것도 좋다.

숲과의 아름다운 동침, 고산자연휴양림
알뜰한 여름휴가를 계획하다 보면 숙박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민박에서 펜션까지 그 비용과 시설이 천차만별인 탓에 무턱대고 예약하기가 망설여진다. 더구나 어렵게 찾은 숙박업소가 비위생적이거나, 서비스마저 엉망이라면 한껏 설레던 기분마저도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는 비책이 있다. 바로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에 들어선 ‘고산자연휴양림’. 동상 운장산 계곡에서 고산면 방향 732번 국도(굽이굽이 돌아가는 호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를 따라 약 30분 내달리면 고산초등학교를 지나 고산자연휴양림이 등장한다.

지난 1998년 개장한 고산자연휴양림은 온 가족이 함께 삼림욕을 체험할 수 있는 사계절 가족 휴양지다. 숲속의 집(40동)을 비롯해 텐트 및 오토캠핑장, 다목적 운동장, 야생화 단지 등의 각종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하루 최대 5000명의 인원을 수용 가능하다.

휴양림 주변에는 낙엽송과 잣나무, 리기다 등 다양한 수목이 심어져 있으며, 특히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절벽이 한껏 운치를 자아낸다. 그래서 울창한 숲과 보드라운 흙길을 따라 호젓하게 거닐다 보면 멀리서 불어오는 솔바람이 일상에 무뎌진 정신을 맑게 한다. 어디 이뿐이랴. 어둠이 내려앉는 밤이면 별빛을 무대 삼아 풀벌레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권 가운데 하나.

최근에는 고산자연휴양림 주변으로 무궁화테마식물원와 다목적캠핑장, 밀리터리테마파크 등 다양한 레포츠 생태체험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하니, 알뜰하고 실속 있는 여름휴가를 보내기에는 최적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 맛집  봉서농원 063-245-9003(장뇌삼도가니탕)
? 숙박  모악산 모텔 063-22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