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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 공간의 재발견

이주형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 2010-03-04 16:25:41

최근 세계적으로 관광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공간에 문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먼저 시작된 유럽에서는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문화도시 전략으로서 도시를 마케팅하고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등 경제적 활성화와 더불어 도시이미지 향상을 도모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장소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수명이 다해서 버려진 각종 폐공간을 새롭게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하여 이를 새로운 차원의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문화예술의 속성 중 하나인 ‘경험’과 ‘지각’은 장소감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관광과 중요한 연관이 있다.

특히 ‘재생’과 ‘치유’는 쇠퇴해가는 지역과 지역민, 황폐한 공간을 문화예술과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창조 지구’, ‘창조 도시’, ‘창조 관광’이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는 탄광촌의 낡은 공장 건물을 예술촌으로 변화시킨 스페인 빌바오, 과거 도축장이라는 쇠퇴지역에서 파리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라빌레트 공원(프랑스 파리), 세계적인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혐오시설을 관광명소로 바꾼 스피라우트 지역 난방플랜트(오스트리아, 스피라우트), 옛 화력발전소 건물을 현대미술의 메카로 바꾼 테이트모던 갤러리(영국 런던), 국영공장을 개조하여 베이징을 세계적인 예술 창작도시로 자리매김한 798 따산즈 예술촌(중국 베이징) 등이 있다.

이러한 폐·혐오공간이 지역민과 관광객이 사랑하는 관광코스로 변모하게 된 것은 경제적 이익만이 아닌 지역의 전통과 문화성을 존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계획과 지원, 지역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정선 아리랑학교(강원도 정선), 방앗간을 이용하여 마을 박물관을 만든 대룡마을(경남 기장군), 쇠락해가는 재래시장의 빈 상가를 이용하여 문화거리와 갤러리를 만든 대일시장(전남 광주), 문래동 공장을 창작스튜디오로 활용하는 애미집(서울 영등포구), 목포 조선벽돌 공장의 문화시설 조성 계획(전남 목표) 등이 그 예이다.

그러한 시도들이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 않았던 구시대 산업화의 상징물인 폐공간들을 관광객이 찾는 관광자원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발전과 쇠퇴를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유기체인 지역의 구조 안에서 전면적인 파괴와 재개발이 아닌 재생을 통한 활성화를 도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비록 현재는 죽은 상태의 공간이나 이 공간은 그 지역의 역사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로서 지역민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역사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단순한 철거와 건설을 통해 단선적 사업 용도로만 이용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지역성과 문화성을 앗아가 버리는 위험성을 필연적으로 지니게 된다.

우리도 산업화가 시작된 지 40여 년이 되었고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른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룬 지금, 어디에서나 본래의 사명을 다한 낡은 공장, 학교, 창고, 부두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이러한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관광 공간 창조에 눈을 돌려볼 때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보존과 보호가 아니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야 하며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전할 것인가, 그리고 이 빈 공간에 어떤 것을 채울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지역민의 장기적인 안목과 치밀한 계획이다.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관광(觀光)이다. 그러니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자, 한번 주위를 돌아보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가진 곳이 버려져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