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숭례문의 비극을 벌써 잊었는가?

정석만 기자  / 2009-07-31 15:59:36

지난달 16일 고종과 그의 아들 순종의 무덤이 있는 홍유릉(경기도 남양주시). 관람 시간이 채 끝나지 않은 오후 5시 무렵, 경내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가마솥 화덕에 불을 피워 놓고 삼계탕을 끓이고 있었던 것.

홍유릉은 다른 조선왕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이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가 길이 보존해야 할 자랑스러운 유산에서 불법 취사가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겨우 50m 정도 떨어진 유류창고엔 휘발유통이 뒹굴고, 기름 보일러도 버젓이 설치돼 있어 문화재 보전·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날인 15일에는 서울 종묘에서 조선왕릉 40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대국민 보고회가 열렸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알리고, 보존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군다나 조선왕릉을 관리하는 13개 관리소 중 화재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4곳에 불과하고, 5곳은 아예 소화전조차 없다는 사실은 ‘숭례문 참사’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건이 불거지자 문화재청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즉시 해명 자료를 내 사과하고, 홍유릉 내 화덕과 기름 보일러 시설을 철거했다. 물의를 일으킨 관계 공무원에 대해서도 자체 현장 감사 등을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 문책할 것임을 밝혔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방화로 허망하게 잃어버린 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시뻘건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잿더미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눈물을 흘렸고, 문화 유산의 허술한 관리에 개탄했다. 당시 관계 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문화재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방재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관리·보전 의식이다. 문화재청은 직원들에게 문화유산이 ‘남의 것’, ‘나라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지키고 후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는 기본을 철저히 인식시키고, 종합적인 화재 방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숭례문의 비극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