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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中관광객 유치, 수요자 중심 마케팅 필요

글. 박정하(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  / 2009-09-03 09:44:56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는 2020년 중국의 해외관광객이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웃해 있는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고 있다.
중국의 해외여행 인구는 2003년 2000만 명에서 2007년에 4000만 명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해외여행 인구가 1억 명으로 늘어나는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 주도층, 중산층으로 확산
과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해외여행은 상위 5%(6,000만 명)의 고소득층이 주도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약 10~15%에 이르는 중산층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여유연구원(中國旅游硏究院)이 발표한 2008년 해외여행자의 개인별 수입현황에 따르면 월 소득 1,000~8,000원(인민폐)이 전체의 80%(3,000~5,000원 25.8%, 5000~8000원 34.9%)를 차지했다.
중국 도시의 전형적인 중산층은 30~50대 기혼자로서 아이가 있고, 월수입은 3,000위안 이상이며 최신 시설(에어컨, 가스레인지, 현대식 주방과 가구)을 갖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계층으로 지칭된다.

중국인 방한비자 절차 크게 개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장애 요인의 단골메뉴는 비자문제였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및 법무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국을 여행할 만한 사회적 지위와 수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이라면 방한비자 취득에 커다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여행사를 통해 모집되는 단체관광 비자의 경우 이미 여타 국가에 비해 매우 편리해졌으며, 개별관광객 비자도 영사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소위 ‘불법체류 가능성이 없는 확실한 사람’이라면 취득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국내·외에서 방한비자 취득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소수의 특수한 상황을 마치 전체가 다 그러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현재 각 영사관이 실시하고 있는 비자 간소화 정책을 잘 못 이해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 세분화한 타깃시장 설정 중요
광대한 국토에 지역별로 상이한 소득수준과 문화습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명확한 방한관광객 유치전략을 세우기란 쉽지가 않다. 그동안 방한 관광객 유치 정책은 통상적으로 고소득자들이 몰려 있는 북경, 상해, 광주 등의 대도시와 연안 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내에서도 소비성향은 연령별, 소득별로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지역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전략수립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연령별 소비성향 분석이다.
개괄적으로 연령층은 30세 이하, 30~55세, 그리고 55세 이상 3가지 계층 시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30세 이하 계층은 중국이 1979년 1자녀 낳기 정책을 실시한 이후 출생한 세대로 ‘독생대(獨生帶)’라고 지칭되는 데 올해로 꼭 30년을 맞이했다. 이들은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황태자로 자란 계층으로 서구에 가까운 소비의식을 가지고 있다. 부모들 또한 이들에 대한 투자와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개발되고 있거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방한상품으로는 초·중학생들이 대상인 수학여행 상품과 20대 대상의 개별관광 및 신혼여행 상품 등이 있다. 또 20대 여성층을 겨냥한 여성전용상품 (미용·쇼핑·한식·한류)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30~55세 계층은 현재 해외여행 시장을 주도하는 있는 연령층이다. 이들은 친구, 직장동료, 가족 단위의 관광형태가 많으며, 다국가 주유형인 소위 ‘깃발 부대’의 주력군이기도 하다. 이들은 상품 가격에 민감해 가격경쟁이 치열한 단체상품의 주체로서, 1회성 방문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다품종 보다는 기존 상품의 질적 개선을 통한 승부가 요긴하다. 하지만 품질을 중요시 하는 고수입 계층을 위해 고품질의 상품 차별화 전략도 요망된다.
55세 이상 계층은 현재의 중국 국가 건설을 주도한 계층으로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으나 중국의 조기 퇴직제도, 노인들의 소비의식 변화 및 자식들의 효도관광 주선 등으로 국내 및 해외여행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시장으로는 한·중간 페리를 활용한 노인교류 방한단체 상품이 있다.

‘2010~2013 한국 방문의 해’방한 붐 조성 노력 필요
현재 중국 대륙에는 북경, 상해, 광주, 심양, 청도 등 5개 지역에 관광공사 지사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남한의 100배 크기인 중국 전 지역을 지사 당 2~3명(현지직원 2-3명 별도)의 인력으로 공략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현재까지의 공사 업무 내용을 보더라도 지사가 소재하고 있는 대도시 시장을 공략하는데 인력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2012년 중화권 관광객 300만 명 유치를 위해서는 기존 관광공사 지사가 주력하던 대도시 위주의 마케팅 이외에 별도 2차 시장에 대한 방한 붐 조성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1차 대도시 시장 이외의 각 성(省)의 수도를 대상으로 약 12개 공략 대상 도시를 선정하고 매년 4개 시장에 대해 홍보·광고 및 판촉활동을 집중한다면 2012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방한관광 열기가 고조될 것이다.

유자격 가이드, 스토리텔링 능력제고
다행히 지난 3월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관광통역안내사들의 권위가 회복되고 중국관광객들의 방한 만족도가 크게 제고될 수 있게 됐다.
1년의 짧은 유예기간으로 여행사들의 부담은 다소 가중되겠지만, 여하튼 내년 9월부터는 자부심이 가득한 가이드들이 중국 손님들을 위해 유창한 중국어로 힘껏 내지르는 마이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중에는 물론 어느 여행사에도 이들을 위한 가이드 해설 표준 교본이 없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수요자 중심 상품개발 필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관광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각 지자체들의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소비자나 여행업자들은 한국 관광에 대해 이전 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또 방한 관광상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관광 정보는 아직까지 수요자 보다는 공급자의 일방적인 홍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략 시장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과 매력을 발굴해 내는 정책이 요구된다.
인천관광공사는 이점에 있어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공사는 인천과 연결되는 페리노선, ‘효’를 중시하는 유교사상, 해당 시장의 소비의식 연구 등을 통해 산동지역 노인관광시장을 개척, 연간 약 1만 명의 노인단체 관광객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 상품개발 서둘러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한상품의 저가 논란은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의 관광 상품도 동일하게 직면해 있는 문제이다. 사실 객관적인 방한상품 가격 책정은 쉽지 않다. 물론 국제선 항공료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경비에다 국내 숙박료, 식비, 입장료, 차량 등등 제반 경비를 합산하면 손쉽게 산출해 낼 수 있다. 만약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목적지가 한국뿐 이라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 앞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목적지들이 그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방한상품을 포함한 각국의 관광 상품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고품질 상품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격들의 상품들이 개발돼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품질 수준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준다면 저가상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중국인들의 ‘싼게 비지떡’이라는 해외여행 소비의식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어난다면, 저가가 아닌 저품질의 방한상품에 대한 논쟁이 훨씬 앞당겨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