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천안함 사태와 한국방문의 해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06-03 16:35:22

지난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 사태의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발표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북한 CHT-02D 어뢰의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두 동강 나 침몰했다”고 밝히면서 “이 북한제 어뢰는 북한의 잠수정으로부터 발사되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했다. 조사단은 그 증거로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한 어뢰 뒷부분의 동체 등을 공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 도발”이라며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남북 간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이므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앞으로 우리 영해·영공·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면 전쟁은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깨끗이 청산하고 통일대국을 세우는 성전(聖戰)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우리 정부의 대북심리전 재개에 대해 “심리전 수단을 없애 버리기 위한 조준 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또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면서 인도적 지원 채널인 남북 적십자 사업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남북관계는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된 1989년 이전으로 회귀해 新냉전시대로 도래했다. 또한 전 정권에서 그동안 공들여 온 ‘햇볕정책’이 일거에 무산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그간 발밑의 위협을 간과하고 한반도 바깥의 잠재적 위협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해 ‘북한 = 주적’이란 개념이 6년 만에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극도로 긴장된 남북 대립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면서 “한민족의 공동 번영”과 “평화통일”을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만한 힘이 있다”며 “한·미 공조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밝혔다.

이제 북한은 대남 협박을 중단하고 이성적·논리적으로 사태 해결에 임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날조극’이라고 우기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등 억지를 부린다면 한반도의 긴장 해소는 요원할 뿐이다. 북측의 소행이 아니라면 국제사회에서 납득할만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감정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북한의 소행임을 감추려는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 조사단이 제시한 물증을 부정할 증거가 없다면 우리 민족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6.2지방선거를 겨냥해 ‘북풍’운운하며 국가안보를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을 비롯한 21개 주요 국가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북한의 어뢰공격을 비난하며 대북제재를 지지하고 있지 않는가.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국가안보를 담보로 당리당략을 노린다면 국민적 분노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로 인해 그동안 침체된 국내 경제가 더욱 침몰할 것으로 전망돼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남유럽 재정 파동과 대북 리스크까지 겹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해 민·관이 해외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관광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안함 사태로 인한 안보 불안감이 한국방문의 해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관계 기관의 조속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도록 범국민적 단결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물론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소탐(小貪)을 버리고 대의(大義)를 택한 리더십으로 성공한 지도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