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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에서 마주치는 따사로운 풍경들

동해의 푸른 바닷길 ‘영덕 블루로드’
영덕의 매력포인트 9경(景), 9미(味), 9체(體)

차봉수ㆍ이주형 기자  / 2010-03-04 14:16:55

길-. 그것은 낯선 세상과 소통하는 門이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문 앞에 서서 애꿎은 뒤통수만 긁적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로 이 즈음이었다. 오래된 기억 저편에서 희미해져 버린 동해바다의 풍경이 문득 떠올랐던 순간은…….

영덕으로 가는 길은 아무리 멀다손 치더라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3월의 찬란하고 눈부신 하늘과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에메랄드빛 동해바다, 그리고 성난 파도처럼 격정적인 삶을 지켜가는 포구 사람들의 활기찬 얼굴이 오랜 여정에 지친 나그네의 몸과 마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곧은 아스팔트 도로보다 꼬불꼬불 이어진 흙길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마다 작은 사색의 향기를 찾아볼 수 있는 ‘블루로드’처럼 말이다. 강구항에서 시작해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45km의 푸른 바닷길에서 영덕의 숨은 매력과 속살을 담아보았다.

삶의 생명력이 꿈틀대는 포구
강구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블루로드 첫 번째 코스의 출발점인 ‘강구항’을 만난다. 영덕대게의 집산지인 강구항은 어부의 옹골진 그물을 차고 오르는 은빛 활어 떼처럼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포구이다.

요즘처럼 영덕대게가 제철을 맞는 1~3월이면 강구항의 하루는 풍어의 기쁨으로 가득 차오르곤 한다. 특히 지난밤 대게잡이에 나선 어선들이 저마다 갈매기 떼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귀항(歸港)하면 어판장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과 관광객의 발길로 한껏 분주해진다.

예로부터 영덕대게는 해동죽지(海東竹枝)와 고려 태조 왕건에 관한 문헌에도 그 기록이 남을 만큼 유명하다고 했다. 특히 그 최대 집산지가 바로 강구항이라는 상인들의 설명에는 오랫동안 지녀온 애틋한 자부심마저 묻어나왔다. 지금도 강구항 대게 거리에는 그 오랜 명성에 걸맞게 약 100여 곳이 넘는 대게 요릿집이 저마다 관광객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영덕대게로 비롯된 이곳 포구의 명성은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며 한층 더 견고해졌다. 그래서 이따금 영화나 TV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촬영 차량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물론 강구항에서 시작되는 918번 지방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보도여행의 참된 매력을 찾아보기 위해 강구항 영덕대게정보화마을을 지나 고불봉(235m)에 이르는 산행에 오르기로 했다.

이마에 하나 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거대한 바람개비 무리가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을 과시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국내 최초의 상업용 민간 ‘풍력발전단지’이다. 이곳에선 현재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연간 9만668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한다.

풍력발전단지를 내려오면 창포리 해맞이공원에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쉬어가게 해도 좋을 듯하다. 해맞이공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에 위치한 탓에 이미 많은 길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 2002년 완공된 해맞이공원은 집게발 형상의 창포말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도 장관이지만, 야생초가 심어진 산책로를 따라 쉼터와 전망대, 갈대숲, 조각 작품 등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휴식 공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공원 일대 해안도로에는 경관 조명이 설치된 ‘빛의 거리’가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며 관광객의 많은 사랑을 독차지한다.

‘영덕 달맞이 야간산행’
영덕 달맞이 야간산행이 3월 27일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매월 음력 보름에 가까운 토요일 열린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야간산행은 영덕초등학교 창포분교를 출발해 영덕풍력발전단지,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창포말등대를 거쳐 창포리 물양장까지 약 7.7km 구간에서 이뤄지며, 동해안의 아름다운 야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사람 냄새 그윽한 소박한 어촌마을
3월의 햇살이 정수리를 파고들자 출출했던 속이 아우성을 치며 여행자의 발걸음을 무디게 만든다. 하지만 두 번째 코스의 목적지인 축산항을 향하다 보면 해안 길을 따라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한지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기왕이면 코끝까지 시원한 영덕물회나 바닷내음이 가득한 성게알 비빔정식 등 영덕 9미(味)를 선별해 맛보아야 한다.

