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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맛집] 청정동해의 맛과 향이 넘실대는 ‘진일대게회’

바쁜 시간마저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 같은 곳

이갑용·이승현 기자  / 2010-03-04 14:24:51

푸른 동해가 바라보이는 탁 트인 창가에 앉아 그곳 바다에서 나고 자란 대게와 전복, 생선회를 즐길 수 있는 곳. 들리는 것이라곤 갯바위를 어루만지는 파도소리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바람 소리, 두런두런 나누는 사람들의 정겨운 대화뿐이다. 오로지 속도에만 익숙해져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이곳을 들를 때면 그 바쁜 시간마저 잠시 쉬었다 간다.

창포리 앞 까마득한 동해를 바라보며 손님을 맞이하는 ‘진일대게회’(대표 박무연)를 찾는 것은 영덕이 자랑하는 대게와 회를 맛보면서 바닷가 마을의 정취와 풍광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다. 특히 이곳, ‘진일대게회’에서 느끼는 갯마을 특유의 향취는 각별하다.

“인스턴트 음식의 삶에 길든 도시인들에게 이곳의 자연 그대로의 맛은 익숙하지 않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맛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곳의 맛과 비유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는 ‘진일대게회’의 대표 박무연 씨.

모든 것을 바쁘게 앞질러간 도시 사람들은 옛 입맛마저 잃어버린 것일까. 자극적인 맛과 향에 익숙해져 혀와 코의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
하지만, 박 대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 상 위에 올림을 자랑스레 여긴다.
“바다의 음식은 바다의 맛과 향이 나야 한다.”

박 대표의 말이다. 당연한 사실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일대게회’에서는 영덕의 특산물인 대게와 싱싱한 활어회 외에도 특별한 맛의 전복을 만날 수 있다.

손님상에 오르는 전복은 모두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는 자연산이다. 자연산 전복은 그 빛깔부터 양식과 다르다. 자연산 전복은 갯바위에 붙어 있어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짙은 녹색 또는 옅은 검은색을 띠고 있지만, 양식 전복은 새파란 색이 빛날 정도로 구분이 확연하다. 어디 색뿐이겠는가. 자연산 전복의 그 고소함은 양식과 비교하기 어렵다.

“대량 생산되는 양식 전복 때문에 바다의 귀족으로 불리어온 전복이 아주 흔한 먹을거리로 전락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박 대표. 전복의 영양과 가치를 잘 아는 박 대표는 자칫 질 낮은 전복이 시중에서 대량으로 유통되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을지를 크게 염려한다.

“우리 집 자랑인 전복죽은 살아있는 자연산 전복만을 골라내고 다듬어서 참기름을 넣고 볶아요. 그다음 미리 불려 놓은 찹쌀과 함께 끓이죠. 그러면서 다듬을 때 빼놓았던 전복 내장을 갈아 넣고 나서 조금 더 끓이면 전복죽이 완성되죠. 무척 간단하죠?”라고 설명하며 웃는 박 대표의 얼굴에서 전복죽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그래서 이집의 전복죽은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인 횟집에서 먹어왔던 전복죽과는 무척 다르다. 짙은 쑥색을 보이는 전복죽은 양식전복으로 만든 죽보다 더욱 향긋하면서 맛도 깔끔하다. 밑반찬이나 따로 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입맛을 돋우어 주는 것이 마치 바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 영덕의 정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비싸다는 전복죽에 대한 일부 손님들의 반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자연산 전복이라는 사실도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식당의 주인인들 손님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내놓고 싶지 않겠는가.
입맛이 무딘 현대인들은 속고 속임에도 익숙해져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무뎌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일대게회’에서 조리하는 자연산 전복은 모두 인근 마을 해녀들의 땀이 어린 노력의 산물이다. 매일 바다에 잠수하는 해녀들 대부분은 50~70대의 고령이다. 수심 수십미터의 바다로 들어가 어렵사리 해산물을 채취해 나오지만 이들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황혼 저편으로 사그라질 때쯤이면 자연산 전복이라는 단어도 그들과 함께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이런 전복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현실을 박 대표는 안타깝게 여긴다.

전복만이 아니라 대게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는 “일반 소비자들은 대게를 너무 흔하게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소비자의 판단으로 대게의 고급화 인식의 재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박 대표의 바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예전부터 줄곧 ‘변화’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는다. ‘변화’, 그것은 메뉴의 변화, 식당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변화를 일컫는다. 항상 같은 메뉴를 손님상에 올리는 것을 미안해하는 박 대표는 “밤낮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고 속상해 한다.

다만 바다의 특징을 살린 코스요리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한 박 대표는 다음번에 취재차 들리면 특별히 개발한 메뉴를 선보일지도 모른다고 약속한다.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라는 손님들의 인사 한마디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라는 박 대표.

이제 새싹이 움트고 대지가 깨어나는 봄날, 박 대표의 정성이 가득 담긴 새롭고 신선한 음식이 ‘진일대게회’의 식탁위에 화려하게 오르게 되는 장면을 전국의 맛집을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으로서 한껏 기대해 본다.


주소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125-1
메뉴  영덕대게, 자연산회, 자연산 전복죽, 물회, 전복물회
기타  전국택배, 단체석완비, 숙박가능
문의  054-73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