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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숨결에 시간도 머무르는 곳 ‘안동’

유·불교 문화재, 고택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의 향기 그윽’

정석만 기자  naflnafl@newsone.co.kr / 2009-09-03 16:20:50

수려한 자연 풍광을 마주하면 흔히 “그림 같다”고 표현하게 마련이다. 불교와 유교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골짜기마다 종택과 고택이 자리한 안동은 그런 면에서 한 폭의 수묵화와 닮아 있다. 때로는 단아하고 정갈하게, 때로는 중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올 가을 안동을 찾아 가슴 속에 한지를 펼치고 추억이라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수묵화의 여백처럼 마음 한 구석은 비워두고 말이다.

우리 삶의 모습 되돌아보는 하회마을
안동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들른다는 하회마을을 이번 여행의 첫 기착지로 택했다. 낙동강이 ‘S’자형으로 마을을 감싸고 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하회’(河回). 마을 전체가 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인 이 곳엔 풍산류씨의 대종가인 양진당과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의 종택 충효당, 하동고택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늑한 시골 같은 풍경에 빠져 발길을 옮기다 보면, 왠지모를 편안함을 주는 초가집과 수려한 처마가 인상적인 기와집들을 마주하게 된다. 곳곳에 주민이 실제로 살고 있어 일부러 꾸민 느낌 없이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는 듯하다. 기와집과 초가집 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거로의 여행을 하느라 지친 다리를 쉴 겸 만송정 솔숲에서 잠시 머물렀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하회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부용대의 절경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회관에서는 5~10월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3·4·11월은 일요일)에 흥겨운 탈놀이가 펼쳐져 우리네 전통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와 함께 왔다면 국내외 탈 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하회동탈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곳, 봉정사
하회마을을 뒤로 하고 서후면에 위치한 봉정사를 찾았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을 만들어 날렸는데, 봉황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일설엔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즈넉한 경내를 둘러보다 어느덧 극락전(국보 제15호)에 발길이 멈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이라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까지 하다. 극락전 이외에도 최근 국보 제311호로 승격된 대웅전과 보물 제1614호인 후불벽화 등 우리나라의 건축양식과 불교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문화재가 가득하다.

유교의 의(義)와 예(禮)를 되새기는 서원
유교문화의 본향(本鄕)인 안동까지 와서 서원에 들르지 않는다면 안동의 정신문화를 제대로 엿보았다고 할 수 없을 터. 대쪽같이 꼿꼿한 절개로 학문과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의 생활과 정신을 느끼기 위해 도산서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도산서원은 중국 유학자들에게 ‘해동주자’로 칭송받은 퇴계 이황 선생이 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교육한 곳으로, 사후에 제자들이 선생의 높은 덕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이황 선생의 검소함이 묻어나는 도산서당, 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에서 ‘工’자 형태로 지은 농운정사 등을 둘러보니 어디선가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전교당에는 한석봉이 쓴 ‘陶山書院’(도산서원) 편액이 걸려 있으니 꼭 들러 당대 최고 명필의 글씨를 감상해 보자.
안동에서 이름난 또다른 서원으로는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병산서원이 있다. 원래 풍산면에 있던 것을 서애 류성룡이 선조 5년(1572년)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빼어난 경치와 함께 서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종택의 멋스러움을 느끼다, 전통고가옥 체험
몇백 년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기분은 어떨까.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기는 생각만으로도 멋스러움이 넘친다. 체험 중심으로 바뀌는 관광트렌드에 맞춰 요즘 안동에도 고택과 종택 등 전통고가옥을 체험하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옛 조선 시대 가옥의 멋과 격식이 배여 있는 오천군자마을을 비롯해 1663년 조선조에 건립된 지촌종택(지례예술촌), 도산9곡의 비경이 고스란히 간직된 곳에 터를 잡은 농암종택 등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주는 종택들이 안동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또 전통민속놀이를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수애당이나 치암고택, 북촌댁, 옥연정사, 경덕재 등의 고택도 옛 선인들의 삶과 멋의 자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유물 없는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안동 시내에도 가족과 함께 둘러볼 만한 숨은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07년 개관한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여느 박물관이라면 필수인 유물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안동의 대표적인 문화유물을 디지털콘텐츠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신화와 전설, 민담을 들려주거나 4D 디지털영상을 통해 후삼국시대 고창전투 현장을 느껴보는 등 쌍방향 체험을 통해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고려 개국공신인 김선평, 권행, 장정필 등 삼태사의 위패를 모신 태사묘, 민속자료 7000여 점이 소장된 안동민속박물관, 화강암 석벽에 새긴 고려시대 마애불인 이천동석불상, 통일신라시대의 전탑(벽돌탑)인 신세동 7층전탑, 동부동 5층전탑도 시내에 자리해 있다.

휴식과 레저로 청량함 선사하는 호수
안동에 있는 두 개의 큰 호수인 안동호와 임하호는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레저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푸른 호수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밀려드는데, 여기에 모터보트와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등 수상레저 스포츠도 즐길 수 있어 한층 즐거움을 안겨준다. 안동시 상아동과 성곡동 일원 안동호에 놓인 월영교는 길이 387m의 국내 최장 목책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지어미의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고자 미투리 모양을 본떠 다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의 : www.andong.go.kr
안동시 관광산업과 054-840-6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