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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조선왕릉 관광상품 활용 의의와 방안

  / 2009-10-05 18:02:34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는 2020년 중국의 해외관광객이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웃해 있는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고 있다.

중국의 해외여행 인구는 2003년 2000만 명에서 2007년에 4000만 명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해외여행 인구가 1억 명으로 늘어나는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는 한국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팀장을 통해, 조선왕릉 관광상품 활용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영릉(英陵)’과 ‘영릉(寧陵)’은 어떻게 다릅니까?”
“아들이 왕이 되기 전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었다는데, 융건릉은 언제 만들어진거죠?”
장마철 폭우 속에서 3박4일의 팸투어(여행전문가들의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시찰여행)를 통해 동구릉, 홍유릉, 융건릉, 영릉 등 대한민국 내의 주요 조선왕릉을 모두 돌아보면서 혼유석, 신도, 병풍석 등 한국인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전문용어를 비롯해 수많은 설명을 들어야했던 외국인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조선왕릉을 상품화하기 위해 지난 7월 방한한 일본 여행업 관계자들로, 비록 왕릉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아닌 기본적인 질문이었을지언정, 조선왕릉에 대해서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해 보였다. 명동과 동대문, 경복궁과 창덕궁으로 대변됐던 익숙한 대한민국이 조선왕릉을 통하여 경건한 대한민국으로 일본인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난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조선왕릉 40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의를 지니고 있을 것이지만, 문화와 관광의 접목이란 측면에서 조선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삶의 문화뿐만이 아닌 죽음의 문화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새로운 역사테마관광이 가능해졌다는 점 등을 중요한 의의로 손꼽고 싶다.

우선 40기의 조선왕릉에는 조선시대의 40가지 이야기가 숨어있다. 자칫 비슷비슷한 둥근 ‘묘’들이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각각의 조선왕릉에는 사랑하는 님(임금) 곁에 묻히고자 벌였던 왕후들간의 암투와 로맨스, 인정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묘를 왕릉으로 추대하기까지의 에피소드, 백성들의 수고를 아끼는 마음에서 왕릉을 비교적 조촐하게 꾸미고자 했던 일부 왕들의 자애의 마음 등 왕실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실제로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이 되기 위해 심사를 받을 때 시찰하던 위원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충신이 목숨을 걸고 만든 조촐한 단종의 릉(장릉)이었다고 한다.

조선왕릉은 왕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궁궐(창덕궁)과 제사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종묘에 이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제 마지막으로 왕실의 사후 문화까지 배울 수 있어 조선왕조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한 시대의 ‘삶’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은 많았다. 대표적으로 박물관과 민속촌이 그러하며, 이들의 삶을 재연한 한류 드라마가 그러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역사문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죽음의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기리는 문화는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죽은 자를 위해 지내는 제사문화는 전세계적으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로, 지금도 매년 왕족의 후예들이 모여 왕릉 앞에서 경건한 제사를 지낸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세계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제공한 한편 우리에게 이런 문화를 지속할 의무도 각인시켰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한국 관광상품에 새로운 테마를 부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늘 신선한 관광지를 찾아내야 하는 여행업 관계자들에게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국의 새로움을 알릴 수 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크게 5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왕릉 상품을 주력으로 홍보하고 있다. 첫째는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효심 상품으로 창경궁·융건릉·화성을 돌아보는 코스이며, 둘째는 명성황후-나는 조선의 국모다 ‘명성황후’코스로, 여주 명성황후 생가·경복궁 건청궁·홍유릉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코스이다. 셋째는 조선의 마에스트로 ‘세종대왕’ 코스는 경복궁·여주 영릉·신륵사를 함께 돌아보는 코스이며, 넷째는 왕의 남자 ‘성종’코스는 창덕궁·선정릉·봉은사를 함께 묶어 소개하는 코스이다. 마지막으로 유난히 억새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는 ‘용의 눈물’ 태조 이성계 코스는 경복궁·동구릉(건원릉)·전주 경기전을 함께 돌아보는 코스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만큼, 이러한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도권 주변의 왕릉을 중심의 조선왕릉 테마를 홍보하고 있으나, 점차 그 범위를 넓혀 가장 먼 영월의 장릉까지 관광상품을 개발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한국의 역사문화에 관심이 깊은 일본 및 중국 등 근거리 국가의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수학여행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으로까지 유치 홍보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외 홍보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도쿄 및 오사카 지역 여행업 관계자 10여명과 함께 진행한 1차 조선왕릉 팸투어가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9개 여행사가 이미 조선왕릉 상품을 판매하고 있거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상품화해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답변했으며, 관광지로서의 조선왕릉에 대해서도 새롭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는 11월에는 일본지역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의 대규모 팸투어를 진행할 예정으로, 일본의 각 지역 매체에 조선왕릉이 소개되면 여행상품 개발과 더불어 상품판매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올 겨울에는 설경을 배경으로 동남아 여행업자들에게 또 한번 조선왕릉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어필할 계획이다.

한편 외국인의 조선왕릉 수용여건에 새롭게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신선한 테마를 찾아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최상의 여행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우리의 조선왕릉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이드 교육 및 홍보 브로셔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우선 일본인들의 올바른 조선왕릉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왕릉 리플렛의 일문화 작업을 마친 상태이다.

또한 현재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공동으로 총 6회의 가이드교육을 진행 중에 있는데, 지난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진행된 1차 교육에는 45인승 버스가 한 자리도 비지 않을 만큼 가이드들이 몰려 왕릉을 소개하고자 하는 가이드들의 열정을 반증했으며, 향후 교육일정에 대한 문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어 가이드로 향후 일본인들의 조선왕릉 관광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이러한 직접적인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이드들을 위해 교육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작업과, 스토리텔링 매뉴얼 북 제작을 구상 중에 있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역사문화와 관광 영역에 축포를 터뜨릴만한 쾌거였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우리에게 많은 의무와 숙제를 남긴 과업이기도 하다. 문화재 보존 및 원형 복구작업, 유네스코와의 다양한 약속 이행 등 여러 과제들이 주어졌겠지만, 특히 우리 공사에 주어진 임무는 조선왕릉의 문화적 가치와 그 의의를 해외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관광공사는 향후 27개 해외 지사를 매개로 세계의 여러 관광객들에게 조선왕릉의 가치를 알리는 다각도의 홍보 마케팅 활동을 통하여, 더 넓은 의미의 한국을 알려 나갈 것이다.

글.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전략상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