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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불어온 올레길 열풍

박강우  경운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2010-02-03 10:50:29

‘제주도 올레길’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며 걷기 여행의 대명사처럼 되고, 2009년에 유명한 관광지의 하나로 선정됐다. 언론인 서명숙씨를 주축으로 한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놀멍 쉬멍 걸으멍’이란 캐치프레이즈로 기획, 성산읍에 1코스가 개발된 후 현재 15코스까지 확대됐다. 제주올레 담당자에 따르면 2007년 9월 올레길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09년 말까지 약 20만 명의 도시민이 다녀갔다고 한다.

제주 올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걷기의 열풍 그리고 웰빙 여행에 대한 선호가 절묘하게 접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가 없는 길을 걷는 여행인 올레열풍으로 제주도 시외버스터미널은 적자를 벗어나고, 인근 식당의 매출이 30% 늘었으며 택시운전사들도 덩달아 신나게 되었다고 한다. 올레 걷기는 ‘둘레꾼’, ‘올레꾼’, ‘올레폐인’ 같은 신조어를 만들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새로운 관광 트렌드가 됐다. 나아가 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올레길 개발과 조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벤치마킹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레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느림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무한경쟁의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속도나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여유롭게 걷는 것 자체가 휴식이자 치유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면서 번잡한 도시의 속도감을 상쇄시키고 푸르고 파란 자연의 색과 교감하며 몸과 마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필요가 생산을 낳는다. 현대인의 절대적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올레 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만들어지고, 앞으로 생겨날 올레 길은 이러한 인식에 그 출발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수익창출을 위해 새로이 개발되는 인공적인 길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지 못할 것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올레 길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 일부러 꾸며진 것이 아니라 그 길 자체가 역사의 숨결로 가득한 공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길이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풍경만 아름다워서는 안 된다. 길에 얽힌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은 여행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길과 그 주변의 것들이 지닌 이야기에 자신의 체험을 더해 자신만의 기억을 갖길 원한다. 사람들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길 위의 수많은 것들과 직접적인 교감을 나누는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얻기 원해서이다. 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길 위에 선 걷는 자들의 몸을 휘감을 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마을과 사람에 대한 숨겨진 스토리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한 매력이 될 것이다.

올레길 개발은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여행지로 각광받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다시 한번 더 방문하게 하는 동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소중하게 다루는 생태학적인 접근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