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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저탄소 녹색관광의 새로운 이슈들

글.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 2009-12-01 10:00:08

저탄소 녹색관광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사회기조를 관광분야에서 수용한 측면이 강하다. 저탄소 녹색관광의 출발이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원대한 국가 비전의 압축적 내용을 관광부문에서도 일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 2008년 8·15 대통령 경축사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향후 한국경제의 비전임과 동시에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 될 것임을 천명하고 “녹색성장을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사회전반에서 모든 산업과 전국민이 같이 이뤄내야 하는 사명이자 실천 의지가 담겨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에서는 각 부처별로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벌써 선진국들은 대체에너지 개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서 한발 앞서 나가 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산업 전부문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관광부문에서도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전략과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 설정에 앞서 저탄소 녹색관광을 정책적 관점에서 추진하기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이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저탄소화가 관광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탄소를 안전한 수준으로 감축할 경우 이는 전반적인 경제 성장률을 필연적으로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관광산업 분야에서도 과도한 저탄소화의 요구는 전체적인 공급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관광비용의 상승을 야기하여 관광산업 전반에서 침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의미는 ‘저탄소화’와 ‘산업’의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탄소배출이 과도하게 진행되는 산업군이 아니다. 즉, 획기적인 탄소배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관광분야에서 실현가능한 감축 수준을 정하고 점진적인 배출 저감 정책을 유도할 필요성은 있으나 과도한 저탄소화 정책으로 관광산업의 존폐의 위협을 초래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이미 관광행태 변화에서 자연적인 탄소 저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이후 지속가능한 관광이 관광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건강과 웰빙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관광 활동을 추구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자연스런 관광객들의 인식 전환이 자연스런 관광 행태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러한 변화가 저탄소 녹색관광의 한 형태로서 자리 잡는 선순환 구조가 부분적으로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저탄소 녹색관광은 태생적으로 사회전반의 기조 변화와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국제적 합의를 통해 태동했다는 점과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관광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저탄소 녹색관광은 새로운 형태의 관광이 아니라 각각의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환경의 질을 유지하거나 또는 높이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2.0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를 생각하고 오늘날의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2.0판인 것이다.

셋째, 관광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관광객 관리가 관광분야의 녹색 신기술이다. 우리나라의 관광 여건상 관광산업에 도입 가능한 녹색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많은 부분에서 타 산업과 연동되고 있는 관광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관광산업에만 적용가능한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낮다고 볼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산업 분야의 신기술을 관광분야에 접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관광객 스스로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함으로써 관광분야의 저탄소 녹색성장 즉, 저탄소 녹색관광이 가능하다. 관광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고 싶다면 단순한 방법으로 관광지에 있는 수백만동의 건물에 단열재를 사용하고, 다양한 테마파크에서 수백만개의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며, 수백만개의 풍력 터빈을 만들고, 대체에너지가 스키장의 눈을 만들며,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관광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저탄소 녹색관광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 개발이 아니라 관광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관광객 관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저탄소 녹색관광과 녹색관광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기존 녹색관광은 프랑스에서 관광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녹음이 짙은 전원지역에서의 관광을 녹색관광(Green Tourism)이라고 명명한데서 비롯됐다. 녹색관광의 핵심은 농가에서 겸업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 즉 농가 민박으로서, 농촌이 가지고 있는 생활문화자원을 도시와 농촌주민간의 교류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농수산식품부에서는 이러한 핵심적 내용을 담아서 녹색관광을 ‘농산어촌의 풍성하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지역의 전통문화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한 도시민과 농산어촌 주민간의 체류형 교류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저탄소 녹색관광은 저탄소 녹색성장과 함께 미래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책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관광산업 전 부문에서 지속적인 저탄소화를 추구하는 관광형태로서 새로운 개념이다.
기존 녹색관광과 저탄소 녹색관광은 배경, 대상, 목표, 성격 등에서 명확히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저탄소 녹색관광은 인위적이고, 정책적인 패러다임으로서 관광산업 전부문을 대상으로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라는 사회기조 달성을 목표로 하고 단기적으로는 산업 규제적 성격을 갖는 특징이 있다.

저탄소 녹색관광은 결국 관광객의 선택에 달렸다. 저탄소 녹색관광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될 일이란 우리가 관광하는 곳을 바꾸는 일, 그리고 우리가 평소 관광하는 과정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탄소 녹색관광을 이행하겠다고 마음먹는 일이 관광객에게는 쉽지만은 않다. 관광객은 더 많이 걸어야 하고, 덜 편해야 하고, 덜 풍성해야 한다. 비약적으로 표현하면 관광을 떠나는 근본적인 목적과 배치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결국은 관광객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