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임실의 봄 밝은 연둣빛이 자연을 휘감는다

가슴 속에 속삭이는 계절의 이야기

이승현 기자(ysh@newsone.co.kr)  / 2010-05-04 17:26:34

전라북도 남동부, 산과 물이 어우러진 맑은 고장 임실.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자꾸만 더뎌지는 봄이라는 계절 속의 임실은 호수의 새벽 물안개처럼 아주 고요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자연과 문화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즐겁게 웃음 짓는 임실 사람들의 정은 타지방의 낯선 이들이게도 물결처럼 잔잔히 전해진다.

임실의 봄은 화려하지 않았다. 아이의 눈망울 같은 밝은 연둣빛이 산과 들, 호수와 강을 휘돌아 가슴속에 스며드는 계절이 임실의 봄이었다.

동틀 무렵,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호수 전체와 주위 산들을 휘감는 물안개는 천생의 새 한 쌍이 정답게 날아오를 법한 풍경으로 물든다. 일교차가 큰 옥정호 주변 환경은 특히 봄과 가을이면 물안개가 절정에 달한다.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호수 속의 섬 ‘붕어섬’이라고도 불리는 ‘외앗날’을 중심으로 펼쳐진 옥정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을 바라보면 고요한 아름다움에 취하고, 깊은 상념마저 바람이 흩어지고, 잊혔던 옛 추억조차 새롭게 떠오를지 모른다.

안개가 어우러진 차가운 새벽공기와 함께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달리는 옥정호반 길은 옥정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옥정호를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옥정호반 길은 차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도 좋고 쉬엄쉬엄 걸어도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임실읍 성가마을 뒷산의 봄은 백로와 왜가리 천여 마리로 가득 채워진다. 천연기념물인 백로들은 매년 경칩이면 이곳에 떼 지어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고 5천 평에 이르는 소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내려앉은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평화롭게 한다.

이곳에 백로가 날아들기 시작한 때는 구한말, 이 지역의 거부 진재황이 여기에 별장을 짓고 백송과 느티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면서부터다. 현재 별장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백로와 왜가리는 그 자리에 남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산란 철이면 백로와 왜가리 새끼들의 울음소리와 먹이를 나르는 어미들의 바쁜 날갯짓으로 분주하다. 그러나 최근 각종 농약과 화학비료, 생활하수로 이들의 서식지가 오염되면서 해마다 이곳을 찾는 백로와 왜가리의 수가 줄고 있어 아쉬움이 클 뿐이다.

관촌면 덕천리에 대규모 군락지를 형성한 천연기념물 가침박달나무는 남부지방에서 매우 보기 드문 식물종이다. 봄이면 인근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산개나리군락과 함께 이 지역은 장관을 이룬다.

임실의 봄은 따뜻했고 고요했다. 인간이 있어 시끄러움에 익숙한 우리의 고된 삶은 원래 자연이 가진 그 고요함을 잊고 산 지 오래다. 따뜻하고 고요한 봄의 본모습을 간직한 임실. 그곳에는 욕심과 이기심에 물든 인간이 머무르기엔 유난히도 맑고 푸른 계절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