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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설화가 곳곳에 안성 칠장사

수려한 자연이 품어낸 아름다운 절

이승현 기자(ysh@newsone.co.kr)  / 2010-06-04 09:59:56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의 한 모퉁이에 온화하게 서 있는 칠현산. 그 품에 자리한 칠장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웠던 옛 동무를 찾아가는 것 마냥 잔잔한 설렘이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그 동무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 설렘의 이유는 칠장사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칠장사를 향해 가는 길, 봄을 지나 초여름을 향해 흘러가는 화려한 초록색의 나무들, 시름과 걱정마저 잊게 해주는 맑은 공기, 바람이 나무를 쓸어내리는 소리, 구름·하늘·태양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비경에 설레지 않을 이가 있을까.

그런 설렘을 조금씩 담아가며 도착한 칠장사는 따스함과 여유, 미소와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설렘과 기대의 조화로운 만남 속에서 이미 마음은 봄볕에 날아가 버렸다. 눈과 마음과 귀의 문이 한꺼번에 활짝 열리는 순간, 칠장사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사찰 전체가 작은 박물관
주차장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보이는 절의 풍경은 고요와 평온함이 사방에 내려앉아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려한 자연의 푸름이 사찰을 감싸 안은 모습은 오랜 세월 함께한 칠장사와 자연의 어울림이었다.

서기 636년(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세운 칠장사는 경기도에서 가장 깊은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절이기도 하다. 칠장사가 품은 중요문화재로는 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과 삼불회괘불탱(보물 제1256호), 봉업사지입석불(보물 제983호)과 비각 내에 보존된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와 인목왕후어필칠언지(보물 제1627호) 등이 있다.

이외에도 대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114호),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삼존불(유형문화재 213호), 천왕문의 소조사천왕상(유형문화재 115호) 등 총 15점의 문화재가 있어 경내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문화재로 가득 차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문화재가 바로 국보인 오불회괘불탱이다. 괘불은 야외에서 의식을 행할 대 거는 대형불화로써 오불회괘불탱화는 조선시대 인목대비가 1628년에 하사하신 괘불로 현존하는 괘불 중 3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현재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석가탄신일에만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다.

이야기가 가득한 사찰
문화관광해설사 윤민용 씨는 “어떤 관광지든, 어떤 사찰이든 사연과 이야기가 없는 곳이 있겠느냐만 칠장사에는 특히 얽힌 설화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가 들려주는 칠장사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산과 절 이름 이야기부터 귀를 기울이게 된다.

창건 이후인 고려 초기 혜소국사가 현재 비각자리인 백련암에서 수도할 때 일곱 명의 도적을 교화해 모두가 도를 깨달았는데 이때부터 산 이름을 아미산에서 칠현산(七賢山)으로 부르게 됐고 절 이름도 칠장사(七長寺)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특히 칠장사는 박문수의 일화로 유명하다. 32세가 되도록 낙방을 거듭하던 박문수가 1723년 과거에 응시하러 가지 전날 그의 어머니는 “한양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칠장사에 들러 유과를 나한전에 공양하고 급제를 빌 거라”라고 박문수에게 일렀다.

이에 박문수가 칠장사에 들러 기도를 드리고 하룻밤을 지내는데 그날 꿈에 나한전 부처님이 나와 과거에 나올 시제라며 총 여덟 줄 중 첫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를 알려주고 나머지 한 줄을 스스로 생각해 쓰도록 하라고 일러주고 사라졌다.

이후 과거 날 시제를 접하니 꿈속에서 얻은 시험 문제가 고스란히 나와 나머지 한 문장을 완성해 병과 진사과에서 장원급제하게 된 것이다. 이 시구가 이른바 ‘몽중등과시’로 일컬어진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칠장사에는 각종 시험 응시자나 가족들이 많이 찾아와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칠장사에는 임꺽정, 궁예, 인목대비와 그의 아들 영창대군 등 수많은 역사적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도시 안성
칠장사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안성에는 수많은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칠장사가 위치한 죽산면은 면 단위로는 전국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중요무형문화재(58호)인 줄타기와 죽산리오층석탑(보물 제435호), 죽주산성, 안성봉업사지, 죽산향교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보개면 남사당 전용공연장에서는 안성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인 ‘남사당놀이’가 매주 열린다. 지난 4월17일부터 오는 7월13일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열리며 8월7일부터 11월28일까지는 매주 금·토·일요일에 열린다. 명성답게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남사당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옛 대중문화다.

안성에는 칠장사 외에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 두 곳이나 더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되고 고려 광종 때 혜거국사가 중창한 사찰인 석남사와 고려 말 나옹스님이 중창한 청룡사가 바로 그곳이다. 석남사에는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보관하는 곳인 영산전(보물 제823호)이 있어 조선 초기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영산회상도와 십육 나한이 모셔져 있다. 청룡사는 대웅전(보물 제824호)과 함께 고려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청룡사는 남사당패의 본거지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안성에서는 우리 민속춤의 흥과 멋을 느낄 수 있는 태평무도 매주 토요일(4/17~11/28) 태평무 전수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호반의 도시’답게 크고 작은 저수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광호수와 고삼호수는 아름다운 풍경과 운치가 있어 낚시꾼들과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주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764
위치  경부고속도로 - 안성 분기점에서 평택제천고속로 진입 - 남안성나들목 - 안성시가지 지나 38번 국도 진입 후 우회전 - 죽산면 소재지 죽산육교에서 17번 국도로 우회전 (중부고속도로의 경우 - 일죽나들목 38번 국도 - 죽산면 소재지를 지나 죽산육교에서 좌회전) - 안성CC 입구 전방 약 500m 앞에서 우회전 후 약 4km 정도 지나면 칠장사가 보인다.
문의  031-673-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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