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전문가 대담 l 송효분 편집위원이 만난 사람①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 관광철학 필요”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패러다임 변화해야”

정리 임향묵 기자(muki79@newsone.co.kr)  / 2010-06-30 11:35:16

최근 들어 관광 트렌드가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구경하는 관광에서 ‘체험관광’, ‘레저관광’, ‘슬로우 관광’, ‘공정관광’, ‘녹색관광’, ‘생태관광’ 등 유사한 관광 형태가 이름만 달리 한 채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각각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겠지만 특색 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관광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다양한 형태로 난립해 가고 있는 관광의 새로운 개념을 모색하는데 기여코자 금번 7월호부터 매월 관광전문가와의 대담을 기획했다. ‘전문가 대담’은 문화관광저널 편집자문위원인 송효분 서울레저문화연구원장(관광학박사) 주관으로 진행되며, 이달의 첫 대담자로 박석희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를 초대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산림휴양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장, 한국관광자원개발학회장, 한국농촌관광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문화관광탐구>, <관광공간관리탐구> 등 다양한 저서 및 논문을 낸 한국 관광학의 선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편집자 주-

송효분 원장(이하 송 원장) : 다양한 관광형태가 있지만 최근의 모습을 보면 관광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오랜 동안 한국의 관광학을 이끌어 오신 전문 학자로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석희 교수(이하 박 교수) :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으로 각 분야에서 사람들이 종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그것을 풀고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합니다. 관광이 어떻게 보면 1차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를 푸는 부분이 있지요.

그러나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관광의 본질적인 부분인 ‘정신적인 풍요’ 즉, 자아실현 쪽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관광을 가서 낮에 관광지를 둘러보고 밤에는 술과 노래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관광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싼 돈과 시간을 투자해 또다시 일상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송 원장 :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과연 관광이 ‘육체를 위한 관광’과 ‘정신(마음)을 위한 관광’ 중 어디에 더 중점과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관광의 본질을 육체와 정신 중 어디에 우선적으로 두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 교수 :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음으로 추구하는 것이 쾌락입니다. 이것은 육체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최대한 즐기자는 것입니다. 관광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도 맞지만, 그 이면에 깔린 본질적인 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정신적인 풍요를 맛보는 것이야말로 관광행태를 한 단계 높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 원장 : 관광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견문을 넓히고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오늘날의 관광행태는 왜곡되고 변질돼 있다고 보는데요.

박 교수 : 현재의 관광행태는 관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지요. 가까운 곳에서도 관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멀리 나가서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요. 사람들은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겉핥기식으로 대충 둘러보는데,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직은 ‘양’을 중시하고 있는 모습이라 봅니다. 관광(觀光)의 ‘관’자는 ‘자세히 보다’란 뜻인데 우리는 자세히 보지 않고 대충 둘러보는 간광(看光)을 하고 있어요.

송 원장 : 오늘날 관광 전반에 걸쳐 정책 담당자나 실무자들이 체험관광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교수 : 요즘은 ‘체험’을 내건 관광 콘텐츠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시설을 이용해 쾌감을 맛보는 것이 ‘체험’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놀러갔는데 너무 다양한 체험에 지쳐버리지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닌 ‘훈련하러 가는 것’이 되지요. 가치를 체험해야 하는데 요즘은 활동과 시설 그 자체만을 경험하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가치를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및 계획을 수립하는 담당자들이 직접 체험해 보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송 원장 :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보니 좋은 실례로 농촌관광이 생각납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독창적이어야 할 농촌관광이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의 소비에 지나지 않는 관광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정한 농촌관광의 체험 컨셉을 개발하는데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소프트웨어가 무엇일까요?

박 교수 : 그동안 관광이 도시에 있는 시설 위주로 진행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농산어촌의 자원이 관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관광은 지금까지 해왔던 도시관광의 콘셉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도시의 시설물과 달리 농촌의 생태계는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농촌관광은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체험콘텐츠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한 모방의 농촌관광은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송 원장 : 교수님은 가치 있는 관광을 강조하시는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디지털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관광 마인드는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박 교수 :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관광이 ‘질적인 관광’으로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관광은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해보자는 양적인 관광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광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아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재미와 소비의 단계를 넘어 가슴 떨림을 맛보는 관광이어야 합니다. 정서가 움직이는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적인 관광은 관광하는 사람이 스스로 즐거움의 주인공이 되는 관광입니다. 본래 사람은 유희적 천성을 이성적 천성 못지않게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송효분  서울레저문화연구원장·관광학박사
박석희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