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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은 통일의 초석이다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04-02 17:10:45

남북투자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대북관광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각각 통지문을 보내 “25일부터 남쪽 소유자의 입회하에 금강산 내 남쪽 부동산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산을 몰수하고 금강산 입경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하고 “금강산 지구에 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면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관광이 될 것”이라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예고한 대로 25일부터 금강산관광 지구 내 남측 부동산 조사를 착수하면서 관광과 무관한 우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부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원칙론’ 을 강조하며 ‘박왕자 씨 피격사망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신변안전 보장’ 등 이른바 ‘3대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원칙 대응방식을 놓고 북측의 남측 부동산 몰수나 금강산관광 계약 파기, 새 사업자 선정 등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북한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의 광둥(廣東)성 중국청년여행사가 지난달 19일 개성과 금강산 관광코스가 포함된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금강산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상보’를 통해 남한의 3대 선결과제에 대해 변명하고 관광재개 여부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금강산관광객사건은 관광지구 규정과 질서를 심히 위반하고 제정된 관광로정을 벗어나 우리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하고도 단속과 경고에 응하지 않은 데로부터 발생한 불상사”라며 “관광객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발방지대책과 신변안전에 대해서도 “1998년 10월 아태(위)와 현대 사이에 체결한 ‘금강산관광사업에 관한 부속합의서’에 ‘관광객 및 모든 인원에 대한 신변안전과 편의 및 무사귀환 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8월 현대그룹회장의 평양방문 때 남조선 관광객들의 신변안전과 재발방지를 최고의 수준에서 담보해 주었으며 그에 대해 아태(위)와 현대 사이의 공동보도문을 통해 내외에 공식 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8일 남북 당국자 간 실무회담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합의서 초안에도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로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북측의 변명과 억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일부 긍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최고 수뇌부의 특별조치는 북한의 정치 체제상 초법적인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간기업인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에게 구두로 약속한 것을 최고 수준의 담보라고 우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강산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을 책임 있는 당국으로 보고 실무회담에 응했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일부 긍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신변안전 담보가 선언적일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출입·체류합의서에는 변호인 조력권이나 조사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영사문제 처리를 위한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설치방안도 제시됐으나 실행되지 않고 있다.

북측은 최고 수준에서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담보해 준 것이라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국제 수준의 공식적인 명문화를 못해 줄 이유가 없지 않는가. 관광 재개를 위한 책임 있는 남북 당국자 간의 진정성 있는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금강산관광은 명분이나 자존심 보다 생사가 걸린 안보문제이고 평화의 문제이며, 특히 통일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정부의 ‘퍼주기식 햇볕정책’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과 평화의 긍정적인 부분들은 지속 가능하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타결해 주기 바란다.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고 얻은 결과가 아닌가. 자칫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결실은 중국이 가져간다면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3대 선결 조건의 후속 조치들이 실현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설득해 남북 간 신뢰가 구축되고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