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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블루오션 의료관광산업

이성태 연구원 (경제학박사)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 2009-05-04 14:35:39

의료관광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관광 매력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의료관광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지자체별로 의료관광활성화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연구원은 본지의 기고를 통해 “의료관광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블루오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향후 관련기관이 의료관광과 관련한 정책들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 편집자 주

2007년 의료관광객 2580만 명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이란 외국인 환자가 해외의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환자 본인 또는 동반자가 일체의 관광행위를 병행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국민을 위한 높은 수준의 보건복지 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높은 진료비용과 장기간의 대기시간 등이 자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하락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들어 선진국의 환자들은 자국의 의료기술과 대등한 수준이면서도 진료비용은 20~50% 수준에 불과한 아시아, 동유럽, 남미지역으로 의료관광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회사와 의료관광 에이전트들도 해외 의료기관에 환자를 송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의료관광을 촉진시키는 중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7년 기준 세계 의료관광시장에서는 2580만 명의 의료관광객이 267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따라서 2005년부터 의료관광수요 및 수익은 각각 연평균 16.5% 및 15.5%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의료관광객이 지출한 순수 진료비용 뿐 아니라 교통, 숙박, 쇼핑 부문에서 지출한 제반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총수익은 약 5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가 동반되는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 뿐 아니라 관광활동을 병행하게 되며, 체류기간 또한 일반관광객에 비해 1.5배~2배 긴 특성으로 인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이다. 그리고 세계 의료관광시장과의 경쟁 혹은 교류를 통해 의료 및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보고서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물론, 의료영역과 관광영역을 복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즉 의료관광을 해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행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환자의 진료는 물론 환자 및 보호자의 관광활동까지 확대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의료관광객 중에는 고차원적 수술을 요하는 거동 불능의 중증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방진료나 휴양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관광객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고조되면서 건강검진이나 온천 및 마사지 등을 통한 스트레스 치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세계 의료관광시장의 현황이다.

다양한 의료관광 프로그램 필요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경증환자나 동반자들을 대상으로 음식, 쇼핑, 공연, 고궁, 테마파크 등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이 주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관광 매력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획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태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상위 5개 의료관광국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의료관광산업을 국가핵심 산업으로 선정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정책지원을 집중시킨 결과, 2007년 기준 29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세계 의료관광시장 이윤의 약 12.7%를 차지하는 34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수준의 임상기술과 최신 의료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아시아 의료관광시장 허브로의 성장이 가능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 대한 유인 및 알선을 금지한 의료법과 의료관광객 수용 인프라의 미흡, 그리고 의료계의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한 낮은 관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진입이 상당기간 지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세계 의료관광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편이며, 임상수준이나 의료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5년부터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진행된 해외 의료관광 박람회 및 전시회 개최나 체험의료관광 시행 등의 다양한 홍보활동에 힘입어 일부 병·의원을 중심으로 의료관광객 방문이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의료법에 기인한 근본적 한계로 인해 의료관광객 유치에 대한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인 및 알선을 허용하는 의료법 제27조 개정안건이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우리나라 의료기관들도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별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관광활성화 계획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외 인지도 제고를 위해 홍보에 집중해야 하는 향후 2~3년의 기간 동안 의료관광 안내센터 설치 및 의료관광 전문가 양성소 설립, 의료관광 특화 프로그램개발 등과 같은 의료관광객 수용태세에 대한 개선 노력을 기울인다면,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술이 뒷받침된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이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성장기의 도래가 상당기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분쟁 발생, 각별한 주의
그러나 외국인 의료관광객 진료비율 제한이나 외국인 전용병원 병실의 인원 규정 등은 의료관광 활성화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할 수도 있으므로 세계 의료관광시장의 추세와 보조를 맞추는 점진적 개선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관광의 경우 일반 관광과는 달리 관광객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민감한 분야이니 만큼 의료사고 및 분쟁의 발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의료사고는 사안에 따라서는 단 한 건만으로도 국가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란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며,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정상적인 시술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관광 시장이 활성화 되었을 때 무자격자의 불법의료행위와 결합한 저가의료관광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됨으로써 발생하는 사고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감독기관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의료관광 그 자체가 보유하는 높은 파급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과연 의료관광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블루오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향후 관련기관이 의료관광과 관련한 정책들을 어떻게 운영해나가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