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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  / 2009-04-03 13:31:02

"문화정책도 이젠 트랜드에 맞게! "//

2009년도에 전국 축제는 800여 개이다. 이 많은 축제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소원 빌기 행사이다. 소원 빌기가 축제의 감초가 된 이유가 국립민속박물관(이하 민박)의 세시행사였다면 믿을까. 1998년 IMF의 아픔을 달래고자 기획한 전통적인 정월 보름 세시풍속인 달집태우기와 소지걸기가 언론은 물론 내외국인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다양한 축제의 단골 차림이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민속이 문화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최첨단이라는 과학용어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원 빌기가 왜 그토록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흡인력을 가질까. 그건 인간이라면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해 고민을 해결하고, 희망을 빌어 심적 안정을 찾으려는 공통된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적 심성으로서 민속이고 생활문화이다.

‘민박’이 경복궁 한쪽 귀퉁이에 세를 얻어 이사한 지도 벌써 16년이다. 그 동안 전시는 물론, 소원 빌기와 같은 세시행사, 박물관 교육을 선도해 오며 그 규모를 키워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박’은 사업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부자(父子)와 고부(姑婦)가 커튼으로 가른 한 방에서 생활하는 꼴을 하고 있었다. 이제 손자까지 한 방에서 생활해야 할 처지이고, 도저히 더 이상은 살림살이를 들일 공간도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이제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트랜드에 따라 박물관의 감초 역할을 할 새로운 장소로 가고 싶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속사정을 알아주지 않고, 관심조차 없으니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이래서야 한 해 200만 명 중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제대로 맞이하고, 직원 100여 명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경복궁 덕을 보고 있단다. 그렇다면 국립고궁박물관은 경복궁이 아닌 정부종합청사 옆에 있어서(?) 관람객이 68만 명이고, 외국인은 3만 8000명 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민박’이 이만한 관람객을 유치하는 이유는 위치가 아니라 콘텐츠이다. 세계의 유수 박물관 어디를 가나 민속 혹은 민족 계열의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넘쳐난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그 민족의 생활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박물관이 지향하는 트랜드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운신도 못하는 셋방에서 방 빼달라는 주인(경복궁)의 눈치를 보면서도 ‘민박’은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또 하나의 트랜드인 다문화 사회에서 ‘민박’의 역할을 고민하여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고민을 해소하고, 그동안 쌓아온 ‘민박’만의 살림을 맘껏 펼쳐 국가의 문화정책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러한 터를 찾고 있다. 16년간 더부살이를 하며 쌓아둔 살림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넓은 공간은 어딜까.
그곳은 바로 용산 공원이다. 용산에 박물관벨트를 구성해 자연생태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데도 민박이 한몫 하고 싶다는 것이다. 민박 직원들은 그곳에 가고 싶어 한다. 왜?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자연사박물관, 용산 자연생태공원과 함께 친환경적인 박물관 콤플렉스를 형성하고, 박물관 콤플렉스가 제 기능을 하도록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