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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문화재 용어의 새로운 규정을 통해

국가적 자존심 회복하는 계기 마련해야

  / 2009-06-30 13:29:17

문화재에는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정한 문화재 가운데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산물이 있는가 하면, 우리 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치욕의 파편도 적지 않다. 수치스러운 과거의 부산물까지  ‘문화재’로 지정하고 국가 예산을 들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김을동 친박연대 의원은 본지 기고를 통해 “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과 명예라는 부분에 대해 점더 많은 고민과 세심한 정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문화재라는 용어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사안에 따라 새로운 용어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문화재의 용어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보존과 관리ㆍ감독에도 구분을 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정부는 문화재를 ‘문화가치가 있는 사물로 국가가 종교적·세속적 근거에 따라 특별히 지정한 재산이며, 문화재는 그것이 구현하는 정신적 가치와 시각적·음향적으로 표현하는 심미적 가치가 독특하고 주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매체이므로 해당 문화재를 창조해 낸 집단이나 민족뿐 아니라 온 인류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문화재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눈에 보이는 물질적 표현뿐만 아니라 구전음악, 인종학적 유산 및 민족, 법, 습관, 생활양식 등 인종적·국민적 체질의 본질을 표현하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게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부산물인 문화재는 “민족혼이 깃든 민족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정 또는 등록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많은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법에 따른 지정문화재 또는 등록문화재 등 정부가 규정한 문화재 중에는 반만년의 찬란한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지우고 싶은 치욕의 산물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1963년 국가가 문화재인 사적 제101호로 지정한 ‘삼전도비(三田渡碑)’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잘 보호되어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삼전도비는 중국 청나라가 조선을 항복시키고,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청나라의 ‘전승비(戰勝碑)’이자 ‘공적비(功績碑)’다.

고종은 이 치욕의 산물을 강물에 빠트려 영원히 없애버리려 했으나, 일제는 1913년 이 비(碑)를 찾아내 다시 세워 적극 보호한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는 치욕의 역사물인 이 비석을 기어이 찾아내 보호하여 전시하고 교육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해방 후 지역주민들이 이 비석을 다시 땅에 묻었으나, 1963년 대홍수로 인해 재발견되자 정부는 치욕의 역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정부는 이런 사연이 있는데도 이 비석을 ‘사적(史蹟)’으로 지정하여 길이 보존하고 후세에게 교육하고 국민들에게 관람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 치욕이 담긴 문화재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일제강점 당시 경성부청 건물로써 식민통치의 중심에 있었던 옛 서울시청 건물에서부터 일본군이 숨어서 싸우기 위해 제주도에 파놓은 인공동굴까지 문화재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국권침탈 및 식민통치를 위하여 세워진 건조물들 역시 우리나라 정부는 문화재로 보호하고 국가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어 사회적·국민적 통합을 저해하고 국민들에게 패배적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문화재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우리 민족에겐 반만년의 역사 중에 자랑스러운 역사가 너무나 많다. 대대손손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명예로운 역사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굳이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이 같은 역사적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국가예산을 투입하여 길이 보존하고 교육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
특히 옛 서울시청 건물의 경우는 더군다나 현 정부가 광화문부터 숭례문까지를 ‘국가 상징거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마당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거리의 중심에 일제 통치의 잔재인 경성부청 건물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국가적 수치인가.

물론 21세기를 맞아 문화재의 지정·보호 역시 글로벌화 되어야 하며, 치욕의 역사도 우리나라의 역사이니만큼 후세들에게 그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육하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언뜻 일리가 있으며 귀담아 들을 필요성이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근래에는 문화재라는 말보다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며, 문화재와 문화유산은 그 영역이 현재의 국경선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그것을 소유하는 당사국의 전유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문화 상호간의 연관성 때문에 문화재·문화유산 보존은 한 나라의 관심사인 동시에 세계적 관심사라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논리이지만, 국가 정체성이나 국가적 자존심과 명예까지 내던지면서 이 같은 문화의 세계화에 동조하고 싶진 않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문화재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분들 중에 중국에 있는 ‘광개토왕릉비’의 예를 곧잘 든다. 광개토왕릉비는 우리 고구려의 역사적 산물이지만 중국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하여 잘 보존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글로벌 시대에 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은 문화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간과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고구려 역사가 어느 때부턴가 ‘동북공정’이란 이름 하에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부터 중국이 고구려 역사가 자신들의 역사라면서 줄곧 방치해 왔던 광개토왕릉비를 갑자기 그들의 중요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네스코에 중국유적으로 등록한 것이다.

즉, 자기 나라의 역사이기에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보존한다는 차원과 타국의 관광객들을 유치하여 관광사업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를 문화재의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광개토왕릉비’란 것을 우리 문화재 위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치욕의 역사를 잊고 그 부산물들을 깡그리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과 명예라는 부분에 대하여 좀더 많은 고민과 세심한 정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는 더욱 많은 지원을 통한 보호 및 교육과 홍보를 하자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 회복과 정체성 확립으로 승화시키자는 말이다. 치욕의 역사물은 그 나름대로 규정하여 적절히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문화재라는 용어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경우와 사안에 따라 ‘보존물’이나 ‘고고물’, ‘역사물’ 등 다른 이름으로 구분하여 관리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문화재의 범위와 용어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보존과 관리 및 감독에 차등과 구분을 두어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을동 의원은
1946년 서울 종로 출생으로, 중앙대 정치학과,고려대학교자연자원대학원을 나왔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서울시의회 의원, 한나라당 경기 성남수정지구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내고 현재는 18대 친박연대 국회의원으로 활동중이다.

| 글·국회의원 김을동
친박연대, 비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