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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습한 경제위기, 사회적 위기化 우려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09-01-30 13:23:57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성장률 -5.6%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생산·투자·소비 등 핵심 경제지표들도 10년 만에 사상 최저치로 추락해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이란 경기침체보다 더한 경제위기에 직면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에서 4분기 GDP성장률을 전기 대비 -1.6%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이보다 더 떨어져 환란 이후 최악의 기록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국의 원화·외화 유동성 위기를 초래해 수출부진, 제조업 감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조업 악화는 고용 대란을 초래하고 소득감소와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올해는 더욱 암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위기는 사회적 위기를 초래한다. 경기침체는 실업을 증가시키고 자영업자를 퇴출시켜 중산층의 붕괴를 야기한다. 중산층의 탈락은 사회적 갈등의 완충지대가 무너져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청년실업자가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중·장년의 퇴직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의 노동시장 전망을 경제성장률 1%일 때 취업 단념자를 포함해 광의의 실업자가 178만 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실업자 140만 명보다 38만 명이나 더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만약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0.7%에 못 미칠 경우는 이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자는 곧 사회적 퇴출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낙오자로 느끼는 실업자가 200만 명에 육박한다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외환위기 때 그 심각성을 경험했었다. 실업이 증가하면서 개인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쏟아지며, 이혼 등으로 가정해체가 급증하고, 자살률과 범죄율이 늘어나는 등 사회불안이 증폭됐었다. 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들(실업자)이 현 정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경우 파괴적인 사회화로 전이(轉移) 될 것을 우려한 때문에 한 말일 것이다. 경기침체의 최대 피해자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임시·일용직 근로자들, 취업 희망자들이다. 이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사회적 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새삼스럽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는 경제가 바닥을 친 후 급격히 반등하는 V자형 구조였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바닥 지표가 일정 부분 지속되다 상승하는 U자형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한 상당기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아직까지도 5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가 사회적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회안전망 강화가 절실하며 또한 정부당국자의 각성이 요구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 안정이 급선무다. IMF 때는 금모으기 등 국민적 참여와 인내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용산 철거민 참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정치권의 행태는 정략적 해법으로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사회는 촛불시위가 재개되는 등 갈등이 증폭 되고 있다.
이념적·계층적 갈등이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조정하고 관리해야할 정치권은 당리당략적 이기심에 눈이 멀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살리기란 수사(修辭)로 국민들을 현혹시켜놓고 정작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정쟁(政爭)으로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작태에 이제 국민들은 신물을 내고 있다. 더 이상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지속된다면 경제위기가 사회적 위기로 전이될 것이다. 시급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대통합을 추진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더 이상 추태를 보이지 말고 여야 합심하여 민생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내걸고 정적(政敵)들로부터 협력을 얻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했다지 않는가. 타협과 화해, 포용의 정치가 곧 실용(實用)이란 것을 우리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