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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문화관광연구원

여가문화도 국가경쟁력이다

글.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 문화예술연구실,  여가연구센터장  / 2009-04-03 13:14:12

한국사회는 아직도 일 중심주의가 팽배해 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지에서는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여가연구센터장의 기고를 싣는다. - 편집자주 -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대한민국은 혼란 속에 빠졌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은행이 무너지고 대기업의 부실한 재무상황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하루아침에 가장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이 매우 당황스러우면서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렇게도 열심히, 부지런히 일 해왔는데 왜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기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황당함이었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일심하여 금 모으기 운동에서부터 뼈를 깎는 기업합병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2000년대에 다시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즉 더 이상 20세기형 부지런함과 산업이 우리의 삶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미래학자들이 예견한대로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 후기산업사회 등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21세기형 인간으로 ‘창조적 인간’을 내세우게 된다. 이에 대해 코펜하겐 미래문제 연구소장인 롤프 옌센(Rolf Jensen)은 꿈과 감성, 스토리를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로 언급하였으며, 조지 워싱턴대 교수인 윌리엄 하라(William E. Hala)는 영감의 시대(Spritual Age)로 명명하였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조화
좀더 쉽게 풀이하기 위해 동화속 두 주인공을 빌려오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동화에 나오는 두 동물 가운데, 20세기형 근면과 성실함을 상징하는 동물은 당연 거북이일 테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몸통보다 짧은 다리)를 딛고 한눈 팔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달리기 시합에서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즉 토끼가 중간에 낮잠을 적당히 잘 수 있었다면 이 경주는 토끼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첫째, 토끼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시작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능력에 뛰어난지를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이길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토끼는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달리기를 하다보니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뒤도 돌아다보고 거북이가 한참 뒤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무 그늘을 찾아서 낮잠을 청하게 된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능력이 더욱 발휘되는 것 뿐 아니라 여유가 생겨서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도 돌아다보게 되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적절히 조화시켜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게 된다. 물론 동화 속에 나오는 토끼는 너무 자신의 능력에 자만하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지만, 아마도 이 토끼가 깨어나기 위해 자명종 시계를 맞추어 놓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면 분명히 거북이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나는 21세기형 인간은 토끼와 같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고, 주변사람이나 도구의 도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생활양식 중요
장황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여기서 요점은 근면과 성실하게 일만 한다고 해서 살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근면과 성실함이라는 자질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사고와 여유로운 생활양식을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연간 재산 증가율이 141%인데 반해 컴퓨터의 황제인 빌게이츠의 재산증가율은 6.25%로, ‘이야기 부자’ 조앤 롤링이 2003년 벌어들인 수입은 ‘정보 부자’ 빌 게이츠의 수입(보유 주식의 연간 배당금 기준)보다 2.2배나 많았다고 한다.
결국 일만큼이나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산업과 소비자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일 중심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OECD 국가의 2008년 통계연보(2006년 기준으로 작성)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357시간이며, 이를 주간으로 계산하면 주당 45.2시간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OECD 국가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1777시간이며 주간으로 계산하면 약 34시간인 것과 대조적이다.

생산적인 여가활동 필요
이 결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7월 1일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노동시간량은 거의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긴 노동시간은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며, 이는 곧 일과 여가의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동성 교수(2008)는 한국의 여가경쟁력 지수는 여가수요의 질(소비자의 교육수준 및 세련도)은 매우 높으나 여가관련 산업 및 인프라(국내 관광인프라, 정보통신, 교통, 해외서비스), 여가생산조건(금전과 시간), 정치사회적 기반(공교육, 사회환경, 정부정책)은 낮은 순위로 나타나 비교한 29개국 가운데 23위에 랭크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는 IPS 국가경쟁력 연구보고서에서 밝힌 한국의 국가경쟁력 23순위와 같게 나타난 것으로, 결국 여가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현재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와 경제 한파 소식에 또 다른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97년에 경험했던 바와 같이 이러한 경제상황의 변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IMF 위기를 겪고나서 우리는 일하는 시간과 여가시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부족했다면, 우리가 정말로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창조산업의 기반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른다면,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좀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에 소홀했다면 이제는 몸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여가활동 체험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나갈 수만 있다면 2009년의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곧 사라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 여러분들도 같이 믿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바란다.

글.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문화예술연구실  여가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