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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게 떠나는 군산여행

그곳에서 마주친 특별한 풍경들

서석진 기자(mrseokjin@newsone.co.kr)  / 2010-06-30 13:44:52

“어! 저기 군산 아냐?”
늦은 저녁, 영화 삼매경에 빠진 기자의 입에서 느닷없는 탄성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 한마디에 모니터를 점령하던 영화는 부랴부랴 사라지고, 지난날 군산에서 만나본 빛바랜 풍경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옛 군산세관을 비롯해 히로쓰 가옥, 해망동 골목길, 경암동 철길마을, 내항 뜬다리부두(부잔교)까지…….

이렇듯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군산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무대로 등장한다. 특히 해무처럼 도시를 뒤덮은 빛바랜 감성은 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묘한 마력마저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군산에서 마주친 특별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모두 담아보았다.

행복이 넘실대는 ‘은파관광지’
덜컹덜컹. 몸을 움직일 때마다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던 무궁화호는 용산역을 출발한 지 3시간 30여 분 만에 군산역에 도착했다. 오랜 피로도 잊은 채 카메라 가방을 질끈 둘러메고 향한 곳은 군산시민의 포근한 휴식공간인 ‘은파관광지’.

달빛에 비친 아름다운 물결이 은파(銀波)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조 이전에 축조됐으며,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될 만큼 그 역사가 무척 깊은 곳이다.

은파유원지를 가장 먼저 찾은 이유는 국내 유일의 보도현수교인 ‘물빛다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빛다리를 거닐다 보면 호수에 비친 자연의 모습들이 세속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맑게 한다. 그리고 해가 저문 저녁이면 오색찬란한 빛의 조명들이 마법 같은 향연을 펼치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기도 한다.

호수를 따라 말끔하게 정리된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인지 은파관광지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과 레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사계절 활기가 넘쳐흐른다.

까마득히 펼쳐지는 새만금 방조제
군산하면 아무래도 새만금을 빠뜨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끝없이 이어진 바닷길을 보고자 수백 리가 넘는 육로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우선 새만금을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다기능 관광복합 어항인 ‘비응관광어항’을 만났다. 서해의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대와 비응항의 상징인 빨강·하얀 등대가 낯선 이의 방문을 먼저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자 고군산군도를 둘러보고 귀항하는 유람선과 싱싱한 횟감이 가득한 수산물센터에서 쏟아지는 사람들로 거리는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찾아간 곳은 인근의 풍력발전단지. 서해 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아나가는 거대한 프로펠러는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기에도 부족할 만큼 장관을 이뤘다.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자 마침내 새만금 방조제가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냈다. 새만금은 군산시 비응도를 출발해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의 바다를 메워 국토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외부시설과 내부개발이 완료되면 고군산 국제해양관광지개발, 비응도 관광어항 개발 등과 연계해 군산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시켜 나갈 것이다. 그래서일까, 까마득히 펼쳐진 33㎞의 새만금 방조제는 과연 세계 최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기자의 기대 섞인 시선을 단번에 압도했다.

새만금 방조제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신시도 배수갑문’. 방조제 중간 즈음에 자리한 신시도 배수갑문은 담수호의 수위조절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됐다. 폭 30m, 높이 15m, 무게 500톤의 거대한 수문 36개가 바다와 호수 쪽에 이중으로 설치돼 있는데 운이 좋으면 바다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를 함께 감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시도 배수갑문은 기자에게 그런 기회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고군산군도’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고군산군도’가 아닐까.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올망졸망 모인 이곳은 군산이 간직한 천혜의 보물이라 일컬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고군산군도가 품고 있는 선유도 해수욕장은 피서객을 위한 진정한 파라다이스. 끝없이 이어진 명사십리와 바다를 붉게 물들인 선유낙조가 로맨틱하고 여름휴가를 보장한다. 올해 선유도 해수욕장은 7월 8일부터 개장해 8월 15일까지 총 39일간 운영된다고 하니 이점을 꼼꼼하게 체크하자.

또한 섬과 섬을 연결한 장자교와 선유교 위에서 온 가족이 함께 환상의 야경을 감상하고,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를 잇는 9.28km의 하이킹코스에서 자연의 기운을 흠뻑 받아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군산을 찾아 구불길에 오르다
이번 군산 여행의 색다른 체험 가운데 하나는 스토리가 있는 ‘구불길’이다. 군산은 동부권역인 개정, 성산, 나포 등 6개 면, 3개 동에 대해 도보여행 4코스를 개발했는데,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여행길이라는 뜻에서 구불길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구불길은 거리가 15~20km로 각각 다양하지만, 어른 걸음으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도 좋을 듯하다.

우선 도보여행 제1코스는 ‘비단강길’이다. 비단처럼 펼쳐진 금강을 따라 채만식 문학관과 금강철새조망대, 오성산, 나포십자들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문학과 역사, 자연과 생태가 한데 어우러져 도보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두 번째는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 자연학교를 출발해 망해산, 임피초교, 채만식 생가터, 깐치멀 농촌체험마을로 이어지는 ‘햇빛길’ 코스이다. 얼마간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도 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과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구슬땀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세 번째 코스는 ‘큰들길’로 불린다. 전국 최우수브랜드 쌀인 ‘큰들의 꿈’이 재배되는 대야들을 가로지르면 채원병 가옥과 최호장군 유지, 발산리 유적지 등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코스인 ‘구슬뫼길’도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원시림을 간직한 듯한 군산저수지와 그 주변을 따라 구슬처럼 이어진 작은 산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화롭다. 특히 구슬뫼길에서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쌍천(雙泉) 이영춘 박사의 삶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