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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로 청년실업대란 해소될까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09-03-04 13:24:24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악화가 심화되면서 실업대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졸업 시즌을 맞아 실업계 고교와 대학생, 대학원생 등 사회 진출자가 71만여 명이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전쟁이 예고되고 있고, 여기에다 기존의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어서고 있어 사회불안 요인으로 전이될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취업을 못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되는 현실에서 그나마 졸업예정자의 신분이 위안이 되고 취업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방대학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예컨대 부산지역의 경우 한국해양대가 80명으로 지난해(7명)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 졸업 연기자가 발생했으며, 동아대는 69명에서 204명으로 2.9배 늘었고, 부경대도 242명에서 655명으로 2.7배, 경성대는 26명에서 39명으로, 부산외대는 226명에서 243명으로 늘었다. 졸업연기제를 실시하지 않는 부산대도 졸업생수가 지난해 3446명에서 올해 3093명으로 10.2% 줄었다. 일부 지방대의 경우는 취업자 수가 졸업생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어 지방대 졸업이 곧 실업이란 등식이 현실화 되고 있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국가적 경제 손실은 엄청나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청년이 1년간 실업자일 때 평생 2억8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청년실업자 1만8000명 중 10%가 실업상태에 놓인다면 국가 전체로는 5조6000억 원의 소득 손실과 4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잡 셰어링은 임금 삭감 또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공기업의 대졸 초임을 삭감하는 것에 대해서는 취업사이트 설문조사에서 구직자의 60.8%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세제혜택 등 일자리 나누기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기업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0일 현재 전국 97개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3만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시중은행 최초로 대졸 초임 20%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채용인원을 늘리고, 3월부터 1200명 규모의 청년 인턴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그룹도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임원들이 올 초 비상경영방안의 하나로 자진 반납한 연봉 10%와 성과급 중 일부를 활용해 3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당면과제에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창출되는 인턴이나 계약직, 일용직 일자리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현재 과시적으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금융기관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일자리는 질보다 양에 집중되고 있다. 일자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계를 꾸려갈 일터가 필요한 것이다. 인턴이나 계약직, 일용직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또다시 백수가 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 보장이 없는 일자리 나누기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정부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청년 ‘백수’를 구제한다지만 일각에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기업가가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자본 압박으로 유망 기업들이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줘야 하며, 유능한 기업가를 정책적으로 육성해 항구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가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공기업 임직원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임금 삭감을 강제하는 등 자발적 참여가 아닌 경우는 오히려 불만만 가중시킬 뿐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재벌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발적 ‘곳간 나누기’도 절실하다. 오직 自社 이익만을 위한 투자기회를 노릴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동참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