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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문화인]“시민에게 문화적 자부심 심어주고 싶어”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 성공 이끌어 - 서울문화재단 안호상대표이사

유경훈·배문희 기자  / 2009-06-02 16:50:10

“서울시민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내가 서울의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게 해주는 것이 축제를 만들게 된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사진)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축제인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열게 된 동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2004년 서울문화재단이 생긴 이래 유인촌 대표 후임으로 2007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취임 후 그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축제를 만드는 일과 시민들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서울의 예술가들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만드는 일 등을 통해 서울을 국제 수준의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은 그의 전공과목이 아니었다.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남들이 다 가는 평범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아 예술의 전당 창립멤버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예술의 전당’이라는 말에서 뭔가 흥미진진하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호기심을 느꼈달까요? 어렸을 때부터 새로 지은 건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도 입사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활동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대중은 현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예술가는 도무지 현재를 살려하지 않고 과거나 미래의 어딘가에서 살고 있어 자칫 대중과 예술가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과 예술가 사이의 시차를 좁혀주고 서로를 소통하게 해주는 데에는 예술가보다 오히려 비전공자인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하지만 “잠수교를 지나오면서 일몰을 바라볼 때면 서울의 아름다움에 새삼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문화적 감수성과 예술가적 면모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지난 5월 10일 막을 내린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에 대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방문객 수는 181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열린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봄축제에 비해 25%가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궁’을 주제로 서울의 5대 궁궐에서 열린 행사는 시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서울을 상징할 수 있는 아이콘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심 끝에 ‘궁’을 주제로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궁에는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잖아요.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자, 고종이 궁에서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생각이 주효했던 것이죠. 고종 옷을 입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니까 사람들이 열광했어요. 박물관처럼 정지돼 있었던 궁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죠.”
하이서울페스티벌은 긍정적인 평가 못지않게 쓴소리도 함께 듣고 있다. 독일하면 맥주 축제, 스페인하면 토마토 축제, 일본하면 삿포로 눈 축제가 떠오르지만 서울시하면 도무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서울시의 특색을 제대로 상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의 표정은 자못 진지해졌다.

“맥주 축제나 토마토 축제 등은 역사가 100년 이상 되는 축제들입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축제이기도 하고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만든 축제이다 보니 서울시민 누구나가 기다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는 “북경이나 유럽의 도시와 우리 서울을 자꾸 비교하려고만 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외국과 비교해서 흉내 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관광자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계천과 남대문, 동대문의 상가, 대학로와 홍대의 거리들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서울만의 매력이 숨겨져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예술가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모든 예술 재료들을 살 수 있는 곳은 서울의 청계천과 남대문, 동대문의 상가들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물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없을 겁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곳입니다.”
대학로와 홍대의 거리도 흔히 젊은이들만의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소극장과 클럽이 이렇듯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문화정책을 펼칠 때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서울시민들이 서울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은 수수께끼와 같은 매력이 있는 도시입니다. 문제는 그런 서울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도시를 아끼고 사랑해야 남도 우리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것 아닐까요?”
그는 또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창의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꼭 만들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창의력이 나온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창의력을 훈련시키는 교육입니다. 학교 동아리도 형식적인 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중고등학교의 연극반, 뮤지컬반, 사물놀이반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예술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교육지원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번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노동절 및 용산참사 추모 집회로 인해 개막전이 취소된 점이라고 덧붙였다.
“축제에는 저항과 도전의 욕구가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축제를 방해할 것이 아니라 함께 축제를 즐기는 가운데 구호도 외치고 저항의식을 표출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죠.”
신나게 보고 즐기는 축제에 집회 참가자의 저항의식까지 끌어안으려는 그의 자세에서 열린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열린 사고에서 앞으로의 서울시 문화정책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서울의 매력 속으로 고고씽~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가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04년 5월 18일 설립한 문화재단이다. 주요 사업은 크게 4가지인데 축제, 우리동네 문화 가꾸기, 책 읽는 서울 등을 기획하는 ‘문화사업’, 예술가들을 양성, 지원하는 ‘예술지원’, 시민과 청소년에게 예술관련 교육을 기획하는 ‘문화예술교육’, 대학로 연극실, 남산창작센터, 서울시창작공간 등을 기획하는 ‘문화공간사업’ 등이다.
그 중에서도 거리예술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서울거리 아티스트’, 서울의 미술관, 문화공간, 역사유적지 등을 탐방하는 ‘서울문화예술탐방 프로젝트’, 고궁에서 수준 높은 뮤지컬을 감상하는 ‘고궁 뮤지컬’ 등은 서울시의 숨겨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서울문화재단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함께 서울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