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희망 가득찬 경인년 새해를 열며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0-01-04 14:17:04

희망을 품고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송년의 회한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또다시 새해를 설계해 봅니다. 못다 이룬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올해는 유독 감회가 새롭습니다.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은데 한해를 마감하면서 돌이켜보면 이룬 것보다 남은 일들이 더 많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하게 됩니다. 매년 나이가 더해질수록 희비(喜悲)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고민이 더 깊어진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미혼 남녀나 정년을 앞둔 직장인들처럼 나이를 한 살 더한다는 게 고통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유수(流水) 같은 세월은 나이와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고 합니다. 20대는 20㎞로, 40대는 40㎞, 60대는 60㎞로 흐른다는 우스개도 생겨났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감속도는 이보다 훨씬 더 빠를 것입니다.

요즘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다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물리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 신체적 나이로 분리해 자신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물리적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섭리(攝理)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먹기 시작하며,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공평하게 계산됩니다. 새해 들어 물리적 나이를 한 살 더한다고 해서 희비를 가릴 생각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물리적 나이로 진퇴(進退)의 위협을 받는다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물리적 나이는 순리에 의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다행히 또 다른 나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할 실제적인 나이가 정신적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관습으로는 물리적 나이가 생활의 기본이 돼 왔습니다만 이제는 평균수명이 예전의 나이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의술과 식생활의 힘이겠지만 그에 따른 우리의 인식과 제도도 달라져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통계 2009’에 의하면, 2007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9세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76세, 여성은 82세로 머잖아 100세까지 살게 될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만 60세가 되면 환갑(還甲)이라고 해서 생일잔치를 했습니다. 당시(조선시대)는 평균수명이 20~40세였기 때문에 60세까지 산다는 것은 장수로 축하할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희수(喜壽·77세)는 돼야 잔치를 합니다. 정신적 나이는 생각의 나이입니다. 본인의 생각한 나이에 맞게 사고(思考)하고 행동하면 그 나이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의 나이는 곧 본인의 의지입니다. 물리적 나이를 잊어버리고 생각의 나이대로 살아간다면 의욕과 용기가 용솟음칠 것이며, 세상이 달라져 보일 것입니다. 예전에 비해 평균 수명의 차이만으로도 20년 이상 젊은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체적 나이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삶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가능하며, 체력과 용모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선척적인 체질은 불가피 하겠지만 현대 의학이 신체적 나이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육체가 젊다면 물리적 나이가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문제는 고령사회에 대한 제도 개선과 대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정년제는 철폐돼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면 당연히 일자리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한참 일할 50대에 정년으로 일자리를 잃는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입니다. 미국은 1986년에 정년제를 없앴다고 합니다. 물론 나이 차별을 금한다는 취지였지만 정년제가 있다고 해서 그 때까지 보장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연말 KT의 특별명예퇴직 인원이 총 6000여 명으로 확정됐다지만 그 중 자의에 의한 퇴직자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론 정년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청년고용창출과 고령임금체계 등이 선결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최상의 방편입니다. 청년실업에다 정년실업까지 계속 증가한다면 결국 국가 경제는 파탄날 것입니다.

이제 정신적 나이로 2010년을 힘차게 출발할 것입니다. 신체적 나이를 관리하며 생각의 나이를 믿고 경인년 새해를 희망으로 가득 채울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