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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맛집] 대를 잇는 손맛 은평구 터줏대감 ‘흥수갈비’

“서민들 주머니와 입맛은 우리가 책임진다”

정진숙 기자  / 2010-02-02 15:34:23

정갈한 반찬들이 빼곡히 나와 ‘이 집은 뭔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에 차 있을 즈음 일반 고기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커다랗고 두툼한 사이즈의 왕갈비가 잘 달궈진 불판 위에 떡하니 펼쳐진다. 노릇노릇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고기를 한 점 맛보고는 “사장님, 돼지갈비로 시켰는데요?”라고 난색을 표하자 “왜요? 돼지갈비로 나갔는데요”라며 답하신다.

3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고기양념에만 매달려 온 ‘흥수갈비’ 김용준 사장의 손맛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1인분에 600그램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던 예전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은 300그램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누구보다 더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그 순간 기자의 머릿속엔 ‘아, 이게 소갈비가 아니었구나!’ 라는 감탄과 함께 제대로 한 상 받는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건강상의 이유로 얼마 전부터는 김 사장의 누이동생이 주방에서 비법을 전수받아 ‘흥수갈비’(대표 김용준, 김응하)의 맛을 이어가고 그 옆에는 든든한 장남 김응하 대표가 버팀목이 되어 주방과 홀을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김응하 대표는 길게 늘어선 줄에서 족히 30분은 기다려야만 동그란 탁자 한켠을 차지하고 앉아 아버님의 손맛을 볼 수 있었던 손님들을 당연한 듯 바라보며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잘 다니던 직장을 미련 없이 뒤로 한 채 가업 ‘흥수갈비’를 택했고 이제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오랜 단골손님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그는 조금이라도 신선한 재료를 바로 공급 받을 수 있고 지역경제에도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모든 식자재는 인근 시장에 있는 부친의 오랜 거래처를 대물림으로 이용하고 있다. 흥수갈비만의 가장 큰 장점과 보람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폭넓은 단골손님들로부터 듣는 “푸짐하고 맛있다”라는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대변한다는 소박한 답을 내놓는다.

도무지 고생이라고는 했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김 사장의 아내 민분자씨는 자그마한 체구에 다소곳한 목소리로 묵묵히 ‘흥수갈비’를 지켜 온 안주인이다. ‘서울시월드컵자문위원회’,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은평구체육회부회장’ 등은 김 사장의 이력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듯 지역사회활동에 적극적인 남편을 보며 ‘바르게살기부회장’으로 지금도 활동 중 이라고 살며시 털어놓는 그 마음이 짐작이 간다.

흥수갈비는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매년 1월 1일이면 어김없이 노인잔치를 열어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해 왔다. 해가 거듭 될수록 수 없이 늘어나는 이웃동네 어르신들까지 감당하기가 벅차 지금은 독고노인들에게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조만간 노인잔치를 다시 시작해 부친의 뜻을 잇고 더불어 서민들의 ‘흥수갈비’로 남겠다는 게 김 대표의 다부진 생각이다.


위치  응암오거리 국민은행 인근
주소  서울 은평구 응암동 600-6
메뉴  이동갈비(500g) 2만5천원, 돼지왕갈비(300g) 9천원, 삼겹살(200g) 8천원, 버섯생불고기(200g) 8천원, 갈비탕 5천원, 후식국수 서비스
문의  02-302-6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