해맞이공원을 벗어난 지 두어 시간 남짓, 가장 먼저 ‘석리’에 도착했다.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곳은 민박, 음식점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과 해삼, 성게 등을 채취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연중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감성돔 아니면 모두 잡어로 취급한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많은 낚시꾼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용바위 낚시터’와 방파제 테트라포드로 바닷물을 막은 해수풀장도 있어 온 가족이 함께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석리를 조금 지나면 대게의 원조인 경정리 ‘차유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차유마을은 고려 말 초대 영해 부사였던 정방필이 대게 산지인 이 마을을 순시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넘어온 것에서 유래해 지금의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대게의 원조임을 알리는 비석과 대게 형상을 한 장승이 해학적인 모습으로 외부인을 맞이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작고 소박한 어촌마을의 풍경에 금세 허무함마저 밀려들고 만다. 그렇다고 이른 실망감은 절대 금물. 왜냐하면 차유마을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속이 꽉 찬 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마을의 대게잡이 선주들은 영덕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대게를 전화주문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관광객에게 갓 잡아 올린 신선한 대게를 그 자리에서 바로 대게 찜으로 내놓기도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커다란 찜통이 하얀 김을 펄펄 내뿜으면 선주는 집게발을 치켜세운 대게를 뒤집어 보이며 “맛있는 대게는 뒤집어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들고, 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놈”이라는 사실도 귀띔한다.

차유마을에서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하얀 등대와 함께 야트막한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죽도산이다. 그 이름에서 예상하듯 대나무가 무척 많은 산인데, 수백 년 동안 이곳의 작은 대나무는 화살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나무 데크를 놓은 죽도산 산책로를 넘어서자 이윽고 기다렸던 축산항이 제 모습을 나타낸다. 축산항은 강구항에 비해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영덕을 대표하는 포구 가운데 하나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분주하게 드나드는 어선들로 인해 부지런한 어촌의 삶을 느끼게끔 한다. 또한 인근에는 시원한 동해를 배경으로 대게와 활어회를 즐길 수 있는 축산대게활어타운이 들어서 사계절 활기가 넘친다.

영덕의 9경(景), 9미(味), 9체(體)
영덕 여행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영덕의 9경, 9미, 9체’를 꼼꼼하게 챙겨보자. 우선 9개의 볼거리는 영덕해맞이공원, 삼사해상공원, 도천숲, 팔각산, 사월의 복사꽃, 죽도산, 괴시리전통마을, 고래불해수욕장, 나옹왕사 사적비이며, 9개의 먹거리는 영덕물회, 황금은어, 영덕해물탕, 대게정식, 영덕 모둠회, 송이전골, 미주구리회, 성게알 비빔정식, 전통메밀묵밥이 있다. 이와 함께 9종의 체험으로 오천옹기 만들기, 동해안 영덕블루로드 탐방, 동해안달맞이 영덕산행, 나라골 보리말 체험, 어촌마을체험, 황금은어잡기, 초경량비행, 스킨스쿠버, 수상레저를 꼽는다.

대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山海
축산항을 뒤로하고 조선시대 초부터 봉수대로 쓰였다는 대소산을 올랐다. 인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지만 그 높이가 282m에 불과한 터라 산책하듯 쉬엄쉬엄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지금도 제 모습을 잃지 않은 대소산 봉수대에 다다르자 지금껏 걸어왔던 길이 다시금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위엄을 과시했던 풍력발전기들이 마치 바람개비처럼 프로펠러를 날리는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색에 잠겼을까. 서둘러 산길을 내려오자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고려문학을 대표하는 목은(牧隱) 이색(李穡) 선생의 생가와 영양 남씨 집성촌인 괴시리전통마을이 발길을 가로막는다.

괴시리전통마을은 현재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와 200여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전통가옥 30여 채가 고색창연한 빛으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과 멋을 엿볼 수 있는 이곳 전통마을에서는 격년제로 ‘목은문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해마다 많은 학자와 학생,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어느덧 영덕 블루로드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으며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아스라이 펼쳐진 동해바다와 명사이십리,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병풍처럼 드리운 소나무 숲. 바로 대진해수욕장에서 고래불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고래불’이 블루로드의 마지막 구간이다.

