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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개방된 ‘북악하늘길’

김신조 루트 공개 … 총탄 자국이 선명

임향묵 기자(muki79@newsone.co.kr)  / 2010-05-04 16:18:55

서울에는 남산을 비롯해 북악산, 삼각산, 도봉산, 인왕산, 관악산 등 명소들이 많아 여건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완연한 봄바람이 넘실대는 5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등산로를 찾아 인근 산을 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일반인들이 평소에 자주 오르던 산책로가 아닌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42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북악하늘길’이 그곳으로 우거진 숲속에 잘 정돈된 나무계단과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가 인상적인 서울의 비경으로 들어가 보자.

새롭게 선보이는 3개의 산책로
북악산의 북악하늘길은 지난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김신조 일당이 이곳을 통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이후 군사 통제구역으로 폐쇄돼 있었다.
그동안 일반인의 접근불가 지역이었던 이곳이 2010년 2월 27일, 42년 만에 시민들에게 완전히 개방됐다.

지난 2009년 3월과 9월 각각 ‘제1 산책로’와 ‘제2 산책로’가 차례로 개방된 데 이어, ‘제3 산책로’가 마지막으로 공개된 것이다.
각각의 산책로는 저마다의 특징과 코스로 지정돼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어 하나의 코스로 이용해 볼 수도 있다.

북악하늘길은 잘 다듬어진 산책로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이 압권이다. 제2 산책로의 하늘전망대, 서마루, 계곡마루, 남마루나 제3 산책로의 동마루, 숲속다리 전망대에 올라서면 남산, 청계산, 관악산뿐만 아니라 평창동, 북악스카이웨이가 한눈에 펼쳐진다.

제1 산책로는 북악팔각정에서 시작해 성북천 발원지, 숙정문 안내소를 거쳐 말바위 쉼터로 이어지는 코스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걷기에 좋은 코스이며, 북카페와 동마루, 숲속다리로 이어진 제3 산책로는 가장 짧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마냥 쉽지만은 않은 코스다. 마지막으로 일명 ‘김신조 루트’라고도 불리는 제2 산책로는 하늘교와 성북천 발원지를 잇는 곳으로 그야말로 아늑한 숲속 산책길의 모습을 보이며 가장 많은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북악산과 삼각산을 잇는 ‘하늘교’
북악산 산책코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일명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제2 산책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하늘교를 건너야 한다. 물론 제1 산책로와 만나는 성북천 발원지에서 출발한다면 마지막에서야 만나게 되겠지만 말이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정상인 하늘마루와 제2 산책로를 잇는 하늘교는 단순한 돌다리라기보다는 그동안 도로로 인해 끊어졌던 북악산과 삼각산의 맥을 이어준다는데 의미가 깊다.
이곳은 일제시대 때 개통된 2차 도로로 말미암아 북악산과 삼각산의 맥을 끊어 민족정기를 말살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곳으로, 이번 하늘교 개통으로 두 산이 다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보는 하늘교는 일반 다리와 비슷하지만 직접 올라가보면 내부가 흙으로 덮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북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원래 이어졌던 두 산을 다시 잇는 것으로 정기 또한 이어지라는 의미로 흙을 채웠다고 한다.

폭 5m, 길이 26m의 작은 다리지만, 그동안 삼각산에서 북악산을 가려면 아래쪽으로 내려가 위험하게 인근 도로를 건너야만 가능했지만, 하늘교가 개통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쉽게 건널 수 있게 됐으니 의미도 살리고 실리도 얻은 일석이조가 아닐까?

총탄의 흔적을 간직한 호경암 바위
서울을 한 눈에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출발하는 산책로는 서울의 ‘비무장지대’라 불릴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끊긴 탓에 숲이 잘 보존돼 도심과 확연히 다른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나무계단과 흙으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42년 전의 그 치열했던 전투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호경암 바위가 50여 발의 총탄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호경암 바위 옆에는 당시 ‘북괴의 잔악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표지를 세웠다는 안내문도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군인들의 순찰로로 쓰였던 시멘트 계단이 독특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무 바닥과 흙길, 순찰로를 번갈아 걷다보면 바람과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가득해지며 ‘이곳이 과연 도심 속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특히, 호경암을 가로질러 1km 정도를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솔바람교에 가면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은 전파가 닿지 않아 핸드폰이 소통되지 않는 곳으로 기계소음 없이 오로지 자연의 소리만이 가득한 곳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면 좋을 곳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푸른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인 멋진 장관이 눈앞에 나타나며, 솔바람교 밑을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만이 가득한 별천지가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고, 갈증 난 목을 적셔줄 약수터도 작게나마 마련돼 있다.

지난 4월은 예년과 달리 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쌀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진정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북악하늘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