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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마다 출몰하는 더러운 ‘도깨비’

이승현 기자  / 2010-06-04 15:14:52

전국의 유명 관광지를 취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늘 마주치게 되는 더러운 도깨비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도깨비는 관광지의 가치를 정확히 짚어낸다. 도깨비는 관광지의 유명세에 따라 출몰하는 횟수와 양이 다르다. 심지어 제법 유명하다 싶은 관광지는 그 주변과 길 위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 마주치기 싫은 그 더러운 녀석의 이름은 ‘쓰레기’다.
충북 단양에서 있었던 일이다. 단양팔경인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을 둘러볼 때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물소리와 바람 소리, 새소리를 흐트러뜨리는 경쾌한(?) ‘뽕짝’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 도로변에는 큼지막한 대형관광버스 두 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아래 계곡에는 아저씨·아줌마들의 한바탕 흥겨운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체 모를 트로트 메들리에 몸을 싣고 연방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그 모습들은 지나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 지역 최고의 ‘관광명소’였다. 역시 그런 곳에 도깨비들이 빠질 리가 없다. 도깨비들도 신이 났는지 사방에 흩어져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요즘 이른바 ‘착한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착한 여행의 필수조건 중 하나가 쓰레기를 절대 남기지 않는 것이다. 쓰레기가 어떻게 나오지 않느냐고? 그건 뜻밖에 매우 간단하다. 쓰레기가 나올 일을 아예 만들지 않으면 된다. 1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레기가 나올만한 물품을 사지 않으며 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남기지 않으면 된다. 가져간 것들을 그대로 다시 가져오는 여행, 이 얼마나 좋은 여행인가.

먹고 마시고 노는 유흥의 여행은 이제 그만두자. 그런 것쯤은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러니 이제 몸이 아닌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자. ‘양심’과 ‘개념’만 있다면 충분하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실천하는 여행. 그 알찬 여행에는 버리기만 하는 ‘못된 여행’이 결코 줄 수 없는 값진 선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