우선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 배경지로 알려진 대진해수욕장은 수심이 1~2m로 깊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피서지로 유명하다. 또한 폭 200m의 송천이 백사장을 가로지르며 바다와 만나는데, 담수미역도 즐길 수 있어 천연 샤워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덕천해수욕장과 영리해수욕장을 지나자 그 이름도 재미난 고래불해수욕장이 나타났다. 동해안 특유의 맑고 깨끗한 바다와 고운 해변이 도보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른 여행자의 아쉬운 마음을 어루만졌다. 비록 장장 45km에 달하는 블루로드는 이렇듯 끝이 났지만, 낯선 길에서 만난 삶과 자연의 따사로운 풍경들은 영덕 앞바다를 뛰어놀던 고래들처럼 우리들의 가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대게의 유혹에 풍덩 ‘영덕대게축제’
대게의 본고장 영덕에서 오는 12~14일까지 3일간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일원에서 ‘제13회 영덕대체축제’가 열린다. ‘놀러와요 대게고향! 함께해요 즐거운 축제’란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12일 오전11시 대게원조마을에서 대게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동해별신굿을 시작으로 그 성대한 막이 오르게 된다.

우선 주행사장인 삼사해상공원 행사장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영덕대게 낚시 체험’과 ‘영덕대게 깜짝경매’, ‘영덕대게왕 팔씨름대회’, ‘영덕대게요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관광객의 오감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매일 2~3차례씩 열리는 영덕대게 깜짝경매 행사는 시중 가격 10만 원을 호가하는 영덕박달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벤트다.

이와 함께 대게특구로 지정된 강구항에서는 총 28척의 선박이 동원돼 ‘영덕대게잡이 어선 승선체험’과 ‘수상레저 및 요트체험’ 등의 각종 체험행사를 개최해 축제를 찾은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축제장 한편에는 영덕의 우수한 농수산 특산물을 전시·판매하는 친환경지역 특산물판매장을 개설하고, 다양한 향토 대게음식을 소개하는 ‘대게 먹거리 장터’를 열어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참여형 축제로 거듭나게 된다.
문의 :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http://www.yd.go.kr


interview 영덕군 곽성호 문화관광과장
“올해 관광객 유치 700만 명 목표”
영덕군은 태백산맥의 지맥인 팔각산, 칠보산 등의 명산과 동해안 64㎞의 푸른 청정해역, 그리고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축복의 땅이다. 그리고 최근 동해중부선철도(포항~영덕~삼척)부설, 동서 6축 고속도로 개통(당진~영덕), 남북 7축 고속도로(울산~영덕~삼척) 건설 등 광역교통망이 확충됨에 따라 앞으로 영덕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곽성호 문화관광과장은 “올해 ‘전통문화 꽃피우는 매력 있는 관광 영덕’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1세기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양관광 휴양지로 조성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역점 추진정책을 밝혔다.

첫 번째,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고래불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초광역 가족체험 휴양벨트를 조성하고,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나 스포츠 전지훈련장 등의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구축한다. 또한 영덕 내륙을 연결하는 낙동정맥 트레킹로드와 동해안 블루로드 50km를 조성해 친환경 생태체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통 한옥체험,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 나라골 보리말 체험 등 참여와 체험으로 가득한 새로운 관광패턴을 구축하는 한편, 계절별로 특화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육성해 신성장 동력에너지로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세 번째, 영덕의 숨은 보물인 ‘9경-9미-9체’를 적극 홍보하고, 차별화된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는 물론 새로운 관광소득원으로 자리 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 지역문화의 향유를 확대하고자 영덕 월월이 청청, 무고(궁중무용)전승, 동해어부들의 소리 재현, 태백산 호랑이 신돌석장군 출정식 등 다양한 유·무형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계승·보존해 군민과 관광객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것을 약속했다.

다섯 번째,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격형 홍보 마케팅을 전개하고, 신문과 방송 등 각종 언론 매체에 찾고 싶은 영덕의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킬 예정이다. 특히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여행사 설명회 개최, 국내외 관광박람회 참가 등 지속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 관광객 700만 명 유치에 주력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