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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언론 단속이 언론탄압 수단(?)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05-04 16:05:58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연말 토착비리와 사이비언론 척결 의지를 밝힘에 따라 수사기관에서도 전담팀을 구성해 관용 없는 처벌을 하겠다고 나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그 결과 전국 각지에서 사이비 기자와 토착비리 혐의자가 대거 검거되는 등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2일 공사장과 폐기물 업체의 약점을 잡아 이를 보도하겠다고 협박한 후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모두 2억6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온 사이비 언론사 및 기자 56명을 검거해 A씨(56) 등 5명을 구속하고 B씨(50) 등 5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1계급 특별 승진과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이 병행되는 이번 특별단속은 지나치게 검거실적을 강조해 일선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사회악을 뿌리 뽑자는 것이지 결코 양민을 전과자로 만들고 건전한 언론기업을 탄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표적 수사와 짜 맞추기식 조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해당 언론사들이 언론기업 탄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사이비언론 특별단속으로 ‘기획수사’에 걸리면 그들의 추정대로 피해자 진술을 유도하고, 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각본에 맞춰 수사를 함으로써 해당 언론사나 기자는 억울하게 직·간접적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A사는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경찰로부터 2개월에 걸친 내사와 20여 명의 전·현직 직원들이 전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이 회사를 사이비 언론사로 추정하고 전방위·무차별적으로 짜 맞추기 진술을 유도함으로써 직원들의 심한 반발과 언론기업 탄압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법과 원칙이 강조되고 있는 법치국가에서 기획수사에 걸려 억울하게 당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생긴다면 이는 공권력에 의한 탄압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전 근대적인 방법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납 될 수 없다. 기획수사를 할지언정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단 한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법치국가를 앞세워 거침없이 휘두르는 수사기관의 공권력 앞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약소 언론으로서는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A사의 사례와 같이 무자비하게 공권력이 남용된다면 건전한 언론기업인들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렇게까지 혐의를 뒤집어 씌워 건전한 언론기업을 탄압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비판적인 언론에 사전 경고를 전하는 메시지가 아닌지 염려스럽다. 만에 하나라도 약소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식 누명을 씌워 희생시키려는 어떤 저의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공명심이 앞선 수사관의 실적 경쟁에 의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법치국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선 권력기관에서 이를 역행하는 일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물론 경찰조사 후 검찰 조사와 법원 심판에서 판단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은 얼마나 큰 심적 고통을 당하겠는가.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공포와 압박에 떨고 있는 피의자의 입장을 수사관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죄 없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면서 그 억울함을 호소해도 ‘쇠귀에 경 읽기’라면 그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공정한 수사를 통해 추호도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으로 중소 언론 산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는 언론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 소속회사 경영에 협조하는 기자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언론을 산업적·경제적 측면으로 이해하려는 의식이 부족한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다양한 언론이 공존하는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언론산업의 긍정적 기능을 수용하고 육성·보호해야 한다.  

물론 사회악이 되고 있는 사이비 언론은 척결돼야 한다. 다만 사이비언론 단속이 자칫 건전한 언론기업의 탄압 수단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수사관들의 사리사욕으로 벼룩을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워버릴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