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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신명나는 축제...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09-04-02 10:50:05

주민이 신명나는 축제, 많을수록 좋다

축제는 잔치다. 잔치는 모두가 흥청거리며 통합과 화목, 소통의 장을 이룬다. 일상의 피로와 고통을 해소하고 새로운 희망과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축제는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의 놀이마당으로서 즐거움이 어우러진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펼쳐지는 지역축제는 그 지역만의 정체성과 특징을 나타냄으로써 매력 요소가 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의 지역축제는 문화적인 측면보다 관광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관광산업의 발전과 이를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축제는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과 지역문화의 계승·발전,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래 축제는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제의(祭儀)를 일컫는 말이다. 축제는 성스러운 종교적 제의에서 시작됐으나 오늘날에는 유희성이 강조됨으로써 종교적인 신성성이 퇴색되고 있다고 한다. 축제는 흥겨운 음주가무의 ‘축(祝)’과 종교적인 ‘제(祭)’가 포괄된 문화현상으로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축제가 난립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최된 지역축제는 926개로 광역자치단체별로 평균 58개가 열렸다. 2007년 716개와 비교하면 210개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942개가 예정돼 있어 지난해보다 18개가 증가했다. 문화관광부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지역 축제를 포함하면 3000개가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축제의 숫자로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어 가히 축제의 나라라고 불릴만하다.

1995년 이전 280여 개에 불과한 지역축제가 지자체 시행 이후 이처럼 급증함으로써 표를 의식한 민선 단체장의 선심용 축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유사한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축제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단체장 ‘얼굴알리기용’이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축제가 난립함으로써 지방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지자체마다 축제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유사한 소모성 축제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그 비용을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2007년도에는 지자체 축제 비용으로 6900억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이면 청년일자리 약 7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축제가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떤 여론 조사에서는 66.7%가 축제 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실효성이 없는 단체장의 생색내기용 전시성 축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축제를 줄여나가면서 마치 축제가 경제악화의 주범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축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육성해 나간다면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관광 소비를 증가시켜 내수를 진작 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등 경제 분야의 긍정적인 기능도 크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울수록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축제가 “이런 불경기에 축제는 낭비다”는 지역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물거품이 돼 주민들의 부푼 기대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자체는 “헛돈 쓰지 말자. 축제부터 없애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뜻에 따라 20회째를 맞는 연례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단체장의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순종할 수밖에 더 있겠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해당 축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평가도 해보지 않고 일자리 나누기란 명분으로 ‘묻지마 취소’를 해선 안 된다. 성공한 축제를 사례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 되도록 집중 지원한다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도 있지 않는가. 자체 수익으로 비용 조달이 가능하게 육성할 수 있는 축제도 많기 때문이다. 결코 축제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내실 있는 축제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해야 한다. 축제비용을 줄여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발상보다 업무추진비 등 불투명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어떨까.

지역주민들이 신명나는 축제는 많을수록 좋다. 그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라. 가난에 시달려 휴식을 모르고 살고 있는 서민들에겐 그나마 지역축제가 낙(樂